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어라? 에쿠니 가오리 책 맞아? 일단 의심부터 한다. 책의 두께때문이다. 그녀의 작품중에서 이렇게 두꺼운 게 있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선을 끌었던 책. 그건 솔직하게 말해 에쿠니 가오리라는 이름때문이다. <포옹 혹은 라이스에는 소금을>이란 제목을 보면서 아무것도 상상할 수 없었다. 포옹을 하거나 밥에 소금을 치거나... 그러나, 평범한 줄 알았던 우리의 일상속에서 찾아낸 이야기라는 말은 상당히 매혹적이었다. 커다란 서양식 주택에서 살고 있는 야나기시마 일가의 일상을 거기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하나둘씩 보여주고 있다. 3대에 걸친 가족사다. 거기다가 우리식으로 말한다면 다문화가정이다. 거기까지라면 그래도... 하겠지만 이건 또 무슨? 네명이나 되는 아이들마저 서로 다른 어머니나 아버지를 가지고 있다. 독특한 설정! 그러나 몰입도는 괜찮았다.

 

책장을 덮으면서 묻는다. 그래서 뭐? 이 사람들이 행복했던거냐고 묻고 싶은거라면 단연코 행복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핑게없는 무덤없고, 사연없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사연 하나씩은 품고 산다는 말일터다. 각각의 사연을 나의 시선으로 혹은 가족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절대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많은 사람중에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 몇이나 될까? 자신의 선택에 혹은 자신의 판단에 그것이 옳았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누구나 가지않은 길에 대한 욕망을 꿈꾸지만 혼자사는 세상이 아닌 까닭으로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상황에 맞추며 살아가거나 주변인들과 어울어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욕망대로만 움직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야나기시마 일가의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했었던 거라고 나는 말해주고 싶은 것이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마다 기막힌 사연 하나씩을 들춰내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불행한 일이었다거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채워지지 못한 자신의 한쪽 가슴을 적당하게 채워가며 살아가고자 했던 것일 뿐. 저마다의 사연들은 묘하게도 모두의 삶에 동화되어진다. 어쩌면 그런 일들이 표시나지 않게 박혀버린 가시같은 것이라해도 덧나지 않게 받아들일 줄 아는 야나기시마 일가의 유연함이 놀라울 뿐이다. 저 가족을 통해 받아들이며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한번쯤은 벗어나고 싶은 일상의 굴레는 결코 나를 옭아매는 올무가 아니라는 말이다. 문득 나도 책속으로 들어가 야나기시마의 가족으로 한번 살아봤으면 싶어진다. 평범한 것이 위대한 것이라는 말을 떠올린다.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들속에 어색함과 어긋남도 존재하는 것이다. "가엾은 알렉세이에프", "비참한 니진스키", "라이스에는 소금을" 과 같은 말들은 그들만의 주문이다. 가슴속에 뭔가가 차오를 때 그것을 다독이기 위한 하나의 주문.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일들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며 견뎌내기 위해 만들어진 그들만의 주문인 것이다.

 

'언뜻 보면 행복한' 가족 이야기라는 말이 책의 뒷표지에 보인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겉으로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고 있지만 속으로 곪아가는 가정, 꽤 많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지는 않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의 관심밖으로 밀려난 채 살아가고 있는 나이외의 가족 구성원에 관한 이야기다. 어찌보면 상당히 이기적인 모습으로 비춰질지도 모를 야나기시마 일가의 삶속에서 우리의 현살울 보게 되었다면 억지일까? 특별하지만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일 것이다. 특별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는 야나기사마 일가와의 만남은 나쁘지 않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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