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티스맨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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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장 제목은 모두 잭슨 폴록의 작품에서 가져왔다,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했던 작가의 말이다. 잭슨 폴록이 누구야? 당장 찾아본다.  '액션 페인팅'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추상표현주의라는 말은 표현을 추상적으로 했다는 말일까?  커다란 캔버스 위에 물감을 쏟아 붓고, 흘려서 그 위에서 자신의 몸으로 작업을 했단다. 다시 끼얹고, 덧입히고 하면서 생겨나는 모든 표현들에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인데.... 잘은 모르겠지만 추상적인 표현은 어렵다. 무엇을 말하고자 함인지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만큼 상당히 주관적인 관점이라는 말일 터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첫장부터!

 

책장을 넘기면서 나는 알았다. 작가의 마수에 걸려들었다는 걸. 해야 할 일마져 잊은채 빠져들고 말았다. 우리 사회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진다. 아니 어쩌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누구 하나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어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의 폐해, 광케이블망이 빚어내는 비뚤어진 인간의 속내가 어찌 생겼는지를 정말이지 기가막히게 들춰내고 있음이다. 어찌된 일인지 언론이 방황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대중을 이끄는 게 아니라 대중에게 이끌려 다니며 자신의 정체성마져 잊어버린채 부화뇌동하는 모습은 역겨움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불러온다. 이토록이나 격앙되어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근본적으로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진 것일까?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실체를 여기에서 맞딱뜨리게 된다.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를 들여다본다는 게 내게는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기에.

 

모든 불행은 오로지 외부의 영향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었던 탓에 그는 스스로 만드는 불행에 관해서는 굳이 생각해본 적도, 생각해 볼 까닭도 없었다. 세상의 악운이란 어차피 정해진 사람만이 감당하며 사는 거라고 여겼는데, 그 이유가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과 비교해 그렇지 않은 사람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되는 차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난 인생이란 늘, 지랄 같은 거라고 그는 생각했었다. (-62쪽)  현재의 사회에 만연한 우리의 생각인지, 아니면 비뚤어진 언론이 만들어낸 허상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昨今의 우리가 살면서 이런 생각 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이 책속에서 작심한 듯 들이대는 사회적인 문제들은 이미 우리 주변의 일상일 뿐이다. 젊은이들의 취직문제부터 청소년들의 성문제나 너무도 다른 이중적인 생활 , 세대간에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소통,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물어 뜯을 기회만 노리고 있는 한마리의 들짐승처럼 그렇게 처절하도록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 내가 여기에 있다고 외치고 싶은데 마땅한 곳이 없어 가상세계를 찾아 스며들고, 얼굴과 이름없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싶어하는 모순...

 

인간의 선의와 악의는 모두 가슴에서 자라 머릿속에서 형상화되고, 그것은 오롯이 눈을 통해서만 발현되기 마련인데, 어느 때부터인가 이 세계의 사람들은 서로 눈을 맞추지 않았으므로 진실을 구별하는 안목을 키울 수 없었다.... 무엇을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관한 지혜 자체를 잃어버린 지 오래였으므로, 무엇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판단도 그들에겐 없었다. 그저 그 순간의 감정에 따라 맹목적으로 타자의 의견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배척했다. 그러나 그것은 이중적 잣대로 세상을 바라보며 양면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잣대라는 자체가 아예 사라진 시대를 마치 허우적거리듯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242쪽)  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가! 잣대라는 자체가 아예 사라진 시대... 무엇이 善이고 무엇이 惡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는,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조차 구분할 수 없는 시대... 그래놓고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숨긴채 관망하다가 목소리가 아닌 손가락으로 찰나의 상태로만 머물다 가는...  이 책의 전반적인 배경은 인터넷의 가상세계다. 마치 그 세계의 흐름에 역행이라도 하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손가락들은 움직인다. 그러나 가상세계속으로 끌려들어간 현실은 현실이 아니다. 처참하게 밟히는 현실의 모습이라니... 'justice' 라는 말의 의미는 이렇다. 정의, 공평성, 공정성, 정당성, 재판. 책의 제목이 저스티스맨이라는 게 씁쓸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익명의 커텐뒤에 숨은 정의가 과연 있을까? 정의롭다면, 공정하다면 굳이 익명의 커텐뒤에 숨을 일이 없을 것이다. 꼬인 제목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크다. 이 소설의 장 제목은 모두 잭슨 폴록의 작품에서 가져왔다, 각주로 말했던 작가의 첫마디가 예사롭지 않았다는 걸 책장을 덮으며 알게 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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