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밤이 있다는건 고마운 일이다. " (박범신)

"이렇게 혼자 건넌방에 앉아서 당신께 편지를 쓰는것이 나의 유일한 행복이외다. " (이광수)

내게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 고마운일, 유일한 행복이었던가? 무심코 열어본 책상 서랍,그 안에 정갈한 모양으로 접혀있는 누군가의 편지를 찾아내어 몰래 읽는 기분이 든다. 편지 곳곳에 묻어있는 반가움,걱정,고마움,그리고 둥굴게 표현되는 애정... 그 애정의 단맛에 입안에 자꾸만 침이 고인다. 최대한 소리없이 단침을 삼키며 한장 한장 넘긴다. 나도 누군가에게 편지를 적고 싶은 마음이 솟는다. 고마움을, 볼품없지만 정직한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용기내 부르면 다가올것 같은 행복을 고요한 시간에 가만히 불러보고 싶다. 손끝이 간지러워서 하릴없이 만년필을 들어 낙서만 새긴다. 아.나도 한없이 턱을 괴고앉아 사각사각 수다를 떨고싶다.  

한 글자,한 글자 마음을 담는 것이 어색해지고 두려워지는 요즘이다.  꽤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일이다. 필체에 신경써가며, 맞춤법이 틀릴까 주의를 기울여가며 편지를 완성한다는 것. 그저 누군가에게 전하고픈 말을 적는 것일뿐인데... 예전엔 연습장을 북 뜯어서 누군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편지를 써서 주곤했는데 왜 지금은 어려워졌을까.  

잠시 생각해보니 아마 지금은 하고픈 이야기...라는 것을 담아두지도 않고 (메신저와 SNS가 있으니) 진작부터 담아둘만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영영 꺼내지 않을 작정을 하며 살아서일지도 모른다. 그때 그때 할말을 다 하고 살아서 편지 속에 차곡차곡 쌓을 말이 없어서,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지않도 내 할만만 토하듯 버리듯 내뱉듯 그렇게 살아서... 

종이 위에서 한번 더 다듬어 지거나 한줄 쓰고 머뭇거리다가 결국 하얗게 지워지는 글자들...망설임의 시간들 조차도 생략되어서... 나는 아마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말,하지 않았으면 좋을말들을 훨씬 많이 하며 살고 있을 것이다. 음...반성해보지만 이미 늦었을려나?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한편, 문득 그리워 편지를 쓰듯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 대단하지 않지만 정성스럽게, 조심스럽지만 어느때보다 진솔하게... 

이런,책에 대한 얘기는 거의 안했구나. 편지가 쓰여진 배경과, 당시 글쓴이의 심정,상황과 같은 정보들이 편안하게 소개되어있고, 실제 편지들의 사진이 함께 실려있다. 책을 펴낸 강인숙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마치 '정령'이 담긴것 같은...글쓴이들의 글씨체도 볼수 있다. 

  

책을 보며 들었던 음반... 

브람스! 라두 루푸! 하며 사버렸었던, 한번 잘 듣고 한동안 조용히 모셔져있었던 음반^^;;

작년 10월 말쯤이었나? 내한 계획으로 많은 이들을 설레게 만들었다가, 건강악화로 인해 갑작스레 모든 공연이 취소되었었다. 지금은 좀 회복되었을까? 직접 보고싶었는데 부디 쾌차되어서 국내에서의 새로운 일정이 잡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 음반을 다시 꺼내든 목적도,이유도 브람스의 intermezzo를 듣기 위함이었는데, 이 곡은 워낙에 유명하고 최근 국내 영화중 '쩨쩨한 로맨스'에서도 두 남녀를 이어주는데 한몫을 하며 등장했었다. 음악 노트에 메모된 것을 보니 '언뜻 비추이는 희망, 그러나 금세 얼굴을 숨길듯','눈물처럼 어리는 간절함'  이런 것들을 적어놨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이런 감상이란 말인가? 좀더 제대로된 감상을 쓸수있으려면 확실히 많은 시간이 필요할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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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0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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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07 1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7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8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1-03-08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첫사랑이 지금의 남편인데, 연습장에 글씨를 너무 단정하고 예쁘게 써서 제가 홀라당 반한 케이스예요.
지금은 편지나 일기는 고사하고 손글씨 잘 안쓰게 되죠.
고작해야 카드 긁고 하는 사인정도요.
님의 동글동글한 글씨도 참 예뻤는데 말이죠~^^

hina 2011-03-08 09:08   좋아요 0 | URL
저도 글씨 단정하게 쓰는 남자,손이 예쁜 남자에 핑핑 넘어가는데...
나무꾼님으로부터 남편분 얘기만 들으면,막 배가 아프려고~~ㅎㅎㅎ
요즘엔 손글씨를 참 안쓰게 되죠. 왠지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뭘 좀 써볼까 하고 편지지나 엽서를 사다놓아도 그저 구석에서 쌓이기만 하네요^^;
(나중에 나무꾼님께 편지 보내드리기 프로젝트라도..)
글씨 칭찬~~ 감사합니다 :)

2011-04-26 0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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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8 1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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