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탄생 200주년 기념 컬렉션 [5CD]
쇼팽 (Frederic Chopin) 작곡, 루빈스타인 (Arthur Rubinstein) / 소니뮤직(SonyMusic)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출퇴근시간을 이용해 꽤 열심히 들었던 5장짜리 음반. 이제서야 리뷰를 올린다. 탁월한 네명의 연주자, 나같은 초보입문자에게는 참 고맙고, 풍성한 기념 앨범이었다.  

가장 손이 많이 갔던 것은 키신의 연주가 담긴 씨디, 그리고 루빈스타인의 녹턴 씨디였는데, 어떤 고마운분의 베품으로 처음 들었던(언젠가 이미 들어보았을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24 Preludes를 키신의 연주로도 부지런히 들었다.(키신,솔직히 말하면 외모로 보이는 어떤 선입견때문에 별로 기대를 안했던것 같다.오해해서 미안합니다! 좋아졌어요.좋아할거에요.) 처음 듣던 때에도 장마였나? 며칠째 비가왔던 것 같은데, 다시 떠올리고 들어보는 요즘도 계속해서 비가 내린다. 아,그리고 오랫만에 토요일 조조영화를 보러나갔던 곳에서도 이 곡을 들었다. 여러 소음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것 같았지만, 나는 문득 정지한채로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좋은 것은 어디에서 만나도, 어느때에 만나도 항상 반갑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한가지 더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은 나는 그동안 단지 모르는 채로,눈치채치 못한채로...지금껏 이곳저곳에서 수많은 클래식 음악들을 들으며 살아왔겠구나 하는 사실. 아무튼 진작에 주의를 기울여 들어보지 않았었다면, 조금 혼란했던 그곳에서 나는 이곡이 쇼팽의 음악이라는 걸, 24개의 전주곡이란 타이틀을 갖고있다는 걸 몰랐을것 같다. 우연한 기회들이 필연적인 감사가 되는 순간.   

그리고, 좀더 명확하게 반가운 마음으로, 또 친근한 기분으로 자주 들었던 루빈스타인의 녹턴. 가끔 피아노 연주자들이 건반과 끈끈하게 이어져있을때 무심코 들려지는 소리들이 있는것 같다. 꼭 굴드가 아니어도, 옅은 허밍들, 신중한 숨소리 같은 것들, 그리고 손가락이 건반에 가닿는 소리들, 그런 소리들은 나를 무척 행복하게 해준다. 왠지 연주가들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습관들을 나누어 갖는 기분이 드는 것 같다. 그런 사소하고 작은 소리들이 모여서 개인의 음악을 이루고, 나는 그 사적인 음악들에 참여하거나 초청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실제적으로 마음과 시간을 나누고 공유하는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에서도, 가끔씩 어떤 피상의 한계에 부딪히는 때가 오는데...이렇게 한 곡의 음악과 만나고, 살아있는 관계를 맺어가는 경험들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런 고마운것들을 채워주니 별수없이 이번 음반도 별 다섯개. 어짜피 내가 별 두세개를 준다해도, 그것은 검증된 평가가 아닐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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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0-09-03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빈스타인의 녹턴 찌찌봉이네요~^^
맞아요~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모여,공감과 교감,나아가서는 살아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hina 2010-09-03 21:16   좋아요 0 | URL
나무꾼님께서 [교감]이라는 단어를 말씀해주시니,
음악감상이라는 건 그저 '듣는' 수동에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고
함께 '따라가고','느끼는' 능동의 행위라는걸,
다시금 생각하게 되네요.
루빈스타인의 녹턴 좋죠? 오랫동안 들어도 안질릴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당^^

라로 2010-09-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담아갑니다.
예전에 아는 분이 쇼팽의 전곡 CD를 선물로 주셨는데 첨엔 열심히 듣다가 요즘은 거의 안듣고 있어요.
사는데 바빠서 그런지,,,,팍팍한 일상에 숨이 막힐 것 같으면서도 말이지요,,,좋은 글이에요.^^

hina 2010-09-03 21: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님!(혹은 침묵님으로 불러드려야할지...)
어떤 연주자의 전집을 갖고 계신지는 알수없지만, 저 기념반의 구성도 개인적으로는 좋았습니다.일단 저렴하고 또 고루고루 들어볼수 있었던것 같아요.
저는 머릿속의 생각들이 지나쳐서 소음 수준이 되어가면,음악을 찾아 듣게 되는듯 합니다.악기들의 목소리(저는 주로 피아노)를 가만히 따라가고있다보면,그제서야 머릿속이 좀 조용해지는것 같아서요.
이제 휴일인데,되도록 여유도 찾으시고 숨통을 틔워주는 좋은 음악도 많이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글이라는 넘치는 칭찬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10-09-03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 님은 원래는 Nabee 님이었죵. (나비로 오해했는지 좀 바꾸시려는 듯^^) 저렇게 표시를 해 놓으니 하니 뭔가 동물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흠. 그나저나..

키신의 외모에 의한 선입견은 몰까요? 궁금.

hina 2010-09-05 13:08   좋아요 0 | URL
아! 원래는 Nabee님이시군요. '...' 동물같다니..ㅎㅎㅎ
말씀듣고보니 그렇게도 보이네요.
키신의 외모에 대한 선입견은...이것도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라 밝히기 좀 민망하지만, 어쩐지 헤어스타일? 젊다는 것? 이런것들때문에 팝아티스트의 느낌이 나서요.ㅎㅎㅎ
뭔가 퓨전,크로스 오버...적인 연주를 할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양철나무꾼 2010-09-1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깃들님.
키신의 외모에 대한 선입견도 저랑 찌찌봉이군요~

웃음소리를 깃들님을 따라 해봤어요.
저는 저렇게 자음만으로 이루어진 웃음소리는 잘 안 쓰거든요.
따라붙는 모음이 너무 궁금해서리~^^

hina 2010-09-15 23:58   좋아요 0 | URL
앗.그런가요?
아마 음악이라면 나무꾼님께서 저보다 훨씬 많이 들으셨고 또 알고계실텐데, 무지랭이(^^;)인 저와 비슷하게 느끼시는 부분들이 있다는게 반갑고 신기하네요.
전 나름 인터넷채팅붐..의 세대였어서..오랜 습관이랄지,자꾸 자음으로만 이루어진 웃음소리들을 쓰게 되네요. 완전히 안쓰게 되는 때가 오겠지만요. 흐.

참, 댓글이 너무 늦어 죄송해요.흑..

2010-09-19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20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0-09-20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마음에 담겨 있는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듣고 싶어지네요.
음악 이야기, 책 이야기와 더불어.
한가위가 가까와졌어요.
어떻게 한가위를 보내시는지 모르지만
가족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랄꼐요~.^^

hina 2010-09-20 14:13   좋아요 0 | URL
...님^^
어제 저녁, 사람들이 점점 입을 다물게되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가 없기 때문이라는 얘기들을 나누었던게 떠오르네요. 제 마음에 담겨있는 이야기들을 귀기울여 듣고싶다는 말씀,진심을 담아 감사합니다.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나름의 풍성한 추석연휴를 보낼까 합니다~
...님께서도 여러모로 풍성한,즐거운,뿌듯한 연휴 보내셨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