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치유하는 여행
이호준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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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 간사하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치유라는 말을 듣게 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여행을 떠올린다. 나를 치유하는 여행이란 말은 말만 들어도 좋다. 치유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장성 편백나무숲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 그곳을 찾았을 때 편백나무 숲속에서 보았던 많은 사람의 아픈 얼굴이 떠오르는 까닭이다.  그 옆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생각했었다. 저 사람들은 어디가 아픈 것일까? 저렇게 하루종일 앉아 있으면 아픈 곳이 나을까?  도대체 언제부터 얼만큼이나 이 숲속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잠시동안이었지만 그들의 간절함이 느껴져 멀쩡한(?) 나는 그자리에 있으면 안될 것만 같은 생각에 다시 걷기 시작했던 기억이 있다. 어찌되었든 치유라는 말속에는 마음을 다독여준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아 내심 기대감도 컸다. 

 

여행을 통해 나를 치유한다는 말을 보면서 나는 과연 오롯이 나를 위해 여행을 떠나본 적이 있었던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 좋은 경치들은 내 마음이 아니라 디카가 대신 찍어주었고, 그 좋은 햇살은 내 모자가 나를 대신해 모두 받아냈었다는 걸 생각해냈다. 도대체 그동안 나는 뭘 한거야? 여행을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말을 하면서 그 모든 순간을 마음이 아닌 의식으로 바라보았었구나 싶어 한편으로는 왠지 억울함마저 들기도 한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책속에 나와 있는 치유의 길 중에서 안가본 곳보다는 가본 곳이 더 많다.  질긴 생명력으로 서로 얽혀있어 신비감마져 들게했던 다산초당길의 그 나무뿌리가 아직도 눈에 선하고, 바람소리조차 싱그러웠던 죽녹원의 그 푸른 대숲길, 농다리를 건너 언덕길을 넘어가니 반갑게 맞이해주던 초평호, 남편과 손잡고 걸으며 다음에 한번 더 오자고 약속했던 신성리 갈대밭,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고창읍성을 한바퀴 돌던 어느 여름날의 이른 아침, 가면서 후회하고 돌아와서는 뿌듯했던 해남 미황사 옛길.... 앗, 이렇게나 많은 곳을 내가 그냥 다녔다고?  그건 아니었다. 나 역시 치유라는 말을 해도 좋을만큼 그런 곳에서 행복을 느꼈던 시간이 많았었다.

 

여행... 여행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인다. 거기다가 한술 더 떠서 나를 치유하는 여행이라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그 여행이라는 게 어떤 마음으로 가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게 신기하다. 그저 눈으로만 보는 여행이 있는가하면 지나치는 모든 것을 마음으로 느끼며 받아들이는 여행도 있다. 굳이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좋을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정말 못되게도 사람은 아파야만 자연을 찾는다. 결국 사람도 자연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는 말일 터다. 평소에도 그렇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아플일이 없을 거라는 게 내 지론이긴 하지만 어디 사람사는 일이 그렇게 녹녹하기만 할까?  각설하고, 이 책의 여정을 따라 걸었던 시간이 너무 좋았다. 대략 한번 훓어보기를 하고 다시 천천히 그 발길을 따라갔다. 나는 그 여행속에서 나 자신과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누구나 자신안에 숨겨두고 있다는 나를 닮은 아이와 몇번이나 눈을 맞추었을까? 여행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책표지의 말이 시선을 끈다. 행여 여행길에서조차 허울과 가면을 벗어던지지 못한 건 아닌지.... 전국을 바느질하듯 누비고 다녔다더니 다시 베낭을 메고 길로 나선다는 여행자가 부러울뿐이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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