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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 길운이 깃들다 (스프링) ㅣ 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미아(이혜란) 그림, 베이직콘텐츠랩 기획 / 베이직북스 / 2024년 12월
평점 :
경복궁 자경전 뒷편으로 가면 십장생 굴뚝이 있다. 십장생은 열가지 오래사는 것들로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이를 말한다. 옛사람들은 그것들을 통해 평안하게 오래 살기를 기원했다. 물론 민속신앙이나 자연숭배에서 온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壽福康寧을 기원하는 사람들은 계층을 따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처럼 길상문을 통해 행복이나 성공, 자손을 잇는 일등을 무늬로 표현했으니 종류는 상당히 많다. 예를 들면 물고기를 그려 立身揚名을 꿈꾸기도 하고, 포도문이나 당초문을 통해 자손의 번영의 기원하기도 했으며, 한 쌍의 봉황을 통해 음양의 조화와 부부의 사랑을 기원하기도 했다. 이 책의 표지에 길운이 깃들다, 라는 말이 보여 하는 말이다.
책의 크기가 스케치북과 같은 크기라 놀랐다. 게다가 종이의 질도 색칠하기에 딱 좋아 보였다. 그림 또한 산뜻하고 깔끔하다. 가장 먼저 연말을 맞이하여 올 한해의 좋은 마무리와 평안한 내년을 기원해보며 두루미와 능소화를 칠해 보았다. 두루미는 평화와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옛날에는 양반꽃이라 불리며 평민들은 함부로 키우지 못했다고 하는 능소화는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장원급제를 하면 왕이 관모에 꽂아주던 어사화로 쓰이기도 했다.
두번째로 눈에 띈 그림이 물고기와 붓꽃이었다. 물고기문양은 생명 또는 건강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대표적인 길상吉祥과 벽사辟邪의 상징이다. 내년에는 나쁜 일들이 아들녀석을 피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택한 그림이다. 어차피 길상화吉祥畵는 다양한 현실적 욕망들을 담아 그리는 것이니 간절한 엄마의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면 억지일까? 登龍門이라는 말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책속의 그림들을 가만히 살펴보면서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었다. 그러다가 '퓨전'이라는 말을 떠올리고는 살풋 웃음이 났다. 저 얼룩말과 해바라기를 보면서 슬픔과 절망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노란 해바라기와 초원을 뛰노는 얼룩말을 보면 누구나 마음에 한조각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도 같다. 옛그림속의 길상문만 생각하기 보다는 이렇게 색다른 해석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듯 하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