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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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盈虧...가득참과 이지러짐, 또는 가득함과 빔. 차고 기우는 달의 모습을 우리는 기억한다. 똑같은 달인데 보는 위치에 따라 모습이 바뀌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잘 안다. 그런데 똑같은 사람이 때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내게 돌아온다면 어떨까?  이미 방영이 끝났는데도 지금까지 우리의 기억에 남아있는 드라마가 있다. '환생'을 다루고 있던 그 드라마의 주제가 꽤나 이채롭다고 생각했었다. 그 때 문득 내가 질문했었다. 사람이 전생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다시 태어난다면 행복할까? 그 드라마에서처럼 이루어지지 못해 절절한 사랑을 다시 찾기 위해, 오로지 그 사람에게 자신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난다면 아마도 그사람은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현생의 시간속에서 만난 주변 사람들과 상대역을 해야만 하는 사람에게서 느껴질 곤혹스러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 드리마에서도 이렇게 말했지. 모두 잊혀질거라고. 그 잊혀짐이 신의 배려라고.

 

이 책의 주제는 '환생'이다. 같은 존재이면서 시간에 따라 다시 태어나고 또 태어난다. 오직 한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는 이유로. 촘촘한 짜임새때문인지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빠져들었다. 잠시나마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남자 아키히코를 만나러 가는 길에 죽었을 것이다, 그녀 루리는. 그런 까닭인지 그녀는 달이 차고 기울듯이 너에게로 다시 올거야, 라고 말챘던 것처럼 모습을 바꾸며 아키히코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한다. 사랑이라고 믿었던 여자를 그렇게 떠나보냈던 남자 아키히코는 그때로부터 20년도 훌쩍 넘어 50이 넘은 중년에 와서야 그녀의 환생과 마주하게 되지만... 역시 전생의 기억을 안고 현생의 삶을 산다는 건 안되는거였다. 우리에게 정말로 환생이 있다면 말이다. 상당히 이기적인 집착이라고밖에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야기의 시작은 오사나이 쓰요시라는 남자부터다. 그의 딸 '루리'를 시작으로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하는  '루리'의 존재는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왠지 알 수 없는 두려움마저 불러온다. 모든 이야기가 마치 루리와 아키히코의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 듯 보여지지만 결국엔 시작했던 오사나이 쓰요시에게로 다시 돌아온다. 자신의 딸 루리와 또하나의 루리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작은 소녀 루리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사랑의 깊이가 조건이라면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사람이 나만은 아니다" 라고.  사랑의 깊이라는 말이 잠시 나를 붙잡았었다. 그 사랑의 깊이라는 건 주관적일까, 객관적일까?  그래서 사랑은 다분히 주관적인 이기심 덩어리인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별것도 아닌 것들이 우리에게 행복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그 '별 것 아닌 것들'이라는 말때문에 우리는 그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지 못하지. 루리가 아키히코에게 마음을 주게 된 것도 참 별것 아닌 것으로 시작된다. 누군가의 관심과 배려는 그만큼 무겁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관심과 배려야말로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일게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동안 우리에게 외면당하지 말아야 할 그 무엇이 있다면 관심과 배려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이 일정하지 않은 채 등장인물에 따라 몇 개의 이야기가 서로 맞물려 있는 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들은 묘하게 서로 엉켜있다. 복잡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만큼 이해속도가 빠르고 몰입도가 상당하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거나 들었음직한 이야기인데도 처음처럼 강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처음 가 본 곳인데도 마치 언젠가 한번 와본 듯한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전생에 인연이 있었던 때문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책을 덮기전 옮긴이의 말을 보니 이런 말이 보인다. 두 번 읽으면 더 좋을 책, 이라고. 어찌되었든 나는 이 책을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 느낌이 좋아서...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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