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2 - 빼앗긴 세계문화유산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2
김경임 지음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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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건청궁이 있다. 건청궁은 고종이 명성황후와 함께 기거하던 곳으로 궁속의 궁이라 불리우기도 한다. 우리에게는 일제에게 국모가 시해당했던 곳으로 역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안에 또다른 아픔이 존재한다. 건청궁 안으로 들어가 오른쪽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면 전각은 없고 기단만 남아있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자선당 기단석이다. 자선당은 세자와 세자빈의 침전이었다. 그곳에서 문종이 머물렀으며, 단종이 탄생하기도 했다. 임진왜란 때 완전히 소실되었던 것을 고종대에 이르러 재건되었다. 그런데 그런 자선당의 기단이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 1915년 일제가 조선물산공진회를 앞두고 1914년 동궁 일대를 뜯어냈다. 그 때 경복궁 철거를 맡았던 일본인 오쿠라 기하치로에 의해 일본으로 빼돌려져 '조선관'이라는 간판 아래 사설 미술관으로 쓰였는데, 1923년 관동 대지진 때 불에 타 없어지고 기단석만 남게 된 것을 문화재를 많이 알고 있던 김정동교수가  발견하여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자선당의 잔해가 돌아오기까지는 꼬박 8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도, 일본에서 돌아온 자선당 잔해도 모두가 우리의 문화재를 사랑했던 한 개인의 노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기가 찰 뿐이지만 그렇게라도 돌아오게 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세계 곳곳의 유명한 박물관에는 약탈문화재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 그 문화재들이 있었던 곳을 떠나 타지에서 자리를 잡게 된 사연을 이 책은 소개하고 있다. 어떤 이유로 돌아가고 있지 못하는지에 대해서도. 일반적으로 문화재는 그것을 창조한 민족의 소유이거나 최초로 발견된 영토의 국가에 소속된다고 한다. 특히 문화재의 이동 경위가 불분명한 고대 유물인 경우에는 그 문화재가 존재하고 있는 영토의 소유가 강조된다고 하는데, 다시 말하면 문화재 반환의 문제는 윤리적인 잣대가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될 것 같다. 그러나 지금처럼 문화관광이 이익 창출의 의미를 갖는 상황에서는 윤리적, 도덕적 잣대라는 건 허울좋은 말일 것이다.  그래서 많은 나라가 문화재 반환문제에 예민할 수 밖에 없을 터다.

 

이 책에서도 많은 약탈문화재를 보여주고 있다. 탐욕에 의해서, 혹은 전리품으로. 그렇게해서 고향을 떠나게 된 문화재들이 언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집트 왕비의 흉상이 독일에 있는 것보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가 영국 여왕의 왕관에 장식이 되었다는 것보다 더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빼앗긴 우리의 문화재가 언제 돌아올까, 라는 거였다. 요즘 문화재에 관한 것을 다루고 있는 TV프로가 사람들 사이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 프로를 보면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숨을 내쉬기도 하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식민지였다는 사실이, 힘이 없어서, 몰라서... 라는 것이 빼앗긴 것에 대한 핑게는 되지 못한다. 되찾아오는 것 역시 힘이 있어야 가능하고, 우리가 우리의 문화재를 더 많이 알아야 가능하다는 게 정답이다.  세계의 곳곳에서 빼앗긴 우리의 문화재가 고향으로 돌아오고 싶어할 것이다. 문화가 여행의 주제로 자리잡은 건 오래된 일이 아니다. 제대로 알고 지켜내는 것도 중요한 일중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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