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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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스완슨이라는 작가가 궁금하다. 궁금하니 찾아볼 밖에... 메스처럼 예리한 문체로 냉정한 악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가, 무시무시한 미치광이에게 푹 빠져들게 하는 법을 아는 작가... 라고 말하고 있다. 기가 막힌 표현이다. 전작 <죽여 마땅한 사람들>의 느낌이 엄청 강했던 탓인지 그의 이름을 보자마다 시선이 멈춰버렸다. 그를 표현한 저 앞의 문장들은 정말 틀리지 않은 듯 하다. 악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말도, 무시무시한 미치광이에게 빠져들게 한다는 말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나 이 책 <아낌없이 뺏는 사랑> 속에서 여지없이 그 느낌을 전해주고 있으니... 공감하고 싶지 않은 악의 본질이라 할지라도, 무시무시한 미치광이라 할지라도 그의 강한 문장의 마력앞에서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가게 되고 만다. 나쁜데도 묘하게 공감하게 되고, 그러면 안되는거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악을 응원하게 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묘한 설득력을 갖춘 책이라고나 할까? 거기다가 대단한 긴장감과 몰입도까지 따라온다.

 

보스턴에 살고 있는 조지는 문학 잡지사에서 회계사로 일하고 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런대로 자신의 생활에 만족하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크게 출세를 하겠다거나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거나 하는 따위의 기대는 하지 않아도 그 나름대로는 안정된 직장과 만나는 여자친구가 있으니 딱히 나쁘지도 않은 나날들이다. 그런 그의 앞에 어느날 문득 찾아온 대학시절의 첫사랑.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주었음에도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코 잊을 수 없이 각인되어져 있던 오드리, 아니 리아나.  그녀의 치명적인 매력탓이라고 말하는 게 더 이해하기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나타나고 조지의 일상이 뒤틀리기 시작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녀의 모든 것들을 다 받아들이고 이해하려고만 드는 조지의 이성은 마치 마비된 것처럼 보인다. 무엇이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수도 있는 상황속으로 밀어넣고 있는지조차 생각하려하지 않는다. 사랑일까? 진정 그것이 사랑인 것일까? 어쩌면 그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사랑에 대한 미련은 아니었을까?

 

"만약 어떤 사람이 새로운 나를 만들어냈다면 그게 진정한 내가 아닐까?"(중략)

"넌 마치 사람은 마음만 내키면 언제든 다른 신분으로 살 수 있다는 듯이 말하잖아.

그렇게는 안 돼. 원래의 내가 싫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우린 여전히 그런 사람인 거야."

"언제든 다른 신분으로 살 수 있다는 말이 아냐. 변한 모습이 진짜 나라는 거지."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잖아. (중략) 그건 불가능해.

겉보기에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우린 누구나 과거의 산물이야." (286~287쪽)

조지와 리아나의 치기 어린 대화속에서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 짚어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감추고 싶은 비밀이나 과거가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는 되도록 감추게 되는 게 사람의 심리일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이미지에 강한 타격을 입는다면 더욱 더 그럴 것이다. 새로운 내가 되고 싶었던 리아나의 절박함이 자신을 향한 조지의 사랑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하게 된다. 얼마나 사랑하면 저렇게까지 모든 걸 내놓을 수 있는 것인지. 누군가에게 길들여지고,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긴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이쯤에서 나는 다시 또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원래 악한 존재일까, 선한 존재일까? 나는 여전히 性惡說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작품 역시 빠져들고 말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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