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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맨발
한승원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4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발이라는 제목을 달고 화제가 되었던 사진 한장이 있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이었다. 오랜 연습과 고된 훈련으로 제멋대로 찌그러져버린 못생긴 발.. 그 생김새가 말해주는 인내의 세월이 아름답다는 말이겠지만 그 후로도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의 발을 사진찍어 올리며 아름다운 발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박지성의 발, 이상화의 발처럼 말이다. 문득 생각난 동화 한편 때문에 책을 읽다가 슬그머니 웃음이 나기도 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눈, 코, 입, 귀, 손, 발이 서로 제가 더 잘났다고 떠들어댔다는 동화말이다. 결국 그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몸뚱이 자체를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게 발일테니 어쩌면 발이 더 큰소리 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에 살풋 웃음이 난 것이다. 발은 사람의 모든 장기를 그 안에 담고 있으면서도 온갖 더러운 것을 밟고 다녀야 한다는 것 때문에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이나 발만큼 그사람의 역사를 표현해주는 존재도 없지 싶다. 그만큼 발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터다. 그래서 그 발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사람의 맨발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내심 우리가 알고 있는 부처의 모습보다는 또다른 부처의 모습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한방 맞은 느낌이랄까? 뭔가 색다른 것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마저도 내려놓지 못하는 나의 욕심이었다는 걸 알게 되니 한편 부끄럽기도 하다.
싯다르타는 샤카족의 태자로 태어났다. 어머니 마야 왕후가 아이를 낳고 7일만에 죽자 이모 마하 프라자파티 왕후의 손에 의해 길러진다. 자라는 과정이야 왕세자 교육을 받는 우리네 역사속의 왕자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그들만의 계급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싯다르타가 출가를 하게 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카스트 제도는 브라만(승려계급), 크샤트리야(무사계급), 바이샤(工商계급), 수드라(노예계급) 등 4개 계급 외에 수드라 이하의 계층으로 구성돼 있다. 수드라 이하의 계급이란 것은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다리트(Dalit)'로 온갖 멸시와 배척을 받으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3D 업종에 종사한다. 이들은 인도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이보다 더 낮은 계급도 있다. '부족민' 또는 '트리발(Tribal)' 로 일컬어지는 토착민들인데 약 5,000만 명정도나 된다고 한다. 다리트와 트리발은 아예 카스트에 끼지도 못하는 열외 인간으로 사람대접을 못 받는다. 계급으로 나뉘어진 인간사회를 어떻게 해보지도 못한 채 열반에 든 석가모니도 그렇고 인도가 내세우는 위인 마하트마 간디도 어쩌지 못했던 것이 바로 카스트 제도인 걸 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열반에 든 후 제자 가섭에게 관밖으로 발을 내밀어 보여주었다는 일화도 그렇지만 부처와 제자들과의 일화에 대한 배경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모든 것이 '신의 뜻' 이라는 말로 정당화시켜버리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어 고뇌에 빠진 싯다르타가 마침내 출가를 결심하고 성을 나서는 장면은 항상 알 수 없는 기대감에 부풀게 한다. 원래 없었던 것이라거나 非想非非想處 와 같은 어려운 말들은 차치하고라도 八正道만큼은 그대로 가슴속에 우뚝 세워두고 싶은 욕심이 난다. 마음이 고통에서 멀어질 수 있는 방법이라는 팔정도는 中道를 말하기도 하는데, 해탈에 이르는 바른 길은 감각적 쾌락을 구하는데 있는 것도 아니고, 지나친 고행으로서 자신을 괴롭히는데 있는 것도 아니며, 그 양 극단을 떠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도가 불교의 발상지임에도 불구하고 불교신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 이유를 혹자는 불교의 남녀평등 사상이 카스트제도에 반하는 까닭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내부의 권력다툼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수행중인 싯다르타를 찾아와 했다는 악마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그때그때 죄를 짓고, 참회하고 신께 빌어 용서를 받으며 살아가도록 점지되어 있다"는. 그러니 신께 복이나 구하면서 살라는 그말은 왠지 서글픈 여운을 남긴다. 솔직하게 말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내용이었지만 부처를 '영혼의 스승'이라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영혼의 스승에게 바치는 헌정글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듯 싶다. 부처의 일생중에서 출가에 더 큰 의미를 두고 글을 썼다고 한다. 아이에게 읽혀도 될 만큼 쉽게, 이해하기 편하게 쓰여진 글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