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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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나도 당장 걷고 싶어진다.
훌륭한 예술은 건강한 생활에서 나온다는 그의 예술론은, 규칙적으로 글을 쓰지 않을 때는 달리기를 하는 하루키와 김연수작가를 생각나게 한다.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가르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그랬다고 말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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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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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리뷰 잘못 만들어놨다. 저 완벽한 유모가 대체 왜 그런짓을 했는지도 주요한 서스펜스인데. 워킹맘의 비애를 다룬 작품인가 생각하고 읽었다가 스릴러여서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읽었다. 다 읽고 다시 충격적인 앞부분을 읽으면 더욱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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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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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이의 세밀한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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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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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제목이 이렇게 강렬하면 낚시용이어서 내용은 예상보다 약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목차는 더더욱 무시무시해서 이런 걸 들고 다니며 읽다가 누군가 들춰보기라도 한다면 다소 민망한 나머지 묻기도 전에 먼저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게 될지도 모르겠다. 근데 만약 상대가 친한 친구라면? "야, 이거 읽어봐. 진짜웃겨." 라고 권할 듯.

 목차의 제목과 소제목이 기가 막히다. 한문장 한문장이 압권이라서 전부 옮겨오고 싶을 정도다. 강한것 몇 개만 데려와보면,


부모란 작자들은 한심하다

태어나보니 지옥 아닌가

별 생각 없이 당신을 낳았다

노후를 위해 당신을 낳은 거다


부모를 버려라

밤 산책하듯 가출해라


국가는 당신을 모른다

바보 같은 국민은 단죄해야 한다


직장은 사육장이다

자유를 방기한 사람은 산송장이다


종교단체는 불한당들의 소굴이다

사람다워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종교다


알아서 기니 그 따위로 살다 죽는 것이다


연애는 성욕을 포장한 것일 뿐이다


생각 좀 하고 살아라

국가는 골 빈 국민을 좋아한다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으로 죽어라


몇 개만 데려오려 했는데 인상깊은 구절이 너무 많아서 1/3정도 데려왔다. 그렇다고 나머지 2/3의 강도가 약한 것도 아니다. 소제목이 이정도면 이를 아우르는 큰 제목은 어떨까?


부모를 버려라, 그래야 어른이다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나


아직도 모르겠나, 직장인은 노예다


신 따위, 개나 줘라


언제까지 멍청하게 앉아만 있을 건가


애절한 사랑 따위, 같잖다



에이, 제목만 이렇게 자극적이고 내용은 좀 더 돌려서 말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그것도 전혀 아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으로 직설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촉구한다. "제발 생각 좀 하고 살으라"고. 왜 그렇게 산 송장 같은 삶을 살고 있느냐고.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 구절이 적혀 있다. 



너를 키우는 자가 너를 파멸시키리니.



이게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그러니 경각심을 가지고 벗어나서 제발, 스스로 생각 좀 하라고!!!
 이런 점에서 나는 니체에 대한 글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걸 좀 극단적으로 말하는 느낌?

 저자는 '너를 키우는 자'를 모두 깐다(비판과는 다른 느낌이고 그렇다고 근거없는 비난이나 막말도 아니라서 '깐다'라고 적는다. 다른 말을 못 찾겠다). 직접적으로 나를 키우는 부모가 그래서 제일 첫타자가 되고, 그 다음은 국가, 직장, 종교(신), 사랑, 삶과 죽음까지 모두 깐다. 이런 '너를 키우는 자'만 까임의 대상일까? 아니, '너'도 포함이다.

 서로 상호작용하는 관계에서 어느 한 쪽만의 일방적인 잘못은 없다. 일이 이지경까지 흘러가게 된 데에는 지분율의 차이일 뿐 다들 어느정도 일조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자식이 떠나지 못하게 하는 부모의 잘못이 있으면 동시에 그걸 뿌리치지 못하는 자식의 잘못도 있는 것이다. 국가가 국민의 것이 아니고 소수의 '그냥 인간' 손에 의해 흘러갈 때, 왜 가만히 있는가. 멍청하게 있는 국민의 잘못도 있는 것이다. 역경을 구원해줄 대상을 찾으면서 왜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려 하지 않는가. 그렇다면 종교집단에 속아 넘어가도 할 말이 없다는 식이다.

 이 책을 읽고 불쾌해질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오히려 유쾌해졌다. 점잖은 어른이 있는 한편 과격한 어른도 있는 것이다. 더욱이 책이라는 매체에서 점잖은, 정갈한, 돌려말하는 아저씨만 만나다가 가끔은 이런 점잖빼는 것 없이 직설적이고 노골적으로 자신의 인생관을 말해주는 아저씨도 재미있지 않은가(그런 면에서 나는 마광수 작가의 에세이도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재미나게 읽었다. 초월번역일 것 같은 제목은 의외로 직역에 가깝다. 일본어 제목을 그대로 한국어로 옮겨왔듯, 책에서 말하는 것들은 그대로 한국에도 적용 가능하다. 항시 느끼지만 정말 너무나도 사회가 흡사하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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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용접공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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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인 '수중용접공'은 주인공의 직업이다. 그는 하고많은 직업 중 왜 수중용접공을 하게 되었을까. 그 '왜'에 관련한 이야기다. 왜 그는 물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안되었는지. 


  아내와 곧 태어날 아기가 있는 가장으로서 수행하는 그의 일은 본인만 좋아하는 일이다. 임신한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바로 달려갈 수도 없고, 사고가 발생하면 다신 못 볼 수도 없는 위험한 일. 아내가 탐탁치 않아 하는데도 왜 그는 바닷속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는가.  


 책은 친절하게 전말을 알려주지 않고, 변칙적으로 알려준다. 꿈인지 생시인지 현실인지 환각인지 제정신인지 잠수병때문인건지 알 수 없게끔. 불쑥불쑥 떠오르는 회상과 중첩되는 현실에 정신을 못차리는 주인공처럼 독자도 정신을 차릴 수 없게끔. 


 시작하면서 TV시리즈 <환상특급>을 얘기하는데(이를 모르는 세대라면, <서프라이즈>정도를 생각하면 될 듯) 딱 그 느낌과 스토리로 흘러간다. 이런 모호하고 뭔가 무서운 분위기를 주는 데에는 그림체가 단단히 한 몫을 하고 있다. 

 막 그린 듯한 거친 선과 대충 음영만 넣은 듯한 꼼꼼하지 않은 채색. 거기다 나오는 인물들은 남녀구별이 힘들 정도로 그로테스크한 느낌이고, 하나같이 눈에 초점이 이상하다. 눈을 그려놓고 눈동자는 성의없게 되는대로 찍은 것 같은 느낌. 약간 사시인 듯 어딜 바라보는지 모르겠는 눈동자는 어디부터가 진짜고 어디부터가 환상인건지 모르겠는 내용과 어우러진다. 

 대체 그는 물 밖에 소중한 사람들을 두고 왜 물 속에 집착하는가.



(※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지만 약간 스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그 자신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지만 실상은 짓지 못한 매듭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직접 확인해야 할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

 어떤 일은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주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떤 일은 절대로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줄 수 없다. 시간이 해결해 주려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반드시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선행되어야 할 것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았던 사람의 삶의 균열을 보여준다. 도저히 안되겠을 지경까지 다다른 뒤에야 직면하려고 (처자식보다도 우선하면서) 다시 '제대로' 되돌아가는 이야기이다.  

 그 과정을 간단히 말하면, 트라우마 극복기라고도 볼 수 있다. 오랜시간 과거에 사로잡혀'만' 있다가 뒤늦게서야 직면하고자 한다. 그리고 깨닫는다. '아, 그래서였구나.' 그리고 동시에 '내가 지금 소중한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한거지?' 이제 나아갈 차례다. '이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매듭을 만들러 가야해.' 

 흔히 이제는 '앞을 봐야 할 때'라고 한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도 비슷한 말로 쓰인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충분히 바라봤는가. 혹은 충분히 괴로워했는가. 보면 볼수록,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힘들기 때문에 어물쩡 회피해버리진 않았는가. 공부에 때가 있는 것처럼 괴로움에도 때가 있다. 그 때를 놓치면 힘든 시기는 더욱 길고 복합적으로 따라온다. 

 시기의 문제일 뿐 언젠가 한번은 마주해야 한다면 지금 마주할 것인가, 아니면 나중에 더욱 많은 것과 얽혀있는 것을 마주할 것인가. 이 책의 주인공은 운이 좋아 뒤늦게라도 마주할 수 있었지만 대개는 절실히 원한다해도 그런 기회조차 얻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경우 극복은 더 어렵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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