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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만난 우리 신화 - 당신들이 나의 신이다
이나미 지음 / 이랑 / 2016년 3월
평점 :
신화, 내가 좋아하는 장르다. 심리학, 한번쯤은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분야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경이로울 수 밖에 없다. 심리학이 만난 우리 신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우리 신화속에서 찾아낸 수많은 사람의 심리는 어떤 상태였을까? 더구나 우리 신화라니! 그 말속에 담긴 기대감은 엄청났다. 어린 시절 전래동화처럼 읽혀오던 우리의 신화를 들춰 무엇을 찾아냈을지 궁금했다는 말이다. 신화라는 건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이나 그 시대의 문화가 깃든 이야기다. 그 때는 지금처럼 신과 인간이 서로 각자의 길을 가지 않았고, 함께 어울렸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신화라는 말속에서 우리의 역사나 전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입에서 입으로 아주 오랜 세월동안 전해져내려오는 이야기, 그게 신화이고 그게 전설일 터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속에 담긴 생각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읽는 사람에 따라 수많은 해석이 나올수도 있다. 이 책속에서도 말하고 있다. 신화를 읽는 데는 많은 편견이 작용한다고. 신화속의 원형을 돌아보는 것은 우리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가치있는 일을 되살려보는 작업이라고... 덕분에 우리 신화를 다시한번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바리데기 이야기,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마고할미 이야기, 우렁각시 이야기를 비롯해 원천강본풀이, 천지왕본풀이, 성주풀이등 많은 우리 신화가 소개되어 있다. 흔히들 일본에는 정말로 많은 신이 있다고 말을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신이 존재한다. 모든 세상을 다스린다는 천지왕(옥황상제), 땅을 다스리는 천지왕의 부인 바지왕, 옥황상제의 큰아들로 저승을 다시리는 대별왕, 둘째아들로 이승을 다스리는 소별왕, 저승의 우두머리격인 염라대왕, 바다를 다스리는 용왕, 죽은 사람을 저승길로 이끌어준다는 오구신,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도와준다는 내일과 장상, 집을 지키는 성주신,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아기가 태어나는 것을 주관하는 삼신, 집터를 주관하는 터주신.... 하다못해 뒷간을 지키는 측신까지 말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신이 있다. 이미 전래동화로 우리 곁에 머물렀던 신들의 이야기도 엄청 많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그리스 로마신화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우리 신화를 대하는 우리의 마음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왜 그럴까?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숫자가 품고 있는 의미들이 이렇게나 깊었다는 걸 이제사 알게 된다. 진한 땅 여섯 마을의 우두머리들이 왕을 모시기 위해 알천의 언덕 위에 올라갔다, 로 시작하는 박혁거세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 있는 숫자의 의미가 이채로웠다. 진한도, 신라도, 가야도 모두 여섯촌에서 시작했다? '6'이라는 숫자가 심리 영역에서는 완벽수로 간주된다는 말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1+2+3=6이 되고, 그 세 개의 숫자를 모두 곱해도 6이 된다는 말로 시작하고 있지만, '6'은 신성하면서도 우주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이니 한줄의 문장속에서 보여주고 있는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살짝 지루한 느낌이 들어 몰입하기 어려웠던 점은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책을 열면 신화는 집단이 꾸는 꿈이라는 말이 보인다. 아울러 그 신화속에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모습, 그리고 그 사회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의 모습을 끌어내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마다 붙여진 소제목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를 알려주고 있지만 신화에 대한 해설서인 동시에 자기계발서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찌되었든 우리 신화를 다시한번 되새겨볼 수 있게 되어 내게는 고마운 시간이 되었다. 책의 말미에 참고문헌을 소개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놀랐다. 내가 읽어본 책도 있고 읽어보고 싶은 책도 보인다. 메모를 해 두었다가 도서관에 가면 찾아 읽어봐야지 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