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니티 - 신의 불을 훔친 인류 최초의 핵실험
조너선 페터봄 지음, 이상국 옮김 / 서해문집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  핵폭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게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는 사람은 많이 없다(너무 많이 알면 잡혀가지). 나 역시 핵폭탄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서만 알았지 그것의 발단과 경위는 잘 몰랐다. 이 책은 그걸 알려준다.


 순수하게 재미를 위한 그래픽노블이 아닌 사실을 토대로 정보 제공도 해야 하는 이런 류의 그래픽 노블은 정보제공만 하다가 판나는 경우가 많다. 재미와 정보제공 둘 다 잘하긴 쉽지 않다. 더구나 소재가 논픽션이니만큼 왜곡되어서도 안된다. 그러면 어떤 것을 자의적으로 빼기도 힘들다. 그러다보니 진도가 안나간다. 설명만 주구장창 하다가 막상 스토리 진행은 뚝뚝 끊긴다. 특히 이해하려면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한 과학 소재의 경우 용어설명만 하다가 판난다.

 그런 맥락에서 이 책은 처음 부분만 잘 참고 넘기면 되겠다. 과학자의 이름도 처음 들어보고 용어도 생소하지만 설명은 어렵지 않으니 그렇다 하는 것은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읽고 넘기면 된다. 핵에너지의 원리를 설명하는 몇 페이지가 아마 고비일 것이다. 책은 아주 기본적인 원리에 대해서 최대한 간단하고 쉽게 알려주려 노력하지만 이해가 안간다면 그냥 그대로 넘겨도 무방하다. 그 후는 그냥 스토리라인 따라가면 되니까.

 이 책의 장점은 여기에 있다.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은 최대한 쉬운 방식으로 차분하게 알려주되 그걸 질질 끌지는 않고 그렇다고 또 빼먹지도 않는다. 스토리와 정보제공 균형을 잘 맞췄다. 과학 용어설명 뿐 아니라 주요 과학자 설명, 당시 2차 세계대전의 전황, 그리고 일본에 투하하게 되기까지, 그리고 그 후의 흐름과 교훈까지. 무엇보다 연출이 끝내줘서 자연스레 몰입하게 된다. 강약조절을 잘한다고 해야 할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최초의 핵실험 '트리니티'가 성공하기까지가 책의 절반이다. 핵무기를 고안하게 된 과학적 원리부터 시작해 미국의 어마어마한 물적&인적 자원으로 밀어붙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과정, 그렇게 과학적 원리를 무기로 실용화하기까지 과학자들의 고민이 전반부에 담겨있다. 클라이막스는 첫번째 핵실험이 터지는 순간. 절대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오펜하이머가 인용한『바가바드기타』의 "나는 이제 죽음이 되었노라. 세상의 파괴자가!" 라는 구절이 상황에 적확하다.

 그렇게 신무기를 갖게 된 미국에 의해 전황이 달라지게 되는 게 후반부. 클라이막스는 핵무기가 일본에 떨어질 때다. (참혹한 묘사에 『맨발의 겐』이 떠올랐는데 역시나 참고자료에 'Barefoot Gen'이 있었다) 그렇게 2차 세계대전이 종결되고 처음에는 축배를 들었던 '맨해튼 프로젝트' 가담자들은 실상을 알게되고 고민한다. 내가 무엇을 했던 것일까.

 핵무기를 만드는 데 총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는 그 후 완전히 돌아서서 반대운동을 하지만 이미 만들어 놓은 걸 되돌릴 순 없다. 그리고 멈출수도 없다. 이후 미국은 기세를 몰아 수소폭탄도 만들었고, 소련도 핵폭탄을 만들었다. 이제는 터지면 나라가 아니라 지구가 망한다는 걸 알기에 아무도 타국에 터뜨리진 않지만 ('MAD상호확증파괴'에 기반한 평화라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개발을 멈추진 않는다. 그 후로도 미국은 천번 이상의 원자폭탄 실험을 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은 조약이 있어서 대놓고 핵실험은 못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최초의 핵실험'으로 책이 나오는 것과는 달리 '마지막 핵실험'이 책으로 나올 일은 없을 것이다. 보유국이 있는 한 비보유국중에 몇은 분명 만들려고 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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