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만년 살 것 같지? - 멸종위기 동식물이 당신에게 터놓는 속마음 만화에세이
녹색연합 지음, 박문영 만화 / 홍익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간의 욕망은 너무나도 많은 것의 희생을 강요한다. 사실 알고보면 그렇게 큰 존재도 아닌데 이 세상이 오직 인간만을 위해 있는 것처럼 그렇게 오만불손하다. 어쩌다 차를 타고 달리다보면 로드킬을 당해 죽어간 동물의 사체를 보게 된다. 아주 여러번을. TV를 켜게 되면 부쩍 많아진 자연다큐를 보게 된다. 저렇게 정성들인 프로그램도 없겠다 싶을 정도로 아주 세세하게.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은 항상 질문을 던진다. 이래도 자연을, 환경을 보호하지 않겠느냐고. 이 책을 보고 깜짝 놀랐던 점은 바로 그 다큐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또다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동물과 식물의 생활을 방해하면서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말았다. (물론 동물과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들여  은근과 끈기를 가지고 만든 프로그램도 있지만...)  지구 최대의 적은 인간이며, 인간의 적은 인간이라는 말이 새삼스러웠다.

 

새로 생겨나는 아파트들이 서로 먼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자리다툼하는 곳만 봐도 우리가 얼마나 자연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산을 깎아내고 물길을 막으면서 삐죽삐죽 지어진 아파트를 보면 절로 한숨이 난다. 그래놓고는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깔아뭉개버리고는 그 위에 어쭙찮게 자연을 흉내낸 우리 삶의 터전이라니...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면 뭐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장바구니 들기, 이면지 사용하기, 되도록이면 일회용을 사용하지 않기 등 몇 개를 실천하며 살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턱없는 일이다.  자연을 살리는 일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보전할 생각보다는 일단 편리함을 선택하고 그것에 맞게 자연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만들어진 자연(?)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창덕궁 후원이 세계문화유산이 된 이유는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번이라도 가 본 사람이라면 아하, 하면서 공감하게 될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 한귀퉁이를 우리 인간이 잠시 빌려쓰고 있다는 것을. 그 자연에 공감하며, 그 자연의 멋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우리는 무엇에 쫓기듯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책을 덮으면서 법정스님이 떠올랐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던 스님의 말씀. 꼭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래서 마음속에 작은 여유를 품고 살아갈 수 있다면 저리도 무섭게 자연을 파괴할 일도 없을 터다. 자연의 역습은 이미 시작된 것 같은데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그래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너희들은 천년만년 살 것 같지? 우리가 없다면 그렇게 될 수 없을거야!" 라고.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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