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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예쁜 손글씨 - 모던 감성 캘리그라피 라이팅북
김경주 글, 캘리그라피 김진경 / 소라주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손글씨, 손편지, 손으로 만든것....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성이 있다. 바로
情이다. 누군가의 손으로 직접 글씨를 쓰고 우표를 붙인 편지를 받아본 기억이 어디쯤에서 멈추었을까? 손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고 하는
昨今의 세상에서 손으로 무언가를 한다든 걸 그리워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마음을
잃어버리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은 아닐까? 그래서일 것이다. 이렇게 손으로 쓴 글씨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는 것은. 마음을 쓰다듬는 문장과
글씨라는 말이 유난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요즘 캘리그라피라는 거에 마음을 빼앗긴 채 며칠을 보냈다. 캘리그라피라는 멋진
이름으로 우리에게 다가왔지만 사실은 아주 오래전에도 이렇게 멋진 글씨체로 아름다운 시구절을 예쁘게 써서 판넬작업을 하던 게 유행이던 시절이
있었다. 벌써 30년도 더 지난 일이니 격세지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사는 건 유행처럼 돌고돌아 제자리인 것 같아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캘리그라피를 소개하는 책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니다. 일전에도 이렇게 멋진 글씨체에
마음을 빼앗겼던 적이 있었다. 그 때부터 캘리그라피에 빠져 지냈다. 그럼에도 마음처럼 잘 되지 않았다. 마음만 앞서니 될리가 없다. 다시 더
많은 글씨체를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런 까닭인지 설레임을 안고 이 책을 만났다. 역시 좋다! 습관처럼 글부터 읽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책은 늘 그래왔던 것처럼 귀에 익고 눈에 익은 시의 문장들이 아니었다. 누군가 가끔씩 스쳐지나던 순간들을 정리해놓은 짧은 글처럼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던 분위기. 왠지 낯선 느낌이었다는 게 솔직한 말일 것이다. 문장을 통해 전해져오는 감성들이 때로는 저 멀리에 있었다. 가끔은
아주 가까이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지만 저만큼 떨어진 채로 내게 다가오지 못하는 느낌들이 못내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짧은 문장이 뿜어내는 강한 느낌이 좋았다.
어찌되었든 책속의 글씨들에게 유혹을 당해 다시 붓펜을 들고 일단 연습. 두번씩, 혹은
세번씩.... 필기구를 소개하는 부분에서 슬쩍 질투심이 생기기도 한다.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만년필촉, 색연필...굳이 붓펜이 아니더라도 쓸
수 있는 도구라면 뭐든 괜찮다는 말인데 그거 말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많은 연습이 필요한 후의 일일테지만 말이다. 플러스펜과 형광펜을
이용해서 나도 한번 써 보기로 한다. 열심히 연습하다보면 자신만의 글씨체를 찾아낼 수 있을거라던 그 말을 되새긴다. 그런 날이 내게도 오겠지,
한다. 아직도 마음처럼 써지지 않지만 글을 쓰는 동안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어 좋았다. 아무 생각없이 그저 내게 좋은 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시간이 좋았다. 한때 만다라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도 있었다. 지금도 가끔 펼쳐들고 있지만 이 캘리그라피가 또하나의 자리를 차지할 것 같다. 뭔가를 새롭게
시작한다는 건 설레임을 선물로 데려온다. 그래서 좋다!

나무젓가락으로 썼다는 글씨체다. 역시 많은 연습이 필요할 듯......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