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 어디다 대놓고 묻기 애매한
장웅연 지음, 니나킴 그림 / 담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교에서는 神을 믿지 않는다고?  첫장부터 세게 나온다. 불교는 종교다. 그런데 신을 믿지 않는다는 말에는 언뜻 듣기에 모순이다. 그러나 사실이다. '自燈明 法燈明'이라는 말이 있다. 부처는 자신을 믿으라고 말하지 않았으며, 자기 스스로 깨달음을 구하고 깨달음에 따라 행동하라고 했다.  神은 원래 인간이 창조한 것이다. 그러나 主客이 전도된 昨今의 실태를 보라. 어느 사이엔가 우리의 틈새를 파고 들어 너무도 깊게 뿌리를 내려버린 종교라는 허상!  그래서인지 나는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어진다는, 그리하여 나로부터 비롯되어진 모든 것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좋아서 불교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불교에 관한 것을 알고 싶었던 차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각설하고, 나처럼 불교에 관해 조금이나마 알고 싶은 이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한다.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이라는 책의 제목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불교가 처음 들어올 때 우리나라의 토속신앙을 받아들였던 까닭에 불교를 말하면 당연히 무속적인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무속과 불교는 엄연히 다르다. 재미있는 질문들이 보인다. 스님들은 왜 삭발을 하나?, 부처님은 원래부터 곱슬머리였나?, 절에서는 왜 여성을 '보살님'이라고 부를까?, 관세음보살은 여성인가, 남성인가?, '수리수리마수리' 는 무슨 뜻일까?, 비슷하게 생긴 나치 문양과 만(卍) 자, 히틀러는 불교를 믿었나?  와 같이 누구나 한번쯤은 궁금해했을지도 모를 질문들은 슬며시 미소를 짓게 한다. 하지만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법사가 실존인물이었다는 것, 禪宗에는 왜 6조까지만 있는지, 탑의 층수가 모두 홀수인 까닭에 관하여, '天上天下唯我獨尊' 이란 말속에 담긴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처럼 진지한 질문도 역사를 통해 혹은 선사들의 말을 통해 답을 하고 있다. 법정스님을 통해 유명해진 말 '무소유'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렇듯이 무언가를 피상적으로 알기보다는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 편견이라는 무서운 울타리에 갇혀있는 사람에게 올바른 판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처럼.

 

올해부터 시행되기 시작된 도로명주소의 피해를 고스란히 불교계에서 당하고 있다는 뜬금없는 말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우리의 문화는 예로부터 이미 불교적인 색채를 지녔다는 걸 이해한다면 그런 결정들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토록이나 많은 지명이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한때 고양시 식사동에 살았었다. 그곳에 살면서도 동네이름이 식사동이 뭐냐? 라고만 생각했지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 일가에게 몰래 밥을 지어다 바친 절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는 건 전혀 몰랐다. 堂자가 들어가면 그곳에 당집이 있었다고, 立石이란 말이 들어가면 그곳에 큰 돌이나 석상이 서 있었을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미아리에는 미아사라는 절이 있었고, 청량리에는 청량사가 있었다는 건 눈치채지 못했다. 불광동은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비추는 곳이며, 은평구 신사동은 새로운 절이 들어선 곳이라는 이름이다. 불교 관련 지명이 전국에 550여개라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다.  엄청나게 많은 지명속에 불교적인 의미가 들어있다는 걸 미처 몰랐다. 그야말로 불교의 나라였다고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하다. 그런데 우리의 이런 고유지명은 일제에 의해 한번 훼손되었었다. 그후로 나름의 뜻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는데 그 동네의 속성을 기억하게 해 줄 원래의 이름들이 도로명이라는 어설픈 말로 인해 다시한번 사장되어질 위기에 처했다. 이 또한 서글픈 일이 아닐수가 없다. 하기사 편리성과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라져가는 우리의 옛모습들은 어딜가나 있으니...

 

우리가 흔히 쓰는 '야단법석'이나 '이판사판'이라는 말도 사실은 불교에서 온 말이다. 불교는 종교로 바라보지 말고 하나의 문화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어찌되었든 정말 사소한 질문이었으나 결정적이었던 질문을 통해 불교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불교의 역사를 말하는 책은 많다. 사찰의 장신구들에 관한 이야기도 많다. 하지만 어찌 생각해보면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들은 바로 이런 질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연유로 이 책은 딱히 불교신자가 아니라해도 한번쯤은 읽어볼 책이 아닌가 싶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집을 생각하다 - 사람이 행복한 지속가능한 집에 대한 통찰
최명철 지음 / 청림Life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을 내집으로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쯤은 누구나 해보았을 것이다. 아파트가 아무리 편하다고해도 자연과 어울어지는 그림같은 집에 대한 생각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집의 형태가 아파트다. 아파트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사람을 위한 집이 아니라 아파트를 위한 하나의 부속품처럼 사람이 거기에 붙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씁쓸한 기분이 느껴질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더러는 아파트의 삭막함을 감추기위해 덩그렇게 커다란 나무를 심어놓기도 하고 물길 하나 만들어서 그것이 마치 시냇물인양 선전하기도 하는 걸 보면 아파트가 제 본성을 숨길래야 숨길 수 없다는 걸 금새 눈치채게 된다. 그런 집의 형태가 자산가치로서의 역할을 언제까지 하게 될까?

 

굳이 크고 넓은 집이 아니더라도 흙을 밟고 사는 곳에 내 집을 갖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런데 어떤 집이 좋은 집일까?  타운하우스, 트리하우스, 셰어하우스, 플로팅하우스, 거기에 게스트하우스까지 집의 종류도 정말 다양하다. 건축에 문외한이다보니 처음 듣는 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장은 잘 넘어갔다. 어떤 집이 좋은 집인지, 집은 어떻게 지어야 하는 것인지 넘어가는 책장마다 한번씩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공동으로 마을을 형성해서 개성있는 자신만의 집을 지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시선을 끈다. 많은 사진을 함께 보여주고 있어서 뉴타운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지기도 했지만 집에 관한 우리의 비틀린 의식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그렇다면 어떤 집이 좋은 집일까? 넓고 큰 집? 최첨단 시설을 갖춘 집? 조망권이 좋은 집? 주변의 경치가 빼어난 집? 멋지게 꾸민 집? 이러니저러니해도 가장 좋은 집은 거기에 사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는 집이 아닐까?  집안으로 들어서면 포근하게 안아주는 것처럼 그렇게 아늑한 집이 가장 좋은 집일거라고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고 있다. 남들이 봐서 좋은 집보다는 내가 좋고 내가 편한 집이라면 가장 좋은 집일거라고. 최선의 집, 최적의 집, 최고의 집, 최신의 집이라는 부제로 나누어서 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시선을 끌었던 것은 최고의 집편에서 보여주었던 방배동 H씨댁이었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렇게 뻘쭘해보이던 집이 안으로 들어서니 놀랄만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만의 개성이 듬뿍 베어있는 그런 집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집을 짓고자하는 사람과 건축가의 생각이 하나되어 만들어진 집이라고 한다. 요즘은 그렇게 시대에 편승하기보다는 집다운 집을 짓고 싶어하는 건축가가 많다고 하니 앞으로는 개성있는 집을 자주 보게 되지 않을까?

 

불현듯 강릉의 오죽헌과 남양주의 여유당이 생각난다. 사랑채가 주는 느낌이 유난히 좋아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집이다. 나중에 집을 짓는다면 이렇게 지어봐야지, 하는 마음에 평면도를 한번 그려보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그림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 가끔은 조금씩 수정하기도 하면서. 堂號도 미리 지어놓았다. 나도 언젠가는 편안하게 나를 감싸줄 집을 지어보리라. /아이비생각 

뜬금없이 찾아온 생각하나, 그런데 나무위의 집에서 살던 허클베리 핀이나 타잔은 행복했을까?

 

멀쩡한 단독주택지들을 노후 주거지라고 선을 그어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부추기고 이웃 간의 갈등마저 야기한 잘못된 도시 행정은 멈춰져야 한다. 고요한 단독주택지 속에 뻘쭘하게 솟아 있는 아파트의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21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도로 읽는다 세계 5대 종교 역사도감 지도로 읽는다
라이프사이언스 지음, 노경아 옮김 / 이다미디어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를 통해 세계의 흐름을 알 수 있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질문에 대한 궁금증이 조금씩 풀린다. 그러면서도 종교라는 것이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정치나 경제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적인 현상까지도 그들의 힘이 작용한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종교의 힘은 이미 우리가 어떻게도 할 수 없을만큼의 크기와 무게를 갖고 있는듯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종교를 갖는 것일까?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신을 믿는다는 소리도 있지만 딱히 그렇지만도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변에서 종교를 가진 이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가까이하기에 무서울 정도로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사람이 우선이 아니라 오직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를 최우선으로 치는 모습, 그다지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아서 하는 소리다. 종교의 기원은 아무래도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자연을 향해 기원했던 아주아주 오래전의 그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이야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많은 옛것들이 사라져가거나 무시당하고 있지만 사실 따지고보면 그런 것들이 존재했기에 과학이라는 것도 생겨났을테니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이슬람교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昨今의 세태였다.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전쟁은 그들만의 전쟁일까? 그 전쟁은 과연 영토전쟁일까, 종교전쟁일까?  전쟁이란 것은 궁극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발생된다. 종교를 핑게로 그들은 영토전쟁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억지일까?  그렇다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종교가 존재할까? 우리가 알지 못할 뿐 밀교로써의 형태를 띤 종교는 아마도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중에도 5대 종교가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신자수로만 따져본다면 21억6천만명의 신자를 가진 기독교가 단연 1위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이슬람교가 16억명, 힌두교가 10억명, 불교가 4억8천만명, 유대교가 1400만명이다. 세계를 움직인다는 미국이란 나라의 종교인은 대다수가 기독교인이다. 그러니 기독교의 힘이 정치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의 가장 중심이 유대교인이라는 사실은 더더욱이나 놀랍다 .

 

5장의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는 종교의 세계는 생각했던 것보다 넓고 깊었다. 5대 종교의 경전이 가르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5대종교의 역사와 그들이 추앙하고 있는 성지, 그 종교들이 세계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종교로 인한 세계의 분쟁상황등 그동안 피상적으로 알고 있었던 종교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아울러 그들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그 특징이 생겨나게 된 유래는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같은 유일신임에도 많은 그림이 존재하는 기독교와 달리 이슬람교에서는 알라의 초상화나 조각이 전혀 없다는 건 이채로웠다. 물론 불교에서도 무불상시대가 있긴 했다. 신이 없는 불교에서조차 붓다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많은 형태가 생겨났다. 그럼에도 이슬람교와 유대교에서는 우상숭배를 금지하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니! 그러나 세상의 것들은 변할 수 밖에 없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그같은 원칙주의마져 흔들고 있다는 말이다. 힌두교의 카스트제도나 이슬람교에서 여성의 신체를 감추는 제도등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고 하니.

 

가끔 참종교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생각할 때가 있다. 종교로 인해 세상이 시끄러워질 때마다, 종교를 앞세워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고자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정교분리를 외쳤던 한때의 역사를 떠올리곤 한다. 정교분리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세상이 저렇게 시끄럽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각설하고 나는 아직 無敎人이다. 그러나 지금은 불교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중이다. 그것은 남을 교화시키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정화하고자 하는 불교의 교리가 좋아서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이 남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전에 자신부터 바른 삶을 살고자 한다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다른 이를 교화시키는 것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직까지도 마음에 종교를 담지 못한 나이기에 어쩌면 종교라는 것에 대해 더 알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렴풋하게 알고 있던 종교 상식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묵을 삼킨 소년 - 제3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야쿠마루 가쿠 지음, 이영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울컥 올라왔다. 이게 무슨?  느닷없이 찾아온 그 느낌이 싫지 않았다. 순간 눈물이 흘렀다. 아마도 쓰바사의 마음을 보았던 순간일 것이다. 차마 말할 수 없어서 터질것처럼 부풀어올랐을 쓰바사의 마음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던, 누구도 이해하려 들지 않았던 쓰바사의 마음이 느껴져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쓰바사의 마음을 알아차린 아버지 요시나가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착각을 하며 살고 있을까?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희생을 강요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왜 나만 아프고 나만 힘들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주기도 하는 것... 그게 바로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항상 받은 상처를 먼저 생각하는 모순을 안고 산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전에 읽었던 책이 생각속에 자꾸만 겹쳐졌다. <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이란... 그 책을 읽을 때도 지금처럼 마음이 아팠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서로를 향한 갈증을 채워주지 못한 채 파국을 향해 치닫던 가족의 일상. 그리고 일은 터져버리고 말았지... 서로에게 차마 말할 수 없었던 어떤 것을 안고 바라본다는 것은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 책속에 나타난 아버지와 엄마의 모습은 딱히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바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일 것이다. 책임지려 하지않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옮긴이의 말처럼 '정답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소한 우리는 모범답안이라도 제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돌이켜보면 그런 사회를 만들어버린 것 또한 우리 자신이니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아야 할 싯점도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네살인 쓰바사가 친구를 죽였다. 그러나 부모는 그럴리가 없다고, 그러지 않았다고 말해주기만을 염원한다. 그리고 입을 닫아버린 아들. 그런 일이 발생하기까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랬는지 부모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알아내야만 한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그 일에 대한 것을 알아내야만 한다. 아버지 요시나가는 힘겹게 결정을 내린다.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이혼을 했다는 것도, 일이 바빴다는 것도 모두가 핑게였다는 것을 인정하고 아버지 요시나가는 천천히 아들의 곁으로 다가가기 시작한다. 과연 아버지는 아들의 입을 열 수 있을까? 아니 굳게 닫혀버린 아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아들만이 알고 있다. 그러나 끝내 입을 열지 않은 아들 쓰바사는 결국 소년원에서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아버지는 말하지. 다시는 너를 혼자두지 않겠다고. 그 누구보다도 너는 내게 소중한 존재라고.

 

소년범죄라는 것이 뉴스속의 일로만 여겨지는 부모가 꽤 많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상대는 가해자이고 나는 피해자라는 착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이지러진 초상과 만나게 된다. 내 아이만큼은 저러지 않을거야... 나는 저런 아이의 부모와는 달라... 남탓하는 세상의 민낯을 보게 된다. 아울러 쫓아가 따귀라도 한 대 올려붙이고 싶은 언론의 비정함과 뻔뻔함에 불끈 주먹을 쥐게 되는 순간도 여러번 느끼게 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가장 나쁜 대처법은 외면하는 것이라고 한다. 결과야 어찌되었든 그것을 해결하려고 할 때 그 문제는 비로소 무거움을 벗어나게 된다.  무거움을 버리지 못한 문제는 자꾸만 자꾸만 가라앉게 되고 끝내는 그것으로 인해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버린다고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결과를 보여주고 있지않은가!. 내가 소중한 존재라면 남도 소중한 존재다. 우리는 이렇게 간단한 명제조차 외면하려 들지.... 어설픈 부모의 사랑과 부모를 향한 아이의 깊은 마음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나는 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일까? 묻게 된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트랩
멜라니 라베 지음, 서지희 옮김 / 북펌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압도적인 혹은 놀라운, 이라는 단어을 앞세우며 반전을 예고하는 문장을 보게 되면 꼼짝없이 걸려들고 만다. 그리곤 책을 읽는 내내 앞서간다. 반전이라는 말이 주는 힘은 이렇게나 놀랍다!  심리스릴러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어떤 상황에 맞서는 사람의 심리는 상당히 복잡할 터다.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으면서 느껴지던 조바심이 나름 흥미로웠다. 조여오는 느낌 또한 나쁘지 않았다. 함정에 걸려든 순간, 게임은 시작된다- 라는 책띠의 한 문장이 알 수 없는 기대감을 부풀린다.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동생 안나가 죽었다. 그리고 언니인 나는 그 범인의 얼굴을 보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미궁에 빠진다. 목격자가 있는데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 것일까?

 

그 사건 이후 11년동안 은둔 생활을 하며 작가로 지내고 있는 린다 콘라츠. 그녀가 집 밖의 세상속으로 나갔던 기억은 너무나도 멀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우연히 TV속의 남자를 보며 경악한다. 자신의 기억속에 분명하게 각인되어져 있던 범인의 얼굴. 동생을 죽인 살인자가 저렇게 잘살고 있다니.... 경찰에 신고를 하지만 오히려 그녀 자신이 동생을 죽인 살인사건의 용의자였다는 사실만을 확인하게 된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범인을 눈앞에 두고도 잡을 수 없던 린다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범인을 불러들이기로 한다. 과연 그녀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그것도 12년전에 일어났던 일인데? 그러나 그녀는 알고 싶었다. 동생이 왜 죽어야 했는지를.

 

사람에게는 누구나 외면하고 싶은 과거가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과 다시 마주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끔찍할 것이다. 어쩌면 린다도 그런 심리상태였을 것이다. 감당할 수 없었던 기억을 안고 산다는 게 그녀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켰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속에 소설이 있다. 베스트셀러작가인 린다가 범인을 잡기 위해 택한 방법은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그날의 사건을 책속에 담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그녀 자신을 세상에 노출시켜야 하는 고통을 이겨내야만 한다.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녀의 가뿐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런데 범인은 정말 TV속의 그 남자였을까?

 

자신이 살인사건의 용의자였다는 걸 모른 채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만 했던 린다.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하나씩 꺼내질 때마다 세상을 향한 그녀의 발걸음도 한발자욱씩 앞으로 나간다. 그녀가 범인이라고 믿고 있었던 남자와 치고받는 심리전은 가히 압권이다. 책을 읽는 사람조차도 그들의 술수에 말려들게 된다. 그 싸움의 끝에서 드러나게 될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어느 사형수가 있었습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종교생활을 하고 동화책을 쓰기 시작했어요. 거기서 얻은 수익금은 전부 기부를 했고요. 그리고 나서 그는 사형을 당했습니다. 스물 다섯 살때 살인을 한번 저지른 죄로 40년간 사형수 독방에 갇혀 지낸 예순다섯 살 먹은 남자는, 과연 그 때와 같은 사람일까요? 그를 아직도 살인범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400쪽)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그 사람은 정말 죽을 때까지 살인자였을까? 이상하게도 긴 여운을 남기는 대목이다. 이중적인 잣대로만 말할 수 없는 게 사람의 일이요, 세상의 일인 것을.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