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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구두당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그림형제의 잔혹동화를 읽어보자고 생각했으면서도 여태 읽지 못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면 참 한심하기도 하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름다운 내용의 동화들이 사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말이 상당히 매혹적이었는데....
원래는 잔혹했던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로 순화되어졌다는 것인데 그러다보니 결말 역시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을거라는 말이다. 책표지의 그림이나 제목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던 이 책이 바로 그런 동화의 또다른 모습이라는 말때문인지 기대감이
컸다. 책속에 실린 원작만 해도 무려 열여섯편이나 된다. 안데르센의
<빨간 구두>를 시작으로 <성냥팔이 소녀> 도 보이고 < 개구리왕자>, <황금 거위와 웃지않는
공주님> 과 같은 그림형제의 동화가 있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다만 새로워질 뿐이다...
책표지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글쓴이는 어쩌다가 이런 생각을 했을까? 잔뜩 비틀린 이야기들.. 읽으면서도, 읽고 나서도 뭔가 찜찜하다. 동화가
아름다워야 한다는 편견 따위는 아예 잊어버리라고 하는 것처럼 어디선가 많이 들었음직한 이야기속에 우리의 현실이 담겨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그러니 책속의 이야기들이 밝고 예쁘게 그려지지 않은 건 당연지사다. 자신의 색깔 혹은 정체성 따위는 잃어버린지
오랜 작금의 우리 모습이 <빨간구두당>이란 이야기속에 담겨져 있다. 무채색의 세상속에 불현듯이 나타난 빨간 색. 그 빨강에
현혹되어져 대책없이 따라하기만 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속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되어진다. 스스로 올가미를 만들어 자신의 목을 그 안에 집어넣고 끌려다니는 사람들이 끝내는 빨간구두당을 자처하며 휩쓸려
다니지만 그들에게는 아무런 목적의식도, 목표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민담이라는 <커다란 순무> 속에서 느껴지는 뒷맛은
씁쓸하다. 지금의 우리에게 보여지는 관료층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동화를 빌려와 이렇게 우리의 현실을 비틀고 있다는 게 어찌보면
속시원할 수도 있겠지만 영 개운치않은 느낌 탓인지 입맛이 쓰다.
동화를 각색했으니 읽기 편할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은유의 세상이라는 게
그렇다. 쉬운 듯 쉽지 않은, 뭔가 잡힐 듯 하면서도 쉽게 잡히지 않는 그런 세계가 은유의 세상이다. 개인적으로는 편하게 읽혔던 책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동화인 듯 하지만 동화가 아니고, 그렇다고 이미 알고 있는 동화내용을 제쳐두고 그저 어른들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엔 좀
억지스러운 맛도 느껴진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칙칙하다. <성냥팔이 소녀>를 읽으면서도, <빨간구두당>을 읽으면서도
내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빤히 보여지는 진실을 외면하는 작금의 현실속에서 핑크빛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에게 밝은 미래가
있기는 있는 것일까? 문득, 동화는 그냥 동화로 남아있어주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