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방정 귀신 퇴치법 -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작 책고래마을 19
김상균 지음 / 책고래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여라는 게 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지만 나 어렸을 적에는 꽃상여도 간간히 볼 수 있기는 했다. 사람이 죽으면 장지까지 상여를 메고 갔는데 그 뒤를 유족들이 곡을 하며 따라갔었다. 그 상여의 앞에서 무서운 얼굴로 행렬을 인도하던 탈이 방상씨다. 이 책에서도 그것을 다루고 있지만 방상씨의 역할은 나쁜 기운을 막아내는 것이다. 탈을 쓰고 악귀를 막아낸다는 의식은 고려시대 이전부터 있었다고 하니 꽤나 오랜된 일이다. 방상씨 가면을 보면 눈이 네 개인데 윗쪽에 있는 눈은 이승을, 아랫쪽에 있는 눈은 저승을 바라본다고 한다. 문득 어쩌면 죽은자를 편히 보내고싶어하는 남은 사람들의 배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제목만 보면 우리가 무서워하는 귀신을 막아내기 위한 어떤 처치법이라도 있을 것 같았는데 나의 짐작이 살짝 빗나갔다. 그럼에도 이 책의 소재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간단명료하다는 점이다. 조금만 더 살을 붙여 이야기했다면 참 좋았을텐데.... 그렇게 했다면 너무 전래동화같았을까? 어찌되었든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오히려 무서운 귀신을 형상화 했다는 사실은 재미있다.  책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귀신들은 우리나라의 설화나 전설속에 등장했던 존재들이다. 일종의 신화라고나 할까? 하긴 우리나라의 신화를 읽어보면 그 많은 신이 어디서 나왔을까 싶기도 할만큼 많다. 뭐, 다른 나라의 신화를 읽어봐도 마찬가지겠지만 말이다.  

 

한때 경복궁앞의 해치가 궁으로 들어오는 관악산의 '火氣'를 막기 위함이라는 말이 있었다. 실제적으로 궁 안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드므' 역시 물을 담아놓는 그릇으로 '火氣'를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火魔'의 모습을 얼마나 흉하게 생각을 했으면 들어오던 '火魔'가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 되돌아가라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다. 궁궐을 답사하면 그 입구에서 어김없이 들려오는 신수이야기 역시 아주 좋은 예다. 지금이야 그런 이야기를 하면 비과학적이라고 웃을 일이지만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았던 시절에도 귀신은 끝도 없이 우리를 괴롭히던 존재였다. 그러니 그런 귀신을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처치법을 내놓았겠는가 말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가 바로 그 귀신들을 퇴지하기 방법들이다. 전통가옥을 들여다보면 그런 의미를 가진 것이 많이 보인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게 귀면상이지만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어 먹는다는 것도 그 한 예이고, 부적이라는 이름으로 이상한 그림을 그려 몸에 지니는 것도 그 한 예였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금줄도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실 없어진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워져 우리가 외면하고 있을 뿐인 우리의 민속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주제가 너무 반갑고 고맙다. 잊혀져가는 우리의 민속을 찾아내는 것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일테니.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