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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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은 저자가 남미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점을
그만의 독특한 그림과 함께 서술한 문화여행기이다.
작가가 감명깊게 본 책이나 위인들의 종적을 따라가보며 그들을 직접 느껴보고
작고 가난하지만 열정적인 라틴의 문화를 그대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가 겪은 감동과 떨림들은 그의 시적인 글들과 그림들을 보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처음엔 남미의 여러 문학인, 예술인들의 작품들을 평하는 예술에 대한 책인줄만 알았지만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p.82) 헤밍웨이,
"길 위에서 지내는 동안 내게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 (p.90) 체 게바라,
"이 도시에서 삶이 박동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은 보르헤스가 느낀 것을 그대로 느낄 것이다" (p.167) 보르헤스,
"내 그림이 내 삶을 완성했다" (p.144) 고통의 여사제 프리다 등등,
내가 잘 모르던 그들의 행적을 작가와 함께 쫒는 동안
시간과 여유만 허락한다면 나도 당장 그를 따라 열정의 라틴의 나라들로 향하고 싶었다.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여유롭고 정열적이고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이색적이었고 부러웠다.
그의 다소 거칠지만 힘있는 그림은 그런 라틴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보면 볼 수록 맘에 들었다.
특히나 그의 그림은 색이 너무나 아름답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장을 펼친 순간 나타나는 그가 반한 카리브의 바다 그림,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란 이런 바다색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할만큼 아름다운 바다,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가난하고 소박하지만 어둠이 주는 휴식을 잘 알고
예술과 음악을 사랑하는 그들의 정을 나도 느껴보고 싶을만큼
그의 그림처럼 거침없고 솔직하게, 화가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훌륭한 글솜씨로 나를 남미의 세계로 유혹했다.
 
해풍에 삭아내린 페인트조차 표현주의 회화의 화폭으로 전이되는 곳 (p.19)
밤을 지워버린 불빛 (p.43) 이라는 표현, 빈 벽이 미안해 걸어둔 듯한 느낌의 낡은 거울 하나 (p.46)
밴드는 어느새 <찬찬>에서 원초적 살사 음악으로 바뀐다.
그 속에는 아프리카 맹수들의 포효, 불타는 석양, 그리고 카리브의 물빛이 녹아있다. (p.61) 등등
그의 쿠바에 대한 표현들은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정말 시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밖에도 아름다운 표현들은 정말로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너나없이 인생들이 떠 있는 곳이 망망대해라는 것을.
그리고 앙상한 뼈만 남을지라도 끝내 삶의 항구로 끌어오고 싶은
'바로 그것'에 전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 그 어떤 인생에나 있다는 것을.
- p.74
 
나도 곧 동생과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남미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처음으로 떠나는 이번 여행길에서 그의 말처럼 계획한 일보다 더 신나는 일들이 벌어지길 소망해본다.
 
짐작과는 늘 다른 일이 일어나는게 여행이고, 그리고 인생이지. - p.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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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페이스
아미티지 트레일 외 지음, 정탄 옮김 / 끌림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도 한때 하드보일드, 느와르 액션에 빠져들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매우 오래전, 내가 아직 너무 어렸을 때라 기억이 희미한다.
그저 기억나는 거라곤 무법천지 혼란이 난무하는 가운데에도 그들만의 질서가 있었고
진한 남자들만의 우정, 그리고 배신, 언제나 결말엔 총성과 함께 매캐한 연기 속의 혼란...
돈에 울고 웃는 사람들의 치열한 삶의 모습들만 기억이 난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처음 접해보는거라서 더 그 신기한 매력에 빠져들고 단숨에 읽은 것 같다.
그리고 그리 어려운 풍자없이도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대범하게 그 시대상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 더 좋았다.
 
이 책에는 호레이스 스탠리 맥코이의 <그들은 말을 쏘았다> 와 아미티지 트레일의 <스카페이스>
두 편의 하드보일드 소설이 실려있다.
두 편의 공통점은 경제공황의 암울한 사회현실 속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던
두 청년의 비극적인 결말의 소설이라는 점이다.
우습게도 두 소설의 작가들 또한 불운의 삶을 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참 안타깝다.
좀 더 오래 살아있었더라면 좀 더 굵직굵직하고 멋진 그들의 글을 더 볼 수 있었을텐데...
 
<그들은 말을 쏘았다> 은 한 여자를 죽인 죄로 법정에 선 청년, 로버트 시버튼이
자신에 대한 판결을 들으면서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생각하기에 법의 심판은 그에게 너무나 가혹하기만 한데 그는 자신의 일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세상에 대해 비관적이기만 한 그녀, 글로리아는 항상 죽음을 꿈꾸면서도 한편으론 대박스타가 되기를 꿈꾸었다.
사하라 사막으로 가 단편영화를 찍고 싶다는 그의 꿈은 총에 맞아 쓰러지는 그녀와 함께 물거품이 되었을테지.
흥분과 순수한 기쁨의 열기보다는 상금에 눈이 먼 사람들의 음모, 범죄가 난무하던
댄스 마라톤이라는 장소자체가 로버트의 앞으로의 비극을 예견하는 것 같았다.
 
"내가 왜? 자고 일어나면 스타가 될지도 모르는데. 헵번과 마거릿 설러번, 또 조세핀 허치슨도 다 그랬잖아.
하지만 용기만 있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어. 뭐나면, 창문에서 뛰어내리거나 시가전차 앞으로 뛰어드는 거야."
... (중략) ... "이상한 생각이 들어. 사람들은 사는 데는 그렇게 관심이 많으면서 왜 죽는 데는 관심이 없는지 몰라.
왜 그 잘난 과학자 양반들은 더 오래 사는 방법에만 목을 매고 기분 좋게 죽는 방법은 알아내려고 하지 않는 걸까?
이 세상에는 나같은 사람, 그러니까 죽고는 싶은데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텐데 말이야."
 
- p.18-19
 
<스카페이스> 는 갱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인 토니 구아리노는 미국이민자로 가족을 사랑하지만 그들의 사고방식을 존중하지는 않았다.
열심히 살았지만 항상 가난했기에 그들의 방식이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진주조개가 진주를 품듯, 그렇게 성실한 가정에서 또 하나의 갱이 잉태되는 것이었다 (p.162)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표현이다.
 
부와 성공을 꿈꾸던 토니가 갱이 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부조리한 사회속에 살고있었다. 어느 쪽이 진정한 선이고 악인지 구분할 수 없는 혼돈의 시기였다.
경찰과 검사들,지방의원들은 갱단들과 긴밀한 협력관계에 있었고 서로의 이익안에서
서로의 불법적인 일을 눈감아 주고 있었다.
토니의 잔인성과 호전적인 성격은 맘에 들지 않았지만 그의 가족애와 그의 윤리관은 어느정도 호감이 갔고
그랬기에 그의 비극적 결말에선 매우 안타까웠다.
가족을 사랑하던 마음은 둘째치고서라도 혼돈의 시기에 그가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그는 정말이지 치열하고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갔기 때문이었다.
 
알 파치노 주연의 동명의 영화는 원작과는 내용이 좀 다르다고 한다.
나는 다시한번 토니의 삶을 영화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되도록 원작에 충실하게.. 그 살떨리던 기장의 순간순간들, 성공에 다다라 희열에 찬 토니의 모습
그리고 여자의 질투와 오해로 마지막에 치닫는 마지막 숨가쁜 총격씬과
죽음의 순간, 총알을 피하지 않던 그의 마지막까지... 그 모습이 참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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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인의 기술 - 5초 안에 상대를 사로잡는
스기무라 다카요 지음, 전경아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만난 상대에게 나를 호감있게 그것도 오래도록 기억시키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나를 오래 만난 사람들은 내가 생각보다 밝고 엉뚱한 면도 많이 있다는 걸 알지만
의외로 나는 수줍음이 많아서 누군갈 처음만날때면 친해지기 전까지
내가 무척 얌전하고 조용한 스타일이라고 기억한다.
친해지고 나서 내가 사실은 무척 장난스럽고 어뚱하다는 걸 알게되면 처음에는 조금 놀라지만
모두들 으레 나는 그러려니 하고 곧 받아들인다.
 
나의 이런 성격은 장,단점이 있는데 이런 나를 편하게 생각하기도 하는 반면
나는 항상 밝기만 한 사람이고 모든 걸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가끔은 그런 기대치가 너무 높아지면 내가 주체할 수 없을만큼 부담감이 높아져 누군갈 만나기 꺼려질 때가 생긴다.
이 책에선 끝임없이 일관적인 자기만의 줏대를 만들고 주체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고
그렇게 자신만의 브랜드, 세일즈 포인트를 만들라고 하는데
이 점에서 보면 나는 그런 캐릭터를 만드는데 있어 완벽히 성공하지는 못한것 같다.
약간의 캐릭터는 만들었고, 그리 나쁘지 않은 평판도 얻었지만,
내 스스로 진심으로 즐기지 못하고 끝까지 일관되게 유지할 수 없는 브랜드였기 때문이다.
 
내가 실패한 브랜드는 하나가 더 있는데 그건 내가 많이 웃는 스타일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좋은 점이었던 이 점때문에 나는 몇몇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고
나도 상대방도 상처를 받은 적이 몇 번 있었다.
나의 미소를 상냥함, 또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상대방이 오해한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론 나는 약간 자신감을 잃었었다.
 
그래도 이 책을 통해 나를 왜, 어떻게 각인시켜야 하는지 많이 생각해 볼 시간을 갖게 되서 좋았다.
내가 생각하던 장점이 때론 단점이 되듯이
장점이라고 좋아만 하고, 단점이라고 부끄러워만 할 게 아니라
나의 장점을 찾아보고 단점을 좋게 부각시킬 수 있도록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실제로 이 책은 여러 경험담과 많은 유명인들의 사례를 통해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읽기 편했는데
한해에 구두를 다섯켤레나 갈아치우는 바람에 돈이 모자르다고 푸념하는 직원을 혈기왕성하다고 생각하거나
요리를 잘한다는 직원을 보며 해외에 나가 일하더라도 끼니는 거르지 않고 열심히 생각하는 것처럼
생각지도 않았던 나의 어떤 부분이 남들에게도 저런 식으로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사소한 말투나 행동도 앞으로 매우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이 책의 여러체크리스트들을 보고 생각하면서 나는 나의 이력서를 작성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아서 좋았다.
 
'무능한' 사람보다 못한 건 '잊혀지는' 사람이다.
자신만의 선택을 가지고 '주체적인 선택' 을 하자.
'나만의 장점' 을 부각시켜라.
"좋아하는 옷과 잘 어울리는 옷은 다르다."
남의 입을 통해 이야기하라.

 
마지막으로 나는 미국프로야구에서 발목부상을 당한 실링이 시합바로 전날 발목을 고정하는 시술을 받고나서
투혼을 발휘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 일화가 매우 감동적이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남의 기대에 지쳤던 나에 비해 그는 타인의 기대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브랜드를 끊임없이 보여줬다.
나도 앞으로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의지도, 나의 브랜드도 만들고 싶은 의지도 불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책이었다.
 
 
 

* 파본?
p.169 맨아래 "요리를 대접받는다."
p.170 맨처음 "낸 것이나 다름없다"
내용이 뭔가 짤렸습니다. 뭐가 낸것이나 다름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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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2.0 - 일상 속으로 파고든 '경제학의 재발견'
노르베르트 해링 외 지음, 안성철 옮김 / 엘도라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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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평소에 경제학이란 학문이 거대한 기업체나 국가를 운영하는 데에만 필요하지
나와는 거리가 먼 분야라고 생각해왔기에
이 책의 소개글을 봤을때 흥미가 동해서 책을 펴보게 되었다
 
스포츠 센터가 회원들의 눈먼 돈을 긁어모으는 이유?
TV를 많이 볼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다?
키 큰 사람의 소득이 더 높은 이유
 
등등... 일상에서 거의 경제와는 상관없는 분야가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들은 일단 흥미를 불러일으켜주기는 했다.
몇몇 사례들은 공감도 가고 매우 재미도 있었다.
특히 초반에 나왔던 돈의 경제학에서 일반사람들이 손해를 보는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정액제 요금을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는 부분은 나도 많이 공감이 갔다.
나에게도 자주 핸드폰 인터넷 정액제 안내에 대한 전화가 오는데
나는 핸드폰으로 인터넷은 자주 사용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설명을 듣다보면 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행복 경제학이나 여성 경제학 부분은 평소에 관심도 있었던 분야이기도 하고
전에 행복을 수치로 나타내고자 연구한 책에 관해 읽어본 기억이 있고, 또 그 책과 내용이 유사해서 관심있게 보았으며
여성 경제학 부분은 내가 여성이기에 많이 관심을 갖고 주의깊게 읽었다.
읽은 후 여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낮추고 있다는데 공감하고 충격을 받았으며
그래도 여성에 대한 교육방침이 지금의 여성차별이 문제가 되는것처럼 앞으로 많이 달라질 거란 희망을 갖기로 했다.
나조차도 이 책을 보고 여성차별에 원인을 직시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고 달라질 거라 믿는다.
 
그리고 투자 경제학 부분은 내가 경험도 없고 상대적으로 관심도 적다보니
아직도 이해가 어렵다. 차후 더 많이 공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책 말머리 추천의 글에서 말하는 경제학을 비판하는 농담들을 읽고
나도 처음에는 웃었으나 이 책을 읽고 조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적어도 내 생각보다 경제학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며 많이 알수록
나의 삶의 질이나 행복의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책 말미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들은 합리적 판단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경향이 많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든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게 경제적으로 합리적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하더라도
모든게 딱딱 들어맞는 재미없는 이코노믹적 사람들이 많은 사회보다는
좀 더 사람다운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살기에는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타?
p.137 아래서 네번째 줄
"지난 수년동안 수많은 비만연구자들은 살을 뺀 비만환자들의 사망률이
증가했다는 연구보고서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주목했다."
 
왠지 좀 이상한 문장이다.
 
-> "연구보고서에 주목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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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히사이시 조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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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유명 영화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들어왔다
영화와 함께 들었던 그의 음악은 언제나 감동이었고
음악을 들을때마다 내 가슴이 뛰고, 때론 눈물도 나고, 때론 내가 광활한 새로운 세계에 붕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음악을 들을때마다 언제나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만든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그의 책이 나왔다는게 너무 반가웠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이유에서일꺼다.
 
이 책에는 그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훌륭한 음악인이 되기 위해 어떤 마음자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감성을 연마하고 직감을 단련하고 많은 이의 마음에 드는 훌륭한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
그런 꾸준한 그의 노력이 그의 음악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창조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똑같지 않을까?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가장 좋은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
좋은 의미에서 예상을 뒤엎을 만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평소부터 감각을 연마하고 센스를 키우는 것,
이러한 것들은 비단 음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리라.
- p.12
 
누구나 음악을 듣고 눈물 한 방울 흘려보지 않은 사람은 마우도 없을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훌륭한 음악은 모두의 마음을 흔들고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영화 <웰컴투 동막골> 의 감독 박광현이 히사이시 조가 음악 그 자체라고 한 말한 그를 향한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작곡가로서 음악을 단순히 만들기만 한다면 어쩌면 조금은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상업적인 면과 작곡가 본인의 취향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기 시작하면
그의 말대로 훌륭한 음악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취향대로 만드는 것이 반드시 상업적으로 성공을 가져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음악을 마음대로 만들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가 하는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은 그런 면에서 더 어렵다.
본인의 취향보다는 영화의 세계관이나 작가의 바램대로 많은 음악을 단기간에 만들어야 하는 제한적인 조건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그렇게 계속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보다 더 새로운 음악적 방식과 새로운 생각과 경험, 색다른 재미를 배울 수 있기에 좋은 경험이라고 한다.
본인이 즐길수만 있고 배울 수만 있다면 그의 말이 맞는 거 같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반면
그의 그런 도전 정신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그에게 정말 존경심을 갖게 한다.
또 그는 영화음악만을 계속 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음악관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성있는 삶을 살고있다.
 
그의 말 중에 재미있었던 말이 있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품의 내용을 별도로 치면, 그냥 자신이 정하면 되는 것뿐이다.
아무도 인정햐 주지 않아도 자신만 납득하면 되지 않는가.
본인 입으로 "나는 예술가입니다." 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예술가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하나도 없어도 된다.
- p.14-15
 
그리고 그의 말 중에 충격받은 말이 있다면 "only one" 의 함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도 여지껏 "only one" 이 되기를 바래왔는데, 그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을 막고 도태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only one" 과 넘버원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는 듣는 법과 약간 흉내내어 부르는 법만 알았는데
음악적 지식도 조금 배울 수 있어 더 유익했었던 책 같다.
영화음악의 두 종류 상황내음악과 상황외음악에 대한 부분에서는 최근 내가 보았던 영화에서
기억에 남았던 음악이 떠올랐다.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에서는 <컨츄리 로드> 라는 노래가 계속 나온다. 여주인공이 개사를 해서 부르기도 하고
남자주인공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참 좋았다.
또 이번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원스> 의 주제곡 "falling slowly> 는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상황내음악이었던 것 같다.
또 얼마전 지인과 함께 영화 <어톤먼트> 를 보았는데 영화를 보고난 후 그분은 음악이 훌륭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역시 같은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고, 훌륭한 상황외음악이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사이시 조는 음악영화의 감독을 맡은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찍고 난 후의 경험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영화를 찍고 난 후 나는 예전과는 다른 시점에서 영화를 접함으로써 영화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은 앞으로 영화음악을 만들 때에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118
 
영화를 만들었던 경험 역시 그가 말하는 더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다는 지식과 경험의 축적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렇듯 그는 많은 경험을 중시하지만 가능성의 폭을 좁히는 경험은 지양하는데
그런 그가 일본인으로 객관적으로 일본인,중국인,한국인에 장,단점을 말하는 부분은
나도 많이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일본인과 중국인을 만나본 적이 없기에
내가 가진 편견을 그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하지만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수용하면서 그곳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내어
한단계 더 발전한 음악인의 길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이 정말이지 프로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개인으로서 개인적 이기심보다는 더 큰 사회속의 음악인의 길을 나아가고자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에 최대한 '오늘' 을 표현하되,
시대를 초월해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그,
그저 잘 팔리기만 한 곡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좋은 음악을 계속 만들어
사람들이 음악이란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램은 어느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그의 음악이 계속 기대된다.
오늘은 그의 음악이 나오는 영화 한 편을 다시 보며 그의 음악에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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