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정상입니다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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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심리학자와 정신과의사의 책을 읽는 이유는 두 가지다. 내가 이상한건가/아닌가. 혹은 쟤가 이상한건가/아닌가. '내(쟤)가 어딘가 이상한 것 같은데 딱 꼬집어서 뭐라고는 못하겠다. 그런데 이게 일상에 크나큰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큰건 아니어서 아무렇지 않은 척 생활은 가능한데 어딘지 찝찝하다. 가까운 누군가에게 말 할 수도 없고 상담을 받자니 치료를 받을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문제가 없진 않은 것 같다. 이게 대체 뭘까?' 싶을때 그들의 책을 집어든다.


 그리고 대부분의 저자들은 용했다. 아직 한마디도 안했는데 자리에 앉자마자 "이것 때문에 왔지?" 하고 알아맞추는 용한 점쟁이처럼, 그들은 내가 전혀 생각지 않은 곳에서(고민했던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의 책을 읽다가) 내가 아직 말로 표현하기도 애매할 정도로 막연했던 의문점을 (나도 끄집어내지 못했던 심연의 고민을) 정확하게 짚어내어 말해준다. 그것도 정확한 용어를 들어서. 그렇다는 건 내가 끌어안고 괴로워했던 고민은 앞서간 수많은 사람들의 것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나는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이상한건가'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기 때문에. 남들도 다 그렇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이 책도 그런 식이다. 현대인이 하는 고민은 사실 매한가지다. 요즘 뜨고 있는 것들로 말하자면 "혼자 있는게 편해요 (그걸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요)",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요(사회성이 부족해서일까요)", "자존감이 바닥이에요(나빼고 다들 좋아보여요)", "앞길이 막막해요(실패한 인생같아요)"등등. 다른사람도 그렇다고 해서 내 고민이 상쇄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어딘가 문제있는 건 아닐까'에 대한 불안은 해소된다. 이것만 해소돼도 어쩔 수 없이 평생 안고 가야할 고민과 괜히 끌어안고 힘들어하기만 했던 것이 구별된다.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점이다. 사람들은 병 아닌가 걱정만 심하게 해도 병이 난다. 특히 지금은 정보가 많아 어디서 주워들은 증상만 듣고 병을 끼워 맞출 여지가 많다. 점점 더 심각한 병을 떠올리고 스스로 병을 진단해 먼저 결론짓고 의사를 찾아간다. 내가 과거에 이런경험을 했고 이러저러해서 지금 이렇게 된거 아닐까요. 


 저자는 그런 그들의 얘기를 먼저 차분히 들어주고 결론만 "너는 정상이야"라고 말해주는 것이 아닌 항목별로 조목조목 따져준다. '네가 이런 생각을 갖고 그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상황에 따른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행동으로 이어진다면 나쁜 사인일 수 있지만 너는 다행히 이러저러했으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괴로워할 필요 없는 정상인이고 그안에서도 어떤 점은 너만의 특장점이다.' 라면서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면모를 발견해준다.(예를 들면, 자신이 똥같다고 얘기하는 분에게 그럼에도 당신에겐 이런저런 장점이 있으니 당신은 황금똥이다.라고 말한다)


 해결책은 대부분 우리가 비합리적(비정상)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학문적으로 연구된 굉장히 합리적인(정상적인) 마음의 작동방식인 것이고 따라서 그런 생각과 마음을 갖는 너는 정상이다. 그러니 네가 생각하고 있는 고민을 조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라는 것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기대를 완전히 져버려야 하고(예를 들면, 타인과 내 생각이 같을 것이라는 것) 어떤 건 살면서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고민(예를 들면, 인간관계)이다. 중요한 건 너무 그것들에 매몰되지 않는 것. 그리고 앞으로 편하게 안고 갈 수 있는 나만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다.


 굉장히 쉽게 얘기해준다. 이런저런 전문용어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어체의 심리상담이다보니 쉽게쉽게 간 듯 한데 이런 면이 읽으면서 강신주의『다상담』을 떠올리게 했다. 돌직구라기보다는 타이르는 듯 친절히 얘기해주지만 그렇다고 에둘러 얘기하지도 않는다. 분명히 알려준다.


 스무개도 안되는 상담사례지만 이 중에 하나라도 해당 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요즘 젊은이들의 고민은 비슷비슷하니까. (20-30대가 읽으면 딱인데 대학생보다는 대학생 이후의 미혼자들이 보면 적합한 사례들이다.) 나도 했던(하고 있는) 고민들이 있어서 뭔가 물어보고 털어놓고 싶었던 답답한 마음이 읽으면서 많이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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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 - 신의 불을 훔친 인류 최초의 핵실험
조너선 페터봄 지음, 이상국 옮김 / 서해문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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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폭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이 없다(너무 많이 알면 잡혀가지). 나 역시 핵폭탄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서만 알았지 그것의 발단과 경위는 잘 몰랐다. 이 책은 그걸 알려준다.


 순수하게 재미를 위한 그래픽노블이 아닌 사실을 토대로 정보 제공도 해야 하는 이런 류의 그래픽 노블은 정보제공만 하다가 판나는 경우가 많다. 재미와 정보제공 둘 다 잘하긴 쉽지 않다. 더구나 소재가 논픽션이니만큼 왜곡되어서도 안된다. 그러면 어떤 것을 자의적으로 빼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진도가 안나간다. 설명만 주구장창 하다가 막상 스토리 진행은 뚝뚝 끊긴다. 특히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한 과학 소재의 경우 용어설명만 하다가 판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처음 부분만 잘 참고 넘기면 되겠다. 과학자의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용어도 생소하지만 설명은 어렵지 않으니 그렇다 하는 것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읽고 넘기면 된다. 핵에너지의 원리를 설명하는 몇 페이지가 아마 고비일 것이다. 책은 아주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알려주려 노력하지만 이해가 안간다면 그냥 그대로 넘겨도 무방하다. 그 후는 그냥 스토리라인 따라가면 되니까.

 이 책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최대한 쉬운 방식으로 차분하게 알려주되 그걸 질질 끌지는 않고 그렇다고 또 빼먹지도 않는다. 스토리와 정보제공 균형을 잘 맞췄다. 과학 용어설명 뿐 아니라 주요 과학자 설명, 당시 2차 세계대전의 전황, 그리고 일본에 투하하게 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의 흐름과 교훈까지. 무엇보다 연출이 끝내줘서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강약조절을 잘한다고 해야 할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최초의 핵실험 '트리니티'가 성공하기까지가 책의 절반이다. 핵무기를 고안하게 된 과학적 원리부터 시작해 미국의 어마어마한 물적&인적 자원으로 밀어붙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정, 그렇게 과학적 원리를 무기로 실용화하기까지 과학자들의 고민이 전반부에 담겨있다. 클라이막스는 첫번째 핵실험이 터지는 순간. 절대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오펜하이머가 인용한『바가바드기타』의 "나는 이제 죽음이 되었노라. 세상의 파괴자가!" 라는 구절이 상황에 적확하다.

 그렇게 신무기를 갖게 된 미국에 의해 전황이 달라지게 되는 게 후반부. 클라이막스는 핵무기가 일본에 떨어질 때다. (참혹한 묘사에 『맨발의 겐』이 떠올랐는데 역시나 참고자료에 'Barefoot Gen'이 있었다) 그렇게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고 처음에는 축배를 들었던 '맨해튼 프로젝트' 가담자들은 실상을 알게되고 고민한다. 내가 무엇을 했던 것일까.

 핵무기를 만드는 데 총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는 그 후 완전히 돌아서서 반대운동을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걸 되돌릴 순 없다. 그리고 멈출수도 없다. 이후 미국은 기세를 몰아 수소폭탄도 만들었고, 소련도 핵폭탄을 만들었다. 이제는 터지면 나라가 아니라 지구가 망한다는 걸 알기에 아무도 타국에 터뜨리진 않지만 ('MAD상호확증파괴'에 기반한 평화라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개발을 멈추진 않는다. 그 후로도 미국은 천번 이상의 원자폭탄 실험을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은 조약이 있어서 대놓고 핵실험은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최초의 핵실험'으로 책이 나오는 것과는 달리 '마지막 핵실험'이 책으로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보유국이 있는 한 비보유국중에 몇은 분명 만들려고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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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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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얘기지만 나는 바둑을 만화로 알았다. 『고스트 바둑왕』이나『미생』같은. 그리고 바둑은 아니지만 비슷한 세계인 장기를 다루는『3월의 라이온』까지. 바둑을 배운게 아니고, 엄밀히 말하자면 바둑 자체도 아닌, 그것을 하는 사람들의 세계를 만화로 접해보기만 했다.


 나는 이창호, 이세돌 세대여서 그 전 세대의 전설인 조훈현은 위키에서나 접한 전설이었다. 그런 그가 직접 생각을 정리해 글을 써 자신의 생각법을 얘기한다 하니 천재들의 사고방식이 궁금한 나 같은 범인凡人은 찾아 읽어 볼 수밖에.


 그리고 읽고 난 뒤의 결론은, 역시 비법같은 건 없다. 


 일단 바둑은 시작 자체가 천재들만 하는데다 조훈현은 그 천재들 사이에서도 천재중의 천재여서 최연소로(무려 9살) 프로의 세계에 들어간다. 살면서 천재란 말은 정말 수도 없이 들었을, 시작부터 남달랐던 인물이었다. 한 시대를 라이벌 없이 풍미했고 업적만 봐도 사람맞나 싶을 정도의 인물이지만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이 책을 먼저 접한다면 그런게 잘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지기도 참 많이 졌단다. 일본에 유학가니 더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그가 느꼈던 좌절이나 고민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것은 그는 계속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계속 생각하란다. 이기려면 생각하고, 수에 몰려도(초읽기에 들어가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생각하고, 지고나선 더더욱 생각해야 한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않는 것. 이게 다다. 표지에 적힌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이것이다. 조금 바꿔 말하면 '답을 찾을 때까지 (열과 성을 다해 오로지 그것만) 생각한다.'


 그렇기에 자기계발서적 교훈으로 들릴수도 있는 얘기들이다. 방법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닌 방법을 알려주는 듯한. 그렇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부분이 있다. 비법을 찾으려한 나의 얄팍한 마음을 깨부숴주니까. 역시 모든 것의 비법은 계속 하는 것 뿐이구나.


 물론 내가 생각한다고 하는 '생각'과 그가 생각하는 '생각'에는 어마어마한 질적 차이가 있다. 책에서 계속 얘기하듯 그는 이미 최고가 공인한 '최고가 될 수 있는 재목'인데다(그의 스승은 이 세계에서 이류는 서러우니 일류가 돼야 한다면서 헛된 희망은 주지 않고 일류가 될 떡잎만 골라 제자 삼았다. 평생 3명이었고, 각 국에서 최고가 되었고, 조훈현이 그 마지막 제자였다) 바둑기사라면 당연히 지니는 어마어마한 암기력도 타고났다. (책에서 그는 프로기사라면 자기가 둔 것을 기억하는 것 정도는 저절로 되는 것이고, 기보는 한 번 보면 외워버리는게 당연한 줄 알았다고 했다. 자신에겐 너무도 당연하기에 이창호가 처음에 복기를 못하는 걸 보고 믿을 수 없었다고 했다. 나는 여기서 이런 암기력이 당연하다고 생각한 조훈현이 대단한건지, 아니면 남들 다하는 것도 못하면서 남들보다 잘했던 이창호가 대단한건지 헷갈려서 웃었다) 


 이렇게 원래 대단한 사람도 더 향상되기 위해선 노력하는 것밖에는 별 수 없다는 것이 위안이 됐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함에도 진다. 내가 계속 이겼던 사람이라도 순간 방심하면 지고, 생각을 잘못하면 진다. 치열하게 생각하고 방심하지 않았음에도 진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나만큼 머리좋은 사람은 새로 태어나 계속 올라오고 새로운 류流가 되어 나를 이긴다. 그래도 생각을 멈추지 않는다. 떨어지면 다시 열심히 생각해서 올라간다. 그게 그의 방식이다.


 책은 이렇게 그가 생각해왔던 것들을 말해준다. 내가 이렇게 생각했더니 이렇게 되더라. 지나고 보니 이랬더라. 나를 도와준 분들은 이런 말을 해주었고, 그것이 나를 이루었다. 같은,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그가 깨달은 통찰들을 말해준다. 

 

 그리고 반절은 미래를 본다. 역시 한 분야 최고가 되면 자신뿐 아니라 그 분야의 미래까지 같이 보게 되는구나. 그리고 그 시점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영달보다는 그 분야의 번영을 우선하게 되는구나. 그는 쇠퇴해가는 바둑계를 안타까워하며 대세가 바뀌어가는 한/중/일의 상황을 보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런 상황과 해결책은 비단 바둑계 뿐 아니라 쇠퇴해가는 다른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친구인 차민수의 방식과 통찰도 인상깊지만 호주의 바둑광 얘기들이 엄청 인상깊었다. 특히 농장을 사서 일이 끝난 후 바둑을 배우는걸 조건으로 사람을 고용한 농장주의 아이디어가 아주 신박했다. 그는 그저 바둑이 좋아서 많은 사람들이 바둑을 두었으면 싶은 마음에 그리 한 것이다)


 책을 읽고 위키에서 그를 다시 찾아 읽었다. 역시 본인이 생각하는 본인과 타인이 바라보는 것은 차이가 있다. 업적이 너무도 대단하기에 이기기만 했을 것 같지만 책을 읽으면 지기도 많이 졌고, 아슬아슬했고, 치열했다고 얘기한다. 쉬운 상대는 없었다고. 어쩌면 자신의 기억에 남는 것은 어렵고 힘든 것들이기에 그런 것들만 쓰였는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타인은 결과 위주로 보니까 성취가 더 쉽게 여겨진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거저 얻어지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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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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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어려울거라 생각했던 철학을 왜 해야 하는지,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철학은 따로 있는 게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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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딸의 딸
최인호 지음, 최다혜 그림 / 여백(여백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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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입니다. 딸을 키우며, 그리고 딸의 딸을 바라보며 단순한 소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성인의 말씀을 들어 생의 의미를 깨우치는 글입니다. 어떨 땐 웃기고 어떨 땐 뭉클한, 결국 딸(의 딸) 바보로 살았던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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