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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ㅣ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은 저자가 남미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보고 느낀 점을
그만의 독특한 그림과 함께 서술한 문화여행기이다.
작가가 감명깊게 본 책이나 위인들의 종적을 따라가보며 그들을 직접 느껴보고
작고 가난하지만 열정적인 라틴의 문화를 그대로 우리에게 들려준다.
그가 겪은 감동과 떨림들은 그의 시적인 글들과 그림들을 보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처음엔 남미의 여러 문학인, 예술인들의 작품들을 평하는 예술에 대한 책인줄만 알았지만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p.82) 헤밍웨이,
"길 위에서 지내는 동안 내게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 (p.90) 체 게바라,
"이 도시에서 삶이 박동하는 것을 느끼는 사람은 보르헤스가 느낀 것을 그대로 느낄 것이다" (p.167) 보르헤스,
"내 그림이 내 삶을 완성했다" (p.144) 고통의 여사제 프리다 등등,
내가 잘 모르던 그들의 행적을 작가와 함께 쫒는 동안
시간과 여유만 허락한다면 나도 당장 그를 따라 열정의 라틴의 나라들로 향하고 싶었다.
가난하지만 누구보다 여유롭고 정열적이고 낙천적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매우 이색적이었고 부러웠다.
그의 다소 거칠지만 힘있는 그림은 그런 라틴의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보면 볼 수록 맘에 들었다.
특히나 그의 그림은 색이 너무나 아름답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첫 장을 펼친 순간 나타나는 그가 반한 카리브의 바다 그림,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란 이런 바다색을 말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할만큼 아름다운 바다,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가난하고 소박하지만 어둠이 주는 휴식을 잘 알고
예술과 음악을 사랑하는 그들의 정을 나도 느껴보고 싶을만큼
그의 그림처럼 거침없고 솔직하게, 화가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훌륭한 글솜씨로 나를 남미의 세계로 유혹했다.
해풍에 삭아내린 페인트조차 표현주의 회화의 화폭으로 전이되는 곳 (p.19)
밤을 지워버린 불빛 (p.43) 이라는 표현, 빈 벽이 미안해 걸어둔 듯한 느낌의 낡은 거울 하나 (p.46)
밴드는 어느새 <찬찬>에서 원초적 살사 음악으로 바뀐다.
그 속에는 아프리카 맹수들의 포효, 불타는 석양, 그리고 카리브의 물빛이 녹아있다. (p.61) 등등
그의 쿠바에 대한 표현들은 김용택 시인의 말처럼 정말 시인의 향기가 느껴진다.
이밖에도 아름다운 표현들은 정말로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너나없이 인생들이 떠 있는 곳이 망망대해라는 것을.
그리고 앙상한 뼈만 남을지라도 끝내 삶의 항구로 끌어오고 싶은
'바로 그것'에 전부를 걸어야 하는 순간이 그 어떤 인생에나 있다는 것을. - p.74
나도 곧 동생과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남미만큼은 아니지만 거의 처음으로 떠나는 이번 여행길에서 그의 말처럼 계획한 일보다 더 신나는 일들이 벌어지길 소망해본다.
짐작과는 늘 다른 일이 일어나는게 여행이고, 그리고 인생이지. -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