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히사이시 조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히사이시 조의 음악은 유명 영화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들어왔다
영화와 함께 들었던 그의 음악은 언제나 감동이었고
음악을 들을때마다 내 가슴이 뛰고, 때론 눈물도 나고, 때론 내가 광활한 새로운 세계에 붕 떠있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음악을 들을때마다 언제나 이렇게 훌륭한 음악을 만든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런 그의 책이 나왔다는게 너무 반가웠다.
아마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은 이유에서일꺼다.
 
이 책에는 그가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음악을 만들고
훌륭한 음악인이 되기 위해 어떤 마음자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감성을 연마하고 직감을 단련하고 많은 이의 마음에 드는 훌륭한 음악을 계속 만들고 싶다는 그의 말.
그런 꾸준한 그의 노력이 그의 음악이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일 것이다.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창조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추구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똑같지 않을까?
하나의 목적을 위해 가장 좋은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는 것,
좋은 의미에서 예상을 뒤엎을 만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위해 평소부터 감각을 연마하고 센스를 키우는 것,
이러한 것들은 비단 음악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리라.
- p.12
 
누구나 음악을 듣고 눈물 한 방울 흘려보지 않은 사람은 마우도 없을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훌륭한 음악은 모두의 마음을 흔들고 얘기를 나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영화 <웰컴투 동막골> 의 감독 박광현이 히사이시 조가 음악 그 자체라고 한 말한 그를 향한 최고의 찬사가 아닐까 싶다.
 
작곡가로서 음악을 단순히 만들기만 한다면 어쩌면 조금은 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 상업적인 면과 작곡가 본인의 취향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기 시작하면
그의 말대로 훌륭한 음악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본인의 취향대로 만드는 것이 반드시 상업적으로 성공을 가져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계속해서 음악을 마음대로 만들 여유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그가 하는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은 그런 면에서 더 어렵다.
본인의 취향보다는 영화의 세계관이나 작가의 바램대로 많은 음악을 단기간에 만들어야 하는 제한적인 조건이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을 그렇게 계속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어
보다 더 새로운 음악적 방식과 새로운 생각과 경험, 색다른 재미를 배울 수 있기에 좋은 경험이라고 한다.
본인이 즐길수만 있고 배울 수만 있다면 그의 말이 맞는 거 같다.
사람들은 보통 자신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반면
그의 그런 도전 정신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그에게 정말 존경심을 갖게 한다.
또 그는 영화음악만을 계속 하는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음악관이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성있는 삶을 살고있다.
 
그의 말 중에 재미있었던 말이 있다.
 
예술가가 되는 것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품의 내용을 별도로 치면, 그냥 자신이 정하면 되는 것뿐이다.
아무도 인정햐 주지 않아도 자신만 납득하면 되지 않는가.
본인 입으로 "나는 예술가입니다." 라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그 사람은 예술가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하나도 없어도 된다.
- p.14-15
 
그리고 그의 말 중에 충격받은 말이 있다면 "only one" 의 함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도 여지껏 "only one" 이 되기를 바래왔는데, 그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일을 막고 도태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니
조금만 생각해보면 "only one" 과 넘버원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음악에 대해서는 듣는 법과 약간 흉내내어 부르는 법만 알았는데
음악적 지식도 조금 배울 수 있어 더 유익했었던 책 같다.
영화음악의 두 종류 상황내음악과 상황외음악에 대한 부분에서는 최근 내가 보았던 영화에서
기억에 남았던 음악이 떠올랐다.
애니메이션 <귀를 기울이면> 에서는 <컨츄리 로드> 라는 노래가 계속 나온다. 여주인공이 개사를 해서 부르기도 하고
남자주인공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고 참 좋았다.
또 이번 8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주제가상을 받은 영화 <원스> 의 주제곡 "falling slowly> 는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상황내음악이었던 것 같다.
또 얼마전 지인과 함께 영화 <어톤먼트> 를 보았는데 영화를 보고난 후 그분은 음악이 훌륭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역시 같은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고, 훌륭한 상황외음악이 이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사이시 조는 음악영화의 감독을 맡은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 영화를 찍고 난 후의 경험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영화를 찍고 난 후 나는 예전과는 다른 시점에서 영화를 접함으로써 영화의 본질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험은 앞으로 영화음악을 만들 때에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118
 
영화를 만들었던 경험 역시 그가 말하는 더 좋은 곡을 만들 수 있다는 지식과 경험의 축적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렇듯 그는 많은 경험을 중시하지만 가능성의 폭을 좁히는 경험은 지양하는데
그런 그가 일본인으로 객관적으로 일본인,중국인,한국인에 장,단점을 말하는 부분은
나도 많이 공감하면서도 실제로 일본인과 중국인을 만나본 적이 없기에
내가 가진 편견을 그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하지만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수용하면서 그곳에서도 좋은 점을 찾아내어
한단계 더 발전한 음악인의 길을 추구하는 그의 모습이 정말이지 프로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개인으로서 개인적 이기심보다는 더 큰 사회속의 음악인의 길을 나아가고자 노력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음악에 최대한 '오늘' 을 표현하되,
시대를 초월해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에 남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그,
그저 잘 팔리기만 한 곡이 아니라 완성도 높은 좋은 음악을 계속 만들어
사람들이 음악이란 것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바램은 어느정도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나는 앞으로도 그의 음악이 계속 기대된다.
오늘은 그의 음악이 나오는 영화 한 편을 다시 보며 그의 음악에 빠져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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