가마타 행진곡 - 제8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쓰카 고헤이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쓰카 소헤이라는 분의 책을 처음 접했다.
작가 소개를 보니 재일교포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그것때문에 많은 차별을 받게되고
그래서 그의 작품에 그러한 점들이 녹아있는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본내에서 가장 존경받는 작가 중의 한 명이 되고
연극계에서 '쓰카' 이전과 이후로 년대가 구분될 정도로 많은 연출가들에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니 정말 존경스럽고 자랑스러웠다.
 
가마타 행진곡에는 크게 세 명의 인물이 나온다.
학력도 떨어지고 으스대기 좋아하고 남을 쉽게 업수이 여기는 긴짱이라는 유명배우와
명문대학을 나왔지만 이상하게 남에게 자주 깔봄을 당하면서도 그것을 불의라 생각치 않으며 
긴짱을 막무가내로 좋아하고 따르는 만년 엑스트라 인생 야스.
그리고 긴짱을 사랑하고 긴짱의 아이까지 임신했지만 긴짱의 앞날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버림받고
억지로 야스에게 떠맡김을 당하는 한물간 여배우 고나쓰.
 
책은 2부로 나뉘어 1부는 야쓰의 입장에서 그리고 2부는 고나쓰의 입장에서 서술을 하고 있는데,
둘에게서 설명되어지는 긴짱과 야쓰, 그리고 고나쓰를 알게되면 알수록
참으로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일단 긴짱은 야쓰에게 함부로 대한다.
기분이 나쁘면 패고, 맘에 안든다고 패고, 이유없이 패고....
그리고나서는 사과도 없이 마구 부려먹기 일쑤이다.
외모나 능력에 대해서도 함부로 말을 하는데 야쓰는 그저 그런 긴짱이 고맙기만 하고
긴짱의 말에는 무조건 따르는데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이해도 되지않는다.
급기야 야쓰는 긴짱의 말투와 행동들까지 따라하여 고나쓰에게도 함부로 대하기 일쑤이다.
 
불합리하고 차별이 난무한 책 속 세상인데
정작 당하는 약자들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강자들에게 맹목적으로 헌신하고 따르고 있다.
책을 읽기전 나는 야쓰라는 인물이 왠지 불쌍하게 될 것 같아 야쓰를 동정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나자 그런 마음은 사라졌다.
자신이 스스로 불합리한 것을 모르는데 그 누가 그런 사람을 불쌍하다 여기겠는가.
하지만 마지막에 고나쓰에게 악을쓰며 외치고 나서 울던 야쓰를 보면 야쓰에게도 조금은 의심이 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야쓰는 예정대로 고나쓰와도 혼인하고 긴짱을 주연배우로 돋보이게 하기 위해
'계단추락' 이라는 위험한 연기에도 도전하게 된다.
마지막에 웃던 야쓰는 과연 괜찮은 것일까?
어디론가 길을 나서던 고나쓰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작품의 후속, 완결작인 <긴짱이 가다>는 연극으로 상연되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사랑스럽지 않은 주인공들임에도 불구하고 그 묘하고 특이한 매력때문인지
나는 긴짱의 이후가 매우 궁금하다.
작가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기도 하고...
 
작가는 주연배우와 엑스트라 사이의 이야기도 사회에 만연한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있다.
그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 것 같다. 이 책은 어이없음과 동시에 재미를 주고 있지만
동시에 왠지 부끄러움도 느끼게 해주었다.
나도 가끔은 긴짱같은 억지를 부리지는 않았는지, 무의식중에 타인을 상처입히는 말은 하지 않았는지
(이 책에선 말 자체로 타인을 엄청 상처입힌다.)
그리고 야쓰처럼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도 모르는척 넘어가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정말 '쓰카 이후' 라는 경계는 괜히 생긴 말이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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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링, 천국을 바라보다 - 시즌 3 엘링(Elling) 3
잉바르 암비에른센 지음, 한희진 옮김 / 푸른숲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드디어 엘링을 만났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의 찬탄을 받고 토론의 대상이 되어왔던 엘링을 드디어 만나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실 엘링이 사회부적응자, 아웃사이더라는 말에 어떤 캐릭터일지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내가 만나고 알게 된 엘링은 내가 이제껏 만나온 사람들보다도 훨씬 더 멋지고 이해심도 많은 친구였다.
물론 다른 사람과 약간 독특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건 사실이지만
그는 때론 그 누구보다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믿을수 없을만큼 훌륭하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법을 잘 알고 있고
예술과 사회문화, 정치에까지 아는 것도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자기 자신의 문제점을 잘 알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용기를 낼 줄 아는 아주 멋진 사람이었다.
그는 그런 자신을 자랑스러워했는데
나 또한 엘링이 자랑스러웠고 그를 알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각자 우주를 하나씩 품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람을 어떻게 맞아들이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 사람을 조심조심 자신의 뜰로 데려와야 하는 것이다.
- p.138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법을 이해하는 엘링)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진짜 '위대한 행동'이 무엇인지 말할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겁을 집어먹은 남자, 두려움에 떨고 있는 여자가 자신을 이겨내고 집 밖으로 나가
거리의 무자비한 불빛과 사람들의 냉담한 시선을 받아내는 것과
얼링 카게의 영웅적인 남극 행진 중 어느 것이 더 위대한가?
... (중략) ... 어쨌든 평범한 사람들의 영웅적 행동을 떠올려보니
어느새 몸속으로 용기가 흘러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나는 느긋한 자세로 레스토랑 홀을 가로지르며 다락방에 틀어박혀 쥐 죽은 듯 조용히 살아가는 삶을
택하지 않은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 p.74~75
 
책속에서 엘링과 키엘은 둘만의 고립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한다
산책을 하고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매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도 한다.
또 우연히 만난 레이둔이란 여인과 키엘은 사랑에 빠지고 엘링은 키엘 말고 알폰스라는 노시인과
시에 대한 토론을 나누며 우정을 나눈다.
나는 고양이를 구입하고 키우는 일화와 키엘과 엘링이 피를 나눈 형제사이가 된 일들이 매우 유쾌했다.
내게는 아니 고작 그런 이유였단 말이야! 하는 것들에 엘링은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어쨌든 키엘과의 우정으로 많은 것들을 함께한다.
 
책 속 여기저기엔 1,2권에서의 이야기들이 조금씩 나온다.
이런 점들은 나에게 1,2권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그곳에도 멋진 또 다른 엘링이 있겠구나 하고 두근두근한다..
내가 엘링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용기있고 노력하는 아웃사이더라는 점 말고도 다른 공통점이 있어서이다.
 
"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게 믿기지 않은 적도 여러번 있었다.
점점 나 자신이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 몸뚱어리가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
그럴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못살게 괴롭히고 자학해야만 했다. 이것은 진정한 아웃사이더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었다. 
자신이 존재한다는 걸 스스로 느끼기 위해 나뭇가지로 자신의 몸을 때리고,
손바닥으로 자신의 빰을 때리는 걸 엄마조차 단 한 번도 이해해 준 적이 없었다.
사실 나로서도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할 수 없었다.
나는 그저 흐느끼며 뚝뚝 끊어져 알아듣기 힘든 몇 마디를 내뱉을 뿐이었다."
- p.60
 
아! 이런 완벽한 고독감과 단절이라니.. 아니 이건 어떤 단어로 정의하기 힘든 감정이다.
하지만 나도 가끔은 약간이나마 비슷하게 엘링과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다.
밖으로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내 옷차림이 어찌나 초라해보이는지 모두가 날 이상하다고 손가락질하며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무리 속에 속해있어도 완벽히 혼자인 느낌을 받을때도 있었다.
오래 만난 사이의 사람과 대화를 나눌때에도 이 사람이 날 한심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결국에는 누군가를 만나는 걸 자체를 꺼리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나도 사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어째서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내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괴로워했다.
내가 정상이 아닌 것만 같았고 이런 나를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엘링처럼...
나에게도 내 안에 엘링이 살고 있다. 아직 엘링처럼 용기를 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다행인건 나에게도 엘링 곁에 있는 키엘처럼 친구가 있다.
 
마지막으로 내가 느낀 이 책의 주제에 대한 내용을 책에 나오는 문장으로 적어볼까 한다.
 
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한 뒤 사람들이 제각기 다르기에 세상이 얼마나 멋진지 설명했다. - p.312
 
다양성!
그래서 엘링이 있는 세상은 참 아름답다.
예정된 자살을 한 달 뒤로 옮기고 조금 불만스러우면서도 지금 이곳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는
권태로운 표정을 지으며 한밤중에 카페에 앉아 와인 한잔을 마시고 담배 한개비를 피울만큼 말이다! (p.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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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남자
제미경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나서 기억에 남는 강렬한 한 마디를 꼽으라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다른 사람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함부로 사랑이 아니라고 단정짓지 말라."
 
이 책에는 네 명의 남녀가 나온다.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사랑에 웃고 우는 로맨티스트 형 민정진.
형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 생각하여 이를 찾아오고자 형을 괴롭히려 했던 동생 민정혁.
어머니의 불행한 사랑때문에 어린 동생과 어머니를 잃게 되어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강윤화.
집착인지 사랑일지 모르는 그 단하나를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독한 여자 지혜.
 
사실 나는 로맨스소설을 읽어본 기억은 딱 한번 주디스 아이보리 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 를 읽은 기억이 전부인것 같다.
딱히 싫어하는 장르라긴 보단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게 사실인데
요즘 흥미가 생겨 찾아보니 자주가는 동네 책방에 시리즈가 주루룩 정리되어 있는게 아닌가
그 많은 책 중에 책방 언니가 골라준 이 책은 사실 조금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벅찬 사랑이야기같다.
나와는 조금은 동떨어진 사람들의 가혹한 사랑이야기랄까.
 
나도 사랑을 해보았고 아픔도 분명 겪어보았지만
이렇게 밑바닥까지 처한 사람의 입장을 겪어보지 않아서인지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없어서인지
이렇게 극단적인 사랑이야기가 조금은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동생 정혁은 어째서 갑자기 윤화에게 사랑을 느끼는 것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름의 재미도 있다.
저마다의 다른 사랑방식을 이해하는 법도 알려주었고
함부로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또 이 책에는 분명한 악인이 존재하여 여러 갈등을 일으키는 점도 좋다.
선악이 모호한 악인도 좋긴하지만 이런 로맨스 소설에는 조금은 식상해도 제대로된 악인이 나와야
주인공들의 사랑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니깐 말이다.
 
나는 사랑을 했었나?
아직도 가끔 옛사람이 생각난다면
나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 사랑의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그런점에서 가끔은 로맨스소설을 읽으며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은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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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에게 물을 (양장)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와~ 정말이지 읽는 내내 손에서 놓기가 아쉬운 책이었다.
처음에는 책이 너무 두꺼워서 살짝 부담이 가기도 했었지만
읽으면서는 점점 읽을 부분이 줄어가는게 아쉬웠고
파란 책 겉표지와 안쪽의 빨간 속지, 사진과 글, 주인공들...
정말이지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는 책이었다.
정말 따분하고 할일없어 지루한 휴일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한번 잡으면 마지막장까지 맘 편하게 쭉 읽도록 말이다.
아마 급하게 약속이 있거나 급하게 일을 하기전 잠시 이 책을 폈다면
약속을 취소하거나 일을 못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이 책은 192~30년대 미국의 서커스단에 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소설책이다.
작가는 오랜동안 방대한 양의 자료를 연구하고 또 구입하여 마침내 이 책을 출판하게 된다.
그 거대한 천막하며 수많은 사람들, 매끈하고 아름다운 말들과 장난꾸러기 원숭이들
그리고...코끼리.. 아름다운 코끼리...코끼리...
작가는 아마도 코끼리에게서 많은 흥미와 감동을 느꼈나보다.
책의 마지막엔 이 책을 두 마리 코끼리에게 바친다고 되어있다.
 
좀 오래전 이 책에 나오는 서커스단과 비슷한 서커스단을 어떤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할리우드 다른 영화들과는 또 분위기가 다른 것 처럼
이 또한 조금 다른 분위기의 영화였다.
뭔가 신비하고 동화적이면서도 따뜻한 느낌의 색깔들과 아름다운 자연...
그 속에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커스를 보러 오는 장면이었다.
<빅 피쉬> 같은 영화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인상깊게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활동적인 사람들 모습 또한...
 
어린시절 나는 서커스를 직접 본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던 거 같다.
너무 어릴 적이라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직까지도 동물들이 부리던 신기한 재주와
이상하게 크고 작은 사람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그런 어린시절 한 편의 기억을 떠올리게 해주었고 더 신기했다.
미국이란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크고 온갖 희한한 문화박물관도 많이 보존하고 있던 건 알았지만
서커스단 박물관과 자료들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그 당시 서커스는 요즘 생각하는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던 거 같다.
훨씬 더 거대하고 희한하고 재미있지만 한편으론 끔찍한 일들도 많이 일어나고 여러가지 차별들도 있었다.
하나의 거대한 움직이는 도시...
그안에서 벌어지는 질투, 욕망, 배신 등등...
정말이지 흥미진진한 이야기였다.
 
게다가 마지막 해피엔딩 결말도 맘에 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제이콥이 양로원에서 쓸쓸하고 괴팍하게 보내는 시간과 과거의 일들이 교차하며 보여지는 이 소설은
인생의 내리막길, 가장 쓸모없는 순간에서 희망을 주는 결말로 끝을 맺고 있다.
그래서 책장을 덮는 순간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현실에서 보통의 사람들은 절대 경험하지 못할 재미와 활기가 가득한
코끼리가 있는 진짜 서커스단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주저없이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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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사랑 파사랑
다이도 타마키 지음, 이수미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의 즐거움에 빠진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성장소설이란 명칭자체를 올해 나름 계획적 독서란 걸 하게 되면서 알았으니 말이다.
아직 몇권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도 이미 겪어낸 사춘기 청소년들의 아픔과 성장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많이 생각할 거리를 줌으로써 나 또한 더욱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밝고 희망적인 젊음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매력이었다.
 
이 책은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이야기라고 하여 내 흥미를 끌었다.
책도 작고 귀여웠으며 안의 속지 또한 노란색으로
아직 덜 자란 십대들의 밝음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나는 알듯 모를듯.. 조금씩 우울해졌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딱히 불행하지도 않았다
보통의 십대들처럼 의욕적이거나 뭔가 활동적인 것이 아니라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불문명 할 뿐더러 그리 의욕적이지도 못하다.
무슨 십대들이 이렇게 애늙은이 같은지 원..
아무리 아직 하고픈 것에 대해 잘 몰라 방황하는 십대라 해도 이건 너무했다.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 구닥다리가 되어 요즘 십대가 이해가 안되는건지
아니면 일본이라는 사회,문화적 차이때문에 이해가 안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케사랑 파사랑.. 이렇게 동글동글 발음도 아리송한 이 뜻모를 책 제목은
책 속 세피아라는 소녀의 어머니가 알려준 민들레 솜털처럼 생기고 둥둥 떠다니는 행복을 부르는 신비한 생물을 일컫는다.
예쁘고 이렇게 희망적인 제목의 책인데도 다 읽은 지금 쓸쓸하기만 이유는 뭘까..
물론 그렇다고 부정적인 결말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딱히 희망적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사람과의 관계맺음에 서투른 아이 지마키.
하루하루 그저 그렇게 적당히 사람들을 대할때도 그저 적당히, 그러나 외로움을 타는 소년 소타.
개성강한 쌍둥이 소년의 친구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없이 하루하루 보내는 세피아.
귀찮은걸 싫어해서 항상 속으로만 삭히고 기다리기만 하는 소녀 쓰루기.
 
이 중 그나마 이해되는 사람이 있다면 지마키였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서투른 점이 나를 닮았다.
나도 지레 짐작으로 상처받기 전에 겁부터 먹고 피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지마키는 낙관적인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내가 지마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이미 다 자란 어른이라서 지마키처럼 나중으로 미뤄둘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부터는 뭐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즐거운 일도 그게 정말로 즐거운지, 슬픈 일도 그게 정말로 슬픈 건지.
반드시 확인하며 살아가고 싶다. 뭘 하든 어설픈데... 그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뭘 하고 싶은지 전혀 결정한 게 없기 때문에
더더욱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중략) ... 사람과 사람의 관계 떄문에 기뻐하고 상처받고 고민하는 건
좀 더 나이를 먹고 난 다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싶다.
- p.73
 
소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지마키와는 또 좀 다르다.
 
누나와 나는 오랜 세월을 그렇게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지내왔다.
갑자기 친한척하거나 하면, 아마 깜짝 놀라겠지. 서로 조심하는 건지도 몰라.
상대에게서 다정함을 느끼지 않도록, 혹은 그 다정함에 익숙해져버리지 않도록.
- p.85
 
그나마 앞으로의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세피아 편이 가장 발랄하게 읽혔던거 같다.
내가 가장 답답하게 여겼던 아이는 마지막 소녀 쓰루기였다.
마냥 기다리고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던 아이는 지난날의 나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안되는 줄 알면서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너무 취향이 분명해 계속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나는 십대에서 멀어진지 좀 되었는데도 아직도 쓰루기처럼 안되는 것에 여전히 몰입한다.
 
아직도 이 책을 읽은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마냥 우울했다가도 다시 보니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글쎄, 어쩌면 방황하는 십대를 가장 사실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암울하지만 아직 젊으니까 그들은 그렇게 계속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노란 표지의 몽글몽글한 책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에게도 케사랑 파사랑이 날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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