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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시대 - 세상이 수상해지면 출몰하는 오래된 미디어
마츠다 미사 지음, 이수형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발없는 말이 천리간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말 많은 집 장맛이 쓰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 .. 등 소문에 관한 이야기는 많다. 말 한마디에 사람이 죽고 산다는 말도 있고, 세 치 혀가 사람 잡는다는 무서운 말도 있다.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으니 항상 말조심하며 살아야 한다는 말은 살면서 정말로 많이 듣는 말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만큼 말은 무섭다. 진실이 담겨지지 않은 채 떠도는 말은 더 무섭다. 그렇게나 조심하라고 강조하는 삶을 살아가는데도 소문은 끝도없이 만들어지고 끝도없이 퍼져나간다. 지금과 같이 미디어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그 발없는 말의 흐름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를 가지고 있다. 너무 심하다 싶은 경우에는 그 말의 진원지를 케내기 위해 뒤를 밟기도 하지만 결국엔 꼬리를 잡을 수 없는 것이 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입이 아니라 손가락 끝에 모든 게 달린 세상이다. 너무도 쉽게 말이 만들어지고 너무도 허망하게 말은 퍼져나간다. 그 진위여부를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왜 그런 걸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관계의 형성' 때문이란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어하고,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져주기 바라는 그런 마음이 밑도 끝도없는 허황한 말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왜 마음을 나누기보다 말을 나누며 살아가려 애쓰는 것일까? 마음을 잃어버린 세상이 서글플 뿐이다.
이건 너한테만 하는 말이니까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돼.... 살면서 이런 말 한번쯤은 누구나 해 보았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그 말이 정말 나한테만 하는 말일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언컨데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 말은 즉, 너한테 하는 이 말은 이미 다른 사람에게도 했으니 너도 다른 사람에게 옮겨줘, 라는 속성을 숨기고 있다고해도 아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란 말이다. 우리는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일까? 책속의 말을 살펴보면 더더욱 서글퍼진다. 내용이 뭐든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다는 심리, 세상을 살아가는 불안감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놓고 싶다는 심리, 누군가와의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 해서 그사람과의 관계가 더 끈끈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밑바닥 심리, 바로 그런 심리들이 떠도는 소문을 붙잡고 싶어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랬던 사람들의 관계는 더욱 더 돈독해졌을까? 그렇게 돈독해졌다면 어째서 모두가 외로워하고 불안해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과연 믿을 수 있는 말은 몇 퍼센트나 될까? 온갖 말의 유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속살은 숨겨두고 목소리를 높여 요란하게 겉포장만을 보여주려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나는 또 얼마나 진실된 삶을 살아내고 있는가 뒤돌아보게 된다. 책의 끝부분에 '애매함에 대한 내성' 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정보의 농도를 판단하는 정보를 함께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말이 시선을 끈다. 정보의 애매함에 대해 내성을 갖고 입을 다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일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여전히 '소문'이 필요하다고 한다.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맺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또한 그 소문의 통로가 변함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도 바뀔 것이기 때문에... 목차에서 보이는 소문에 대한 정의를 가만히 살펴보면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 듯 싶다. 세상이 수상해지면 등장을 하고, 진실과 거짓을 넘나들며, 문화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새로운 소통수단으로서의 소문...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작금의 세상을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생각할 수 있는 동물이다. 그러니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가장 아름다울 것이다. 경쟁의 시대라고 해서 마음을 나누지 말라는 법은 없을테니까.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