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재테크 독서로 월 100만 원 모으는 비법 - 현직 교사가 7년 동안 읽고, 쓰고, 실천한
안명숙 지음, 김태광(김도사) 기획 / 위닝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책으로 부수입을 얻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가 기대했었다. 읽다보니 그저 개인의 독서간증일 뿐이군 내가 원한내용은 아니겠구나 파악했음에도 끝까지 읽었다. 쉽고 정직했다.


 표지에서 말하는 월 100만원을 모으고, 4년만에 1억2천만원을 갚았다고 하는 것은 추가수입이 아닌 기존 소비를 줄이고 절약해서 가능했을 뿐이다. 모두가 아는 단순한 원리. 그렇기에 하는 내용은 사실 뻔하다. 조금 다른 점은 보통 한가지 주제로 얘기하는 [절약]과 [독서]를 같이 연관지어서 얘기하는데 그게 굉장히 자연스럽고 스무스하다. 신기할정도로. 저자가 국어선생님이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글이 군더더기없고 감정에 호소하지도 않지만 묘하게 저자의 자신감과 기분이 전달된다. 그래서 질리지않고 끝까지 다 읽었다.


 책의 절반은 자기고백이다. 시골의 맏이로 자라와 번듯하게 교사생활 하면서 철없는 동생들이 돈 부족하면 안정적인 직장을 활용해 척척 보내주고, 주변의 말만 듣고 욕심부리다 기획부동산에 돈 날리고, 정신차려보니 빚이 2억이 되었다는 이야기. 현실을 직시하고 벗어나고자 방법을 찾은게 책이었다. 그래서 여러 책에서 얘기하는대로 신용카드, 마트, 백화점 등을 끊고 냉장고 털고 체크카드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대출금을 갚아나가니 갚아졌다는 이야기가 절반이다.


 이후의 내용은 그렇게 위기를 극복해본 경험을 한 저자가 나는 책으로부터 방법을 찾고 인생을 새롭게 개척해나갔으니 여러분도 그렇게 하셨으면 좋겠다는, 간증→전도의 수순을 밟는다. 저자는 기독교인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추천하는 책에도 그런류의 책이 있지만 스쳐 지나가고 대부분은 본인을 바꿔주었던 책에 대한 추천과 영업. 읽기에 그치지 않는, 이제는 책을 써보라는 권유와 함께 도움줄 수 있다며 갑자기 스팸같은 마케팅. 마지막문단에 스무스하게 전화번호 밝히며 여기로 전화하라고 하는데 처음에 나는 책쓰는데 도움받았다는 그분이 시켰나 했다. 다 읽고나니 본인 전화번호 였던 듯.


 마지막장에 저자는 빚을 갚고 이제는 잔고가 플러스가 되는 삶을 살며, 이후의 삶을 위한 구체적인 플랜을 세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전국을 강연다니기, 아버지 집을 지어주고, 세계여행다니기 등의 꿈을 꾸면서 마무리를 짓는다. 이 꿈은 어떻게 됐을까?


 이 책이 출간된 뒤 반응이 좀 있었는지 3개월만에 후속작을 냈다. 『나는 독서재테크로 월급말고 매년 3천만원 번다』초입을 읽어보니 첫번째 꿈은 바로 이뤘단다. 강연요청이 쇄도했단다. 축하드린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으로 길러졌던 강의력과 어려서부터 책을 읽었고 국어선생님이며 학교에서도 독서관련 활동을 많이 했던 경력이 시너지가 났다. 본인의 상황과 경력, 능력을 책과 결부시켜서 새로운 삶을 사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뻔한 내용이지만 와닿는 부분이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인조 - 우리는 누구나 날 때부터 2인조다
이석원 지음 / 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서 말하는 '2인조'는 무얼 말하나. 나다. 나랑 나.

나는 '나'를 모른다거나 '나'를 사랑해줘야 하는데 등한시 했다는 식으로 등장하는 내가 아닌 것 같은 '나'다. 그래서 누구나 다 날 때부터 2인조라는게 이 책의 소제목이다. 이제 앞자리가 5가 된다는 그가 왜 이제서야 2인조 타령을 할까. 그런 자아성찰같은걸 10대 청소년이나 20대 젊은이가 아닌 반세기를 살아온 아저씨가 왜 이제서야.

아팠단다. 스트레스가 극심해 갑자기 걸을수가 없게 되어 다시 정신과 신세를 지게 되면서 그 한 해동안의 생각과 고민을 적어낸 게 이 책이다. 그래서 책은 마치 일기장처럼 월별로 진행된다. 아주 사소한, 예를 들면 맘에 드는 편집샵의 직원에게 평소답지 않게 한마디 건네봤다가 시작된 변화와 느낀점이라던가. 아끼는 셔츠를 수선하기 위해 청담의 세탁소에 찾아갔는데 불친절함을 느끼고 다음번에 똑바로 얘기해야지 하고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그려보고 그러나 막상 다음에 가니 내가 벼르고 있었던것과는 달리 그쪽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결과물도 너무나 훌륭해 아무말 않기로 한 것. 이런 소소한 일상의 마음과 생각을 구구절절하게 적는데 와 이러니까 이석원이지 싶었다.

기본적으로 아주 섬세한 사람인 것 같다. 그러니 이렇게 상처를 잘 받고 스트레스를 받나 싶다가도 묘하게 긍정적이며 앞을 향해간다. 그 점 때문에 좋은 것 같다. 징징대면서도 자기 갈 길을 찾아가니까. 장강명이 『책한번써봅시다』에서 "쓰는 사람은 써야 한다"고 했는데 바로 이런 사람인 것 같다. 그도 스스로 「이 책은 생의 반환점을 넘긴 한 사람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다가올 남은 생을 도모하기 위해 쓰는, 한 해 동안의 기록」이라고 했다. 이 책은 내가 나를 치유하기 위해 쓴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이 소재다. 생각하고 느낀 것을 그대로 쓰면 그게 그대로 글이 되니까. 그렇다고 중구난방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는 얘기도 아니다. 소설처럼 복선회수도 기가 막히다. 년초에 있었던 사소한 계기가 연말에 어떻게 나의 생각을 바꾸는지, 이 책은 한가지 주제로 흘러간다. 책의 마지막장에 친절하게 정리해 준 그 결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깨닫고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 책은 그 과정의 기록이다. 나도 알지만 잘 안 된다. 어떤 하나의 계기로 인해 사람이 바뀌는 일은 없다고 믿지만 하나의 계기와 작게 실천한 경험이 누적되어 사람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글을 쓴다. 그의 말대로 솔직하게.

나는 너무 오랫동안 너무 많은 일들에 내 탓을 하며 살아왔고, 어쩌면 지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인지도 몰랐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한없이 관대해지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내 몸과 마음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탓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설령 뭘 잘못했어도 다음에 잘하면 된다 격려하고, 손톱만 한 일이라도 호들갑스럽게 자신을 칭찬해주려 애쓰면서 더는 어떤 자책감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태도가 누군가를 죽일 수 있다면 바로 그 태도 때문에 살 수도 있을 터.

-p.58-59 [3월_나를 살리기 위한 지침들] 中 - P58

그랬던 내가, 세상에서 별로 잘나가지 않아 집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변변한 곳에서 화환 하나 내 앞으로 오지 않아도, 내 친구 지인들 떼거지로 몰려오지 않아도, 뭐 어쩌겠나 하는 마음이 들었을 때. 더이상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아 설령 사람이 적게 와도 뭐 그럼 어때, 그냥 형편대로 사는 거지 하며 허무할 정도로 편한 마음을 갖게 되었을 때. 나는 그때 느꼈던 그 바다와도 같은 자유를, 그 자유로운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거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에.



편안함은 어디에서 올까.

인생의 궁극의 편안함은.



나는 그게 솔직할 수 있는 자유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



남의 시선으로부터의 자유로부터.

나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용기로부터.

-p.322 [12월_자유] 中 - P322

사소한 것이라도 나로 하여금 주눅드는 상황을 자꾸 경험하게 하지 않기. 대신 작고 별것 아닌 것이라도 좋으니 이기는 경험, 인정받는 경험, 타인의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는 경험 같은 것들을 자꾸만 하게 해주기. 그뿐 아니다. 좋은 곳에 날 데려가서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고 훌륭한 예술작품들을 감상케 하고 책과 신문을 펼쳐 세상과 타인에 대해 진지하고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하면 그 모든 순간들은 나와 내 영혼을 살찌우고 그런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부정적인 기억과 상처들은 점점 쪼그라든다. 바로 이게 나의 내면을 살찌우고 내 자존감을 높이는 길이라는 걸, 그게 바로 상처의 보호막이었다는 걸 그동안엔 왜 몰랐을까.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게 다 나를 사랑해주는 방법이었다.

내가 그토록 알고 싶어했던.

-p.346 [12월_여름의 일] 中 - P34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개인주의자 선언』이 먼저였는지, [전국의 부장님들께 감히 드리는 글] 칼럼이 먼저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어쨋든 그 둘을 읽어본 독자로서 신간이 나왔다길래 바로 샀던 터였다. 그리고 기대에 차서 읽고 있는데 미안하게도 최대한 깨끗하게 읽어 중고서점에 팔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짜사이가 맛있지 않았다. 적당히 흘리면서 읽다가 덮어두었다.

두달 뒤, 가벼운 책이 읽고 싶어 다시 집어들었다. 다양한 책의 나열, 내겐 취미가 없는 팝송 부분을 지나 눈이 떠진 건, [시드니 셀던을 기억하시나요] 세상에, 이 아저씨 진짜였어!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지 않나. 어느정도 수준이 아닌, 서울대 법대, 서울대 의대를 거쳐 전문직이 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얘기하는 책이며 취향 어쩌고 하는 얘기는 소재의 한계가 있을거라고 혼자 생각했었다. 그 편견이 처음 깨진 건, 정신과 의사 하지현의 책을 읽으면서였는데 이 아저씨도 그 부류다. 공부 잘하면서도 이것저것 보고 즐기는 부류. 그 범위가 직업과 상관없이 매우 광범위하면서도,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도. 69년생 아저씨가 학창시절엔 유리가면을 좋아했고 지금은 마스다 미리도 읽어? 세상에 이런 어른도 있구나.

앞부분에서 내가 시큰둥했던 건 초중고를 지나 자신을 스쳐갔던 책, 음악 등의 썰을 푸는 톤이 너무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그가 말하듯 '온라인에서 휘리릭 일기 쓰듯' 쓰는 톤이었기 때문에. 내가 기대한 건 전작과 비슷한 정도의 적당히 시니컬하면서 진중한 톤이었기에.

그래서 몰입이 덜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중반 이후부터 내가 아는 책들도 나오고, 얘기에도 공감하게 되면서 깨끗하게 읽어 중고서점에 팔고 싶은 마음을 철회하고 밑줄을 긋기 시작했다.

간혹 책 읽는 거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이들에게 조금 구체적으로 물어봤을 때 실제로 어느 분야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하게 많이 읽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진짜 책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 책이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떤 썰을 풀어주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책이 인생을 바꾼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자기계발서류의 사람이 아니다. 이 사람은 진짜 자기가 좋아서 읽은 걸 얘기한다. 당연한건데 많은 사람들이 모른다. 책은 재미로 보는거다.



세상에는 뻔히 보이는데 피할 수 없는 펀치도 있는 법이다. 인간이란 판단력이 없어서 결혼을 하고, 인내력이 없어서 이혼을 하며, 기억력이 없어서 재혼을 한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래서 또 책의 프롤로그를 쓰기 시작한다. - P10

내가 찾은 가장 성공 확률이 높은 방법은 단순하다. 일단 읽어보는 거다. 물론 일부분만 맛보기로. 한30페이지 정도 읽어봐서 재미있으면 사서 읽곤 한다. 가끔 실패할 때도 있지만 그 정도 읽어서 읽을 만했던 책은 마저 읽어도 후회 없는 편이다. 짜사이가 맛있는 중식당은 음식도 맛있더라. 예외 없이, 신기하게도.

내 취향의 글이란 뭘까 생각해봤다.

· 어깨에 힘 빼고 느긋하게 쓴 글
· 하지만 한 문단에 적어도 한 가지 악센트는 있는 글
· 너무 열심히 쓰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잘 쓴 글
· 갯과보다는 고양잇과의 글
· 시큰둥한 글
· 천연덕스러운 깨알 개그로 킥킥대게 만드는 글
· 이쁘게 쓰려고 애쓰지 않았는데 촌스럽지도 않은 글
· 간결하고 솔직하고 위트 있고 지적이되 과시적이지 않으며 적당히 시니컬한 글
- P52

평생 책을 즐겨 읽었지만 자기가 쓴 책을 읽는 느낌은 뭔가 다르다. 그건 두세 살짜리 아이가 방금 싼 큼지막한 자기 똥 한 덩어리를 내려다보며 뿌듯해하는 마음에 가깝다. 엄마! 나 고구마 똥 쌌어! 엄청 커! - P178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의감이 아니다. 오류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다. 자신이 틀릴 가증성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의감이야말로 가장 냉혹한 범죄자일 수 있다. 조국을 지켜야 한다는 신념에 불타는 수사관과 법조인들이 얼마나 많은 무고한 사상범을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라. 자신이 믿는 정의 때문에 분노하여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들은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해보아야 한다. 나는 내가 틀렸을 가능성을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 또는 틀렸어도 대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당신이 분노하고 있는 대상보다 더 위험한 존재다. - P219

미래를 바꾸는 방법은 현재의 사회부터 바꾸는 것이다. 미래의 사회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쓸모‘가 없어진 인간을 어떻게 대우할지 궁금하면 지금 이 사회가 탑골 공원에 앉아 있는 노인과 편의점 알바 청년들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의 눈부신 과학 발전이 낳을 부가 어떤 방식으로 분배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의 분배 구조를 보면 된다. 더 먼 미래에 인공지능 또는 그와 결합한 신인류가 평범한 인간들을 어떻게 취급할지 궁금하면 지금 사회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취급하는지 보면 된다. 미래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여기서 인간을 어떻게 대우하는지에 따라. - P2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보통 제목이 이렇게 강렬하면 낚시용이어서 내용은 예상보다 약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목차는 더더욱 무시무시해서 이런 걸 들고 다니며 읽다가 누군가 들춰보기라도 한다면 다소 민망한 나머지 묻기도 전에 먼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게 될지도 모르겠다. 근데 만약 상대가 친한 친구라면? "야, 이거 읽어봐. 진짜웃겨." 라고 권할 듯.

 목차의 제목과 소제목이 기가 막히다. 한문장 한문장이 압권이라서 전부 옮겨오고 싶을 정도다. 강한것 몇 개만 데려와보면,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태어나보니 지옥 아닌가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부모를 버려라

밤 산책하듯 가출해라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직장은 사육장이다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일 뿐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몇 개만 데려오려 했는데 인상깊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1/3정도 데려왔다. 그렇다고 나머지 2/3의 강도가 약한 것도 아니다. 소제목이 이정도면 이를 아우르는 큰 제목은 어떨까?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신 따위, 개나 줘라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에이, 제목만 이렇게 자극적이고 내용은 좀 더 돌려서 말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그것도 전혀 아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직설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촉구한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으라"고. 왜 그렇게 산 송장 같은 삶을 살고 있느냐고.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 구절이 적혀 있다. 



너를 키우는 자가 너를 파멸시키리니.



이게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그러니 경각심을 가지고 벗어나서 제발, 스스로 생각 좀 하라고!!!
 이런 점에서 나는 니체에 대한 글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걸 좀 극단적으로 말하는 느낌?

 저자는 '너를 키우는 자'를 모두 깐다(비판과는 다른 느낌이고 그렇다고 근거없는 비난이나 막말도 아니라서 '깐다'라고 적는다. 다른 말을 못 찾겠다). 직접적으로 나를 키우는 부모가 그래서 제일 첫타자가 되고, 그 다음은 국가, 직장, 종교(신), 사랑, 삶과 죽음까지 모두 깐다. 이런 '너를 키우는 자'만 까임의 대상일까? 아니, '너'도 포함이다.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에서 어느 한 쪽만의 일방적인 잘못은 없다. 일이 이지경까지 흘러가게 된 데에는 지분율의 차이일 뿐 다들 어느정도 일조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자식이 떠나지 못하게 하는 부모의 잘못이 있으면 동시에 그걸 뿌리치지 못하는 자식의 잘못도 있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것이 아니고 소수의 '그냥 인간' 손에 의해 흘러갈 때, 왜 가만히 있는가. 멍청하게 있는 국민의 잘못도 있는 것이다. 역경을 구원해줄 대상을 찾으면서 왜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종교집단에 속아 넘어가도 할 말이 없다는 식이다.

 이 책을 읽고 불쾌해질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오히려 유쾌해졌다. 점잖은 어른이 있는 한편 과격한 어른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책이라는 매체에서 점잖은, 정갈한, 돌려말하는 아저씨만 만나다가 가끔은 이런 점잖빼는 것 없이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인생관을 말해주는 아저씨도 재미있지 않은가(그런 면에서 나는 마광수 작가의 에세이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재미나게 읽었다. 초월번역일 것 같은 제목은 의외로 직역에 가깝다. 일본어 제목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겨왔듯,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그대로 한국에도 적용 가능하다. 항시 느끼지만 정말 너무나도 사회가 흡사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무섭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중 용접공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 제목인 '수중용접공'은 주인공의 직업이다. 그는 하고많은 직업 중 왜 수중용접공을 하게 되었을까. 그 '왜'에 관련한 이야기다. 왜 그는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는지.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가 있는 가장으로서 수행하는 그의 일은 본인만 좋아하는 일이다. 임신한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달려갈 수도 없고, 사고가 발생하면 다신 못 볼 수도 없는 위험한 일. 아내가 탐탁치 않아 하는데도 왜 그는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가.  


 책은 친절하게 전말을 알려주지 않고, 변칙적으로 알려준다. 꿈인지 생시인지 현실인지 환각인지 제정신인지 잠수병때문인건지 알 수 없게끔. 불쑥불쑥 떠오르는 회상과 중첩되는 현실에 정신을 못차리는 주인공처럼 독자도 정신을 차릴 수 없게끔. 


 시작하면서 TV시리즈 <환상특급>을 얘기하는데(이를 모르는 세대라면, <서프라이즈>정도를 생각하면 될 듯) 딱 그 느낌과 스토리로 흘러간다. 이런 모호하고 뭔가 무서운 분위기를 주는 데에는 그림체가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막 그린 듯한 거친 선과 대충 음영만 넣은 듯한 꼼꼼하지 않은 채색. 거기다 나오는 인물들은 남녀구별이 힘들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이고, 하나같이 눈에 초점이 이상하다. 눈을 그려놓고 눈동자는 성의없게 되는대로 찍은 것 같은 느낌. 약간 사시인 듯 어딜 바라보는지 모르겠는 눈동자는 어디부터가 진짜고 어디부터가 환상인건지 모르겠는 내용과 어우러진다. 

 대체 그는 물 밖에 소중한 사람들을 두고 왜 물 속에 집착하는가.



(※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약간 스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 자신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실상은 짓지 못한 매듭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확인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일은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떤 일은 절대로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줄 수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려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반드시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선행되어야 할 것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았던 사람의 삶의 균열을 보여준다. 도저히 안되겠을 지경까지 다다른 뒤에야 직면하려고 (처자식보다도 우선하면서) 다시 '제대로' 되돌아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을 간단히 말하면, 트라우마 극복기라고도 볼 수 있다. 오랜시간 과거에 사로잡혀'만' 있다가 뒤늦게서야 직면하고자 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 그래서였구나.' 그리고 동시에 '내가 지금 소중한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이제 나아갈 차례다.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매듭을 만들러 가야해.' 

 흔히 이제는 '앞을 봐야 할 때'라고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도 비슷한 말로 쓰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충분히 바라봤는가. 혹은 충분히 괴로워했는가.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힘들기 때문에 어물쩡 회피해버리진 않았는가. 공부에 때가 있는 것처럼 괴로움에도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치면 힘든 시기는 더욱 길고 복합적으로 따라온다.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한번은 마주해야 한다면 지금 마주할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더욱 많은 것과 얽혀있는 것을 마주할 것인가. 이 책의 주인공은 운이 좋아 뒤늦게라도 마주할 수 있었지만 대개는 절실히 원한다해도 그런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경우 극복은 더 어렵고 힘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