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사 1 - 만주사변과 중일전쟁 전쟁과 평화 학술총서 1
일본역사학연구회 지음, 아르고(ARGO)인문사회연구소 엮음, 방일권 외 옮김 / 채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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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던 나의 생각이 너무 가벼웠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저 일본을 들여다보고 싶었고, 우리의 근대사는 또 어디에서부터 그들과 얽히기 시작했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 내 손에 들렸던 무게만큼이나 무거웠다. 역시 역사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우리뿐만이 아니라 모두에게 있어서 역사는 현재의 우리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그러나 역사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가 묻고 싶어지던 순간이었다. 책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주제도 무거웠지만 전쟁사를 다룬다기보다는 그 전쟁사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었던 일본의 배경이 짙게 깔려 있었던 까닭이다. 어설프게 알던 일본의 모습이 아니었기에 머리속에서 재정리되어야만 했다. 들여다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드러낸다는 것 역시 더더욱 어려운 일일것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의 소개글에서 여러 분야의 진보적 연구자들이 모여서 이론적인 분석을 한 내용이라는 말과, 일본의 지식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은밀하게 열독하며 번뇌하게 만들었던 책이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참회의 기록.... 그야말로 師가 아닐 수 없다. 다시 대한민국을 돌아보게 한다.

 

파시즘이라고?  천황제와 파시즘, 제국주의의 구조적 모순이 필연적인 패망의 역사를 가져왔다는 말을 보면서 파시즘에 대해 찾아보았다. 무솔리니나 독일의 나치 정권을 대표적인 파시즘이라고 한다는데, 그 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역사적인 혼란과 세계공황이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한마디로 말해 자국주의 또는 민족주의가 강렬하게 표현되는 것이 파시즘이다. 때로는 인종주의를 추종하기도 한다. 그것이 너무 과격해지면 자기민족을 위한 생존권을 요구하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제국주의적인 침략을 정당화하기도 한다는 말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독일과 일본을 떠올렸다면 무리수일까?   '국가사회주의 독일 노동자당'의 약칭, 그것이 바로 나치스다. 극히 소규모의 국수주의 단체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나치스의 힘이 커진 이유는 무엇때문이었을까?  그들의 말에 현혹되기 시작했던 계층을 보면 주로 노동자층이었다. 노동자가 설 수 있는 곳이 없었다면 당연히 먹고 사는 문제도 힘겨웠을 것이다. 중국통일에 성공했던 장제스 체재에서 일반민중은 정식으로 내야 할 세금외에도 갓 태어난 아이의 '출생세', 죽은 자의 '관통세', 밭의 '비료세', 각 집마다 있는 '굴뚝세'등을 내야하는 것 때문에 몸살을 앓았다고 한다. 노동자의 임금은 하락하고 소작료는 상승하고 심지어 그걸 미리 떼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하니 그런 세상에서 버텨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혁명세력이 생겨나게 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런 예는 우리의 역사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어떤 것을 원했을 것이고 필요에 따라 노동자당이 생겨났을 거라는 말이다. 그 후의 모습이 어찌되었든. 그런데 씁쓸한 것은 그들은 그 혼란을 다스리기 위해 다른 나라로 눈길을 돌렸다는 대목이었다.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으면서도 이 좁은 땅덩어리안에서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해 으르렁거리기만 했을 뿐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조선의 혼란기를 되짚어보게 된다. 그렇다고해서 우리의 역사를 폄하하고자해서 하는 말은 아니다. 무거웠던 주제만큼이나 책장을 넘기는 게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식인들이 이런 분석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이 이 책을 끝까지 놓지않게 만들었다. '틀림'만이 있고 '다름'이 인정되지 않는 이 나라의 현실. 일반민중의 삶속에서 행복이란 말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어버린 이 나라의 현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서는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도 혹시 참회의 기록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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