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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어제가 있어 빛난다 - 과거를 끌어안고 행복으로 나아가는 법
샤를 페팽 지음, 이세진 옮김 / 푸른숲 / 2024년 10월
평점 :
가끔 찾아볼 때가 있다. 기억과 추억의 차이는 뭘까? '사물이나 사상(事象)에 대한 정보를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저장하고 인출하는 정신 기능'을 기억이라 하고,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함'을 추억이라고 사전은 알려준다. 그런데 그 기억이라는 것은 믿을 게 못 된다는 말도 있다.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것이 뇌의 기능이기도 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까닭이다. 기억의 오류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억이라는 것이 우리가 이미 지나쳤던 시간들의 집합체라고 한다면 말의 의미가 조금은 달라질 것 같다. 이 책은 우리를 지나쳐간 시간들, 즉 과거에 대해 말하고 있다. 과거는 그렇게 쉽게 잊혀지는 게 아니라고. 그 과거가 지금의 나에 대한 정체성이 되었다고. 이쯤에서 앞에 이야기했던 '추억'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마도 좋지 않았던 기억을 추억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추억은 돌이켜 꺼내보았을 때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는 일들이다. 나쁜 추억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하는 말이다. 책을 읽다 보니 우리의 기억, 즉 과거를 생각하며 바라보는 것, 그리고 그것이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게 된다. 우리가 모색해야 할 것은 과거와 더불어 사는 법, 무거운 짐을 가벼운 마음으로 지는 법이다.(-24쪽) 심리학 책에서도 그런 말을 하곤 한다. 과거의 자신을 안아주어야 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겪어왔던 일들이 단순히 우리만의 기억일까? 부모들이 경험에서 끌어낸 판단, 교훈, 해석은 일부분 사회적 맥락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암묵적 의미기억의 핵심을 이루어 대대로 전달된다.(-42쪽) 는 저자의 말에 크게 공감한다. 그렇다고 해서 과거를 외면하겠다는 말은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어차피 과거의 고통이나 트라우마로 남은 기억을 회피하기에는 얼마나 많은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까닭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아픈 과거와 화해를 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외면하고 싶었던 과거가 눈물 흘리게 했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 인지를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고 많은 치유를 받게 되었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다르지 않다. 과거는 모두 현재였으며 현재는 또 모두 미래가 된다. 지금의 현재가 어떤 미래를 만들지 알 수 없는 일이니 저자의 말처럼 과거를 버팀목 삼아 현재를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하다. 자신의 모든 것들을 받아들이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