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것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습니다
이호석 지음 / 답(도서출판) / 2016년 4월

어떤 이는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고, 어떤 이는 보이는 역사는 아주 작다고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포장만 다를 뿐 같은 말이다. 눈에 보이는 역사는 생각처럼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 누구의 생가라거나 무엇이 있었던 터라고 하면 더더욱 그렇다. 때문에 그 안에 들어있는 이야기들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아는만큼 보이는 것이 바로 조각난 역사의 흔적일 것이다. 문화유적들이 관광상품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그로인해 많은 이야기가 찾아지거나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왜곡되지 않은... 그러나 그 진실조차도 이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지는 세상을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이야기보다는 여러 각도로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우리 곁에 다가온다면 그리 나쁜일은 아닐 것이라는 게 나의 지론이다. 단, '다름'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책장을 열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스카라극장 이야기가 나온다. 그 스카라극장에서 영화를 본 기억이 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그토록이나 많은 이가 그 사라짐을 아쉬워하고 안타까워 했던 피맛골의 풍경도 기억한다. 어느날 문득 안부조차 물을 수 없게 되어버린 단성사 역시 아직 내 눈속에 남아 있다. 사라져서 좋을 것들도 있지만 사라져서는 안될 것들도 많다. 그러나 이익과 편리성을 앞세우는 우리의 편협된 생각들은 많은 것을 우리 곁에서 몰아낸다. 책속의 말처럼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을 부러워할 것만이 아니라 우리도 이제는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말에 백퍼센트 공감한다. 그렇게 될까?

역사를 서술하는 방법으로 편년체나 기전체 형식을 우리는 많이 보게 된다. 역사적인 사실을 연대순으로 기록하는 방법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태정태세문단세~~'로 시작하는 조선왕조를 외웠을 것이고, 조선건국은 1392년이고 임진왜란은 1592년~~ 하는 식으로 역사를 공부했을 것이다. 책속의 말처럼 지식으로서의 역사, 그저 물건으로만 기억되는 역사가 바로 우리의 역사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책을 쓰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은 커다란 울림을 준다.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스카라극장이나 피맛골과 같은 처지가 되지않게 하기 위해서 많은 이야기를 알게 해 줘야 한다는 그 말에 크게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4부에 걸쳐 스토리에 담은 우리 유물과 사람, 우리가 몰랐던 국보 이야기, 안타깝게 떠나버린 우리 역사의 영웅들, 옛날이야기지만 현재가 비친다... 라는 큰 제목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문화유산이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한 것도 이채롭다. 얼마전 중원고구려비를 찾았을 때 예성 동호회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근대화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저자의 감정이 묻어나는 말투가 보여 다소 껄끄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책은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방송에서 과거의 역사속에서 소환하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누구일까?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나 역시 1위가 소현세자였다. 소현세자가 죽지않고 왕위를 이었다면 조선의 역사, 더 나아가 우리의 역사는 엄청나게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하기에...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