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달콤한 고통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미정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여우는 나무에 매달린 포도가 정말 먹고 싶었다. 하지만 갖은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여우는 이렇게 말했다. 저 포도는 너무 시기 때문에 먹을 필요가 없어! 라고.  이렇듯이 자기합리화는 너무나도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 자기합리화라는 건 쉽게 말해 변명이다. 원하는 목표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 자신의 실패를 정당화하는 방어기제이기도 하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그런 합리화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도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그것이 나쁜 상황이라면 자기합리화의 결과는 상당히 무서워진다. 바로 이 책속의 주인공처럼. 오직 자신의 마음만이 중요한 한 남자의 집착이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어떻게 파괴해가는지 두려운 현실과 마주했던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내내 소름이 돋았다. 저런 사랑이라면 누구라도 끔찍할거야.

 

사랑이라는 말처럼 대단히 주관적인 표현도 없다. 사랑이란 말의 정의가 뭘까?  사전에서 말하고 있는 사랑의 정의 그대로 우리가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플라토닉이니 아가페니 떠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에로스를 꿈꾸며, 주는 것보다는 받는 걸 더 좋아하는 게 인간의 솔직한 사랑일 것이다. 그렇다면 책속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캘시가 꿈꾸었던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첫눈에 반했던 애나벨이 다른 남자와 결혼을 했지만 결국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는 확신으로 자기 자신을 옭아매버린 것이 그 끔찍한 일들의 시작이었다. 언젠가 돌아올 그녀를 위해 집을 마련하고 주말마다 그 집에서 그녀와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달콤한 상상을 한다. 편지도 보내고 전화도 하는데 그녀는 왜 자신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그 남편이란 존재가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 것일거야. 그녀가 그토록 보잘 것 없는 남자를 사랑할 리가 없어...

 

모든 범죄가 특별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건 아니다. 우리의 일상속에 범죄는 항상 또아리를 틀고 있다. 우리가 그걸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을 뿐. 우리의 현실속에서 마주치는 범죄들만 봐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다. 익숙한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범죄상황. 거기에서 느낄 법한 인간의 양면성을 포착했다는 저자의 소설에서 마력이 느껴진다.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어디선가 보거나 들은 듯한 기시감 역시 크게 다가온다. 그래서 더 무섭다. <열차안의 낯선 자들>, <심연>, <올빼미의 울음> 등을 읽어보았지만 조여오는 긴장감은 한결같았다. 저자의 소설은 책장을 넘길수록 긴장감이 더해진다. 맹목적인 집착을 사랑이라 말하며 파멸을 향해 달려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이토록 달콤한 고통>이라는 제목이 씁쓸하다. 철저하게 남자의 입장에서 쓴 제목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을 당해야 하는 여자의 입장에서라면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은 최악의 고통일 것이다. '애초에 태어나기를 다른 인간들과 다른 괴물로 태어났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기보다, 평범한 듯하지만 어딘지 싸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우리가 그저 갸웃하다가 스쳐 지나가는 무수한 인간들의 심연이 얼마나 깊을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라는 책의 소개글이 시선을 잡는다. 인간이 인간성을 잃어가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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