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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하! 무슨 책 제목이 저러냐? 그런데 솔직하게 말해본다면 나도 저런 말 한 적 있다. 그래서인지 책속에 보이는 인간 알레르기라는 말에 기시감조차 느껴진다. 물건도 아니고, 먹는 것도 아닌데?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이란 책표지의 말을 보면서 그렇지, 인간 관계라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싶었다는 말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나, 왠지 인간에 대한 거부반응이 있는 것 같아.... 몇 번의 상처를 가슴에 품은 후부터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만남을 갖기 시작한 것이. 튕겨져 나오는 내 마음과 다시 만난다는 게 나를 왠지 모를 초라함에 젖어들게 했었다. 이런 경험을 나만?
주는 것 없이 싫은 사람도 있고, 받는 것 없이 좋은 사람도 있다는 걸 경험해 본 사람 많을 것이다. 조심스럽게 책장을 열어 목차를 훓는다. "나는 인간 알레르기일까?", "왜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가?", "나는 왜 너를 싫어하게 됐을까?", "아무래도 싫은데 어쩌라고!", "나는 나를 조종할 수 있다"... 총 5장에 걸친 부제들이 순간순간 나의 시선에 꽂힌다. 예사롭게 넘길 수 없는 문장들... 사실 이 책, 그다지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렇고 그런 심리상태를 또 말하고 있을거야... 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수많은 사례를 만나게 되는데 그 사례들이 주는 느낌이 이채로웠다. 흔한 이야기처럼 들리는데도 커다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내야 할 사회속에서는 정신적인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한다. 거침없이 변해가는 사회를 보면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지 싶다. 수많은 병폐가 지금도 우리 주변에 산재한다. 마치 누군가가 밟기만을 기다리는 지뢰처럼.
지나치게 결백하거나 무정한 성격도 인간 알레르기의 특징이라는 말이 보인다. 다정함을 잃어버린 작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다정함이라 함은 한마디로 말해 관심과 배려다. 이해와 용서를 필요조건으로 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현재 그 모든 조건을 하나씩 하나씩 버려가고 있는 상태다. 인간이 언제부터 타인을 거부하고 배제했는가를 이야기하면서 性善說을 주장했던 맹자와 性惡說을 주장했던 순자를 말하고 있는 부분이 흥미롭다. 순자가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면 왜 예와 의가 필요한 것이냐고 맹자를 비판했다는 것인데, 나도 사실은 性惡說을 믿는 사람중의 하나다. 그렇기때문에 선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세상에 그토록이나 많은 법규와 규범이 필요하지 않았을테니까.
세상에 태어나 이름석자 큼직하게 남기고 간 사람들조차 인간 알레르기였다는 말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까? 니체와 바그너, 서머싯 몸, 쇼펜하우어, 나쓰메 소세키, 생텍쥐페리... 그러나 한편으로는 씁쓸하다. 결국 그 사람이 살아야 했던 환경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사람과 함께 지냈는지가 중요하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미 어린시절부터 인간 알레르기의 조짐은 보이기 시작했다는 말인데 돌고 돌아서 사랑으로 다시 돌아왔다. 사랑받은 자와 사랑받지 못한 자,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다시 한번 깨우쳐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 마음에는 자기 회복 장치가 있다고 하니. 이것도 저것도 안되면 법정스님께서 남기고 가신 말씀, 버리고 살기가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진 않겠지?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