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먼저 배워야 할 한국사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 하 - 조선의 왕 이야기 ㅣ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
박문국 지음 / 소라주 / 2016년 1월

며칠 전에 신문에서 보았던 문장 하나가 떠오른다. 역사는 지고 코딩이 뜨고 있다, 는 말이었는데 여기서 코딩은 인코딩을 뜻하는 말로 '정보의 형태나 형식을 변환하는 처리나 처리 방식'을 말한다. 다시말해 컴퓨터와 관련된 말일 터다. 물론 정보화시대를 살면서 컴퓨터를 멀리하고 산다는 건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그 한 줄의 문장이 나에게는 참 서글픈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기 나라의 역사를 배우는 것이, 자신이 나고 자란 나라의 역사를 아는 것이 왜 시류에 따라 변해야만 하는 것인지... 시류와는 상관없이 기본적인 배움의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할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닌가 말이다. 제나라의 역사도 모르면서 어떻게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그 세계에 발맞춰 갈 수 있단 말인가. 역사를 배우고 알아가는 과정과 시간이 우리에게는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기라도 하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또다시 우리의 교육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이상은 어떻게도 할 수 없을만큼 썩어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교육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정치는 썩어도 교육만큼은 썩지 않기를 바라는 건 무리일까?

각설하고,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이라는 말이 시선을 끌었다. 이 작은 책속에 한국사에 대한 거의 모든 지식이 담겼다니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이 책은 하권으로 이미 전작인 상권이 따로 있다. 상권에서는 조선 건국의 태조 이성계부터 임진왜란에 휩쓸린 선조까지를 다루었고, 하권에서는 광해군부터 조선 말의 순종까지 다루고 있다. 책을 펄치면서 가장 인상깊게 다가왔던 부분은 조선의 왕들이 가졌던 그들의 이름을 모두 알 수 있다는 것이었고, 그 다음으로 물론 상상이겠지만 그들의 얼굴을 그림으로 표현했다는 점이었다. 일단 흥미로웠다. 정조의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이서진(배우)이요~~ 했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는데 이렇게나마 조선의 왕들이 제 이름을 밝히고 나오니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는 말이다. 왕들의 이름은 전부 외자다. 왜냐하면 왕의 이름으로 쓴 글자는 백성들이 함부로 사용할 수 없었던 까닭이다.

책장을 넘기며 본 내용보다도 더 흥미로웠던 것은 각 장의 아래쪽에 달아놓은 주석이었다. 우리가 상식처럼 알고 있었거나, 어디선가 들었음직한 이야기들이 실록에 기록되었다기보다는 야사의 한 지류였다는 말이 많이 보였다. 예를 들자면 숙종이 장희빈에게 사약을 내렸을 때 먹지 않으려고 하여 강제로 먹였다는 말들은 실록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처럼... 역사는 이긴 자에 의해 쓰여진다는 진리를 새삼스럽게 다시 생각하게 된다. 어느 부분에서 각색되어지고 편집되어졌는가 알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있다보니 역사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된다. 가끔씩 그 책에 자신의 주장을 담은 책을 만날 때면 살짝 안타까운 느낌이 들 때도 있다. 물론 더 많은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항상 그렇다. 누군가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갖고 똑같은 걸 바라볼 때가 있다. 누가 더 옳고 그른가를 따지기 이전에 서로가 다른 의견으로 토론을 벌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것은 충분히 멋진 일인 까닭에 그런 마당이 좀 더 많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다. 나만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이다. 역사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이 책을 한마디로 말해달라고 한다면 친절한 역사책이라고 말해 줄 것 같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