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잠수함
이재량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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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뭘까? 허, 무슨 유행가 가사도 아니고. 그럼 우리는 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는 말했지,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지는 거라고. 왜 사냐고 묻거든 그냥 웃지요, 라던 어떤 시인의 글귀가 떠오른다. 너는 무엇때문에 살고 있니? 너를 이 세상에서 버텨내게 하는 게 무엇이니? 묻고 있었다. 이 책은. 그렇구나. 그렇다면 이 힘겨운 세상속에서 나를 버티게 하는 게 무엇일까?  마지막 장을 덮었으면서도 책은 쉽게 내 손을 떠나지 못했다. 도대체 뭐지? 책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 정말 오래도록 느낄 수 없었는데... '아웃사이더'라는 말이 생각났다.  '아웃사이더'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싶어 검색을 해 보면 노래쟁이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온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닌데. 세상이 그렇다. 누구 하나, 무엇 하나 내 생각처럼 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니 살아내는 게 아니고 살아진다는 표현을 쓰지.  정해놓은 사회의 규범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 어쩌면 그 사회의 규범이 싫어 철저하게 외톨이로 살아가기로 마음 먹은 사람들. 좋든 싫든, 자의든 타의든 이 세상에 아웃사이더는 많다. 세상에 동화되지 못하고 그저 나는 나일뿐이라고 주장하며 살아가고 있는 나도 어쩌면 아웃사이더는 아닐까?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그 뻔하디 뻔한 규칙들이 싫어서 그저 내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그 규칙에서 어쩔 수 없이 밀려나버린 사람들, 우리가 외면해 버린 그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그냥 틈나는대로 조금씩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러나 웬걸! 책을 놓을 수 없었다. 밥먹는 것도 잊은 채 그냥 직진이다. 놀라웠다. 어떻게 이렇게 빨려들 수가 있는지. 나는 그냥 그대로 노란 잠수함에 올라탄 일행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이 겪고 있는 일들을 고스란히 내 몸으로 받아내야 했다. 페퍼랜드... 이 세상에 없다는 유토피아... 그러나 유토피아는 있다. 단지 우리가 찾지 못하고 있을 뿐. 현실이 고통스러우면 바로 옆에 있는 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그 유토피아는 어쩌면 영원히 그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절박하고, 참담하고, 생생했다. 그들의 여정은.  느닷없이 납치범이 되고, 강도가 되고, 성폭행범이 되어버린 우리의 주인공. 그 썪은 승합차가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들의 아픔은 소리가 되어 입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세상에~ 핑게없는 무덤이 없다더니... 누구나 가슴속에 사연 하나쯤 숨기고 살아간다더니...

 

"사람이 사는데는 말이시, 하루먼 충분하다네. 인생에서 젤로 빛나는 하루, 그 하루만 있으믄 사람은 살 수가 있는 것이여." (-236쪽)

인생에서 젤로 빛나는 하루. 나에게는 그 하루가 있을까? 아니면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없었다면 앞으로 있을 것이고, 있었다면 나는 그 하루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젤로 빛났던 나의 하루는 기억하지 못해도 젤로 어두웠던 그 하루는 있었다고. 어쩌면 나는 그 어두운 하루를 붙잡고 지금까지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고. 그 어두웠던 하루에서 벗어나고 싶어 발버퉁치며 살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바보같이... 그렇게 바보같이 살았었구나... 싶었다. 사실 이 책속에는 대단하게 느껴질만한 게 하나도 없다. 그저 덤덤하게 일상을 그려내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소시민'이라는 말이 있다. 원뜻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중간에 위치하는 중간계급을 의미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다가오는 체감으로는 그 중간계급보다 좀 더 아래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지금도 페퍼랜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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