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열차안의 낯선 자들> 과 <올빼미의 눈물> 에 이어 세번째로 선택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이다. 전작의 느낌이 상당히 강했던 탓도 있지만 이렇다할 장치없이도 사람의 내면을 어떻게 그토록이나 은근하고 치밀하게 파고 들 수 있는지 작품의 몰입도가 좋았던 까닭도 있다. 굳이 또하나를 얘기하자면 딱딱한 양장본이 아니면서도 문고판에 가까운 책의 크기때문이었다고도 말 할 수 있다. 모름지기 책은 손에 쉽게 들고 다닐 수 있어야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기도 하다. 그럴 듯한 제목과 인기있는 작가의 이름만을 내세워 포장만 그럴싸하게 나오는 책들보다는 낫기에....

 

각설하고 이 책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미스터리와 스릴러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거머쥔 듯 하다. 너무나도 일상적인 사람들의 생활속에서 찾아낸 각각의 심리상태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관계...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그 관계의 줄은 어떻게 맺어지며 또한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 우리가 이웃이라고 말하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도대체 어떤 모습일까? 심심하면 가끔씩 들려오는 사람들의 성격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예전의 나는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그 자리에서 말하는 스타일이었다. 뭐, 지금도 아니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할 말은 하되 뒷끝이 없는 성격쯤이라고 하면 맞을까? 그러나 나중에 알았다. 그것이 상대방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 행동이었는지를. 나야 그자리에서 털어내고 나면 그만이었지만 나의 그런 공격적인 성향때문에 상대방은 오래도록 아파했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후로 나는 매사에 조심해야 한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곤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빅터와 멜린다의 성격을 보게 된다. 부부이면서 각자의 생활을 존중해주며 친구처럼 살아가고 있는 두 사람의 관계는 팽팽하다. 과연 두사람은 가슴 저 밑바닥에 무엇을 숨고두고 있는 것인지.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나에 대한 다른 사람의 분석과 평가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살아가지 않는 사람이라면 대단히 용기있는 사림일거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참아내고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듯이 보이는 빅터의 내면은 상당한 가식이다. 그렇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철저하게 자신을 방어하고 변호하는 빅터의 내면에는 분명히 이기적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 오히려 남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감정대로 살아가는 멜린다보다 더 무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끝내는 폭발해버리고마는 빅터의 인내심이 내심 반가웠다.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나만큼은 관용과 도덕을 갖춘 사람이라고 자기위안을 하며 자신만의 방에 갇혀 사람은 무섭다. 그 모든 것이 폭발할 때 그것은 상당한 위력을 갖기 때문이다. 그 둘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심리묘사가 예사롭지 않다. 이 책 역시 몰입도가 상당하다.

 

출판사의 장르문학 시리즈 VERTIGO라는 말이 눈길을 끈다. 미스터리와 스릴러만을 다룬 장르문학이라는 말인데 새로운 작품으로 오래도록 끌어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만약 이 소설의 주인공 빅터가 사이코패스라면 사람은 모두 사이코패스적인 내면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말이 맞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빅터처럼 나만큼은 관용과 도덕을 갖추고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채 그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를 일이기에. 책표지에서 말했듯이 평온한 일상에 잠재된 위험은 셀 수 없이 많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