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케사랑 파사랑
다이도 타마키 지음, 이수미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성장소설의 즐거움에 빠진지는 얼마되지 않았다.
성장소설이란 명칭자체를 올해 나름 계획적 독서란 걸 하게 되면서 알았으니 말이다.
아직 몇권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나도 이미 겪어낸 사춘기 청소년들의 아픔과 성장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많이 생각할 거리를 줌으로써 나 또한 더욱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다.
밝고 희망적인 젊음을 볼 수 있다는 것도 나에게는 매력이었다.
이 책은 네 명의 소년, 소녀들의 성장이야기라고 하여 내 흥미를 끌었다.
책도 작고 귀여웠으며 안의 속지 또한 노란색으로
아직 덜 자란 십대들의 밝음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나는 알듯 모를듯.. 조금씩 우울해졌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행복하지도 그렇다고 딱히 불행하지도 않았다
보통의 십대들처럼 의욕적이거나 뭔가 활동적인 것이 아니라
아직 하고 싶은 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조차 불문명 할 뿐더러 그리 의욕적이지도 못하다.
무슨 십대들이 이렇게 애늙은이 같은지 원..
아무리 아직 하고픈 것에 대해 잘 몰라 방황하는 십대라 해도 이건 너무했다.
내가 너무 나이가 들어 구닥다리가 되어 요즘 십대가 이해가 안되는건지
아니면 일본이라는 사회,문화적 차이때문에 이해가 안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케사랑 파사랑.. 이렇게 동글동글 발음도 아리송한 이 뜻모를 책 제목은
책 속 세피아라는 소녀의 어머니가 알려준 민들레 솜털처럼 생기고 둥둥 떠다니는 행복을 부르는 신비한 생물을 일컫는다.
예쁘고 이렇게 희망적인 제목의 책인데도 다 읽은 지금 쓸쓸하기만 이유는 뭘까..
물론 그렇다고 부정적인 결말로 끝나는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딱히 희망적이라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딱히 좋아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사람과의 관계맺음에 서투른 아이 지마키.
하루하루 그저 그렇게 적당히 사람들을 대할때도 그저 적당히, 그러나 외로움을 타는 소년 소타.
개성강한 쌍둥이 소년의 친구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없이 하루하루 보내는 세피아.
귀찮은걸 싫어해서 항상 속으로만 삭히고 기다리기만 하는 소녀 쓰루기.
이 중 그나마 이해되는 사람이 있다면 지마키였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에서 서투른 점이 나를 닮았다.
나도 지레 짐작으로 상처받기 전에 겁부터 먹고 피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도 지마키는 낙관적인 결론으로 끝을 맺는다.
내가 지마키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는 이미 다 자란 어른이라서 지마키처럼 나중으로 미뤄둘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부터는 뭐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즐거운 일도 그게 정말로 즐거운지, 슬픈 일도 그게 정말로 슬픈 건지.
반드시 확인하며 살아가고 싶다. 뭘 하든 어설픈데... 그래도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뭘 하고 싶은지 전혀 결정한 게 없기 때문에
더더욱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중략) ... 사람과 사람의 관계 떄문에 기뻐하고 상처받고 고민하는 건
좀 더 나이를 먹고 난 다음의 즐거움으로 남겨두고 싶다. - p.73
소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지마키와는 또 좀 다르다.
누나와 나는 오랜 세월을 그렇게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지내왔다.
갑자기 친한척하거나 하면, 아마 깜짝 놀라겠지. 서로 조심하는 건지도 몰라.
상대에게서 다정함을 느끼지 않도록, 혹은 그 다정함에 익숙해져버리지 않도록. - p.85
그나마 앞으로의 일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친구들을 소중히 여기는 세피아 편이 가장 발랄하게 읽혔던거 같다.
내가 가장 답답하게 여겼던 아이는 마지막 소녀 쓰루기였다.
마냥 기다리고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던 아이는 지난날의 나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안되는 줄 알면서 좋지 않은 줄 알면서도 너무 취향이 분명해 계속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나는 십대에서 멀어진지 좀 되었는데도 아직도 쓰루기처럼 안되는 것에 여전히 몰입한다.
아직도 이 책을 읽은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마냥 우울했다가도 다시 보니 조금은 밝아지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글쎄, 어쩌면 방황하는 십대를 가장 사실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기도 하다.
암울하지만 아직 젊으니까 그들은 그렇게 계속 고민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들었다.
노란 표지의 몽글몽글한 책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나에게도 케사랑 파사랑이 날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