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주 오늘은 시리즈
이종숙.박성호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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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나라 자체가 박물관이란 말이 있다. 우리에게 경주는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어느 곳이든 파기만해도 유물이 나온다는 경주. 경주를 생각하면 항상 아쉬움이 먼저였다. 아주 오래전 학창시절에 수학여행으로 가 본 경주에 대한 기억이 전부였던 까닭이다. 그러다가 몇 년전에 부푼 기대감을 안고 경주를 찾았었다. 하지만 짧은 일정으로 많은 곳을 보지 못했기에 역시 또다른 아쉬움만 남기고 말았다. 하얀 카라와 까만 치마를 펄럭이며 달려오신 분들이 첨성대 앞에서 옛날과 똑같은 자세로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며 사진을 찍던 모습이 생각난다. 족히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으로 보이던 분들은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기억하며 당시의 교복을 모두 입고 오셨다는 말씀에 거기에 있던 모든 이들에게 부러움의 눈길을 받았었다. 경주는 그런 곳이다. 나이 든 사람에게는 잊을 수 없는, 그러나 꼭 한번은 다시 찾아가고 싶은 그런 곳. 그런 경주가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문화를 바라보는 창구가 되었다는 건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천불천탑이란 말을 앞세우는 운주사를 처음 찾았을 때 벅차 오르던 감정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유물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느라 발길이 늦어지는 나를 보고 그렇게 보다가는 오늘 하루 왼종일 봐도 다 못본다며 재촉하던 일행에게 미안해 마음을 추스리기도 했었는데, 경주와 다시 만나는 날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르게 걷지 않으리라 다짐을 했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주와 다시 만날 기회만 엿보고 있으니.... 경주. 말만 들어도 이렇게 나를 설레게 하는 곳. 그런 경주를 가잔다. 어찌 반갑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이끌어주는 이의 발길이 예사롭지가 않다. 각 구간별로 요소요소 들여다보는 눈길도 예리하다. 이런 고수를 따라다닌다면 저절로 공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경주를 제대로 알고 제대로 보고 싶어서 나름 공부를 하고 답사를 떠났다는 글쓴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진리다.

 

경주에 다시 간다면 남산을 꼭 올라보리라! 생각하고 있던 나에게 글쓴이를 따라 오르던 경주 남산길은 황홀했다.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고 싶지 않았고 보여주는 사진들조차 너무 소중하게 다가왔다. 경주를 가게 된다면 이 책도 분명 나와 동행하게 될 것 같다. 삼릉의 아름다운 소나무숲에서부터 할매부처라고 불리워진다는 불곡마애여래좌상까지... 내가 너무너무 보고 싶어하는 칠불암마애불상군, 동서탑의 모양이 서로 다른 남산동동서삼층석탑, 황룡사 탑과 같은 신라의 목탑을 연구하는 데 귀한 자료가 된다는 부처바위의 9층동탑과 7층서탑의 모습은 아무래도 직접 가서 봐야 할 것 같다. 부처바위는 탑곡마애불상군을 부르는 또다른 이름이라고 하는데 커다란 바위에 동서남북 어떤 방향에서 보든 다양한 그림이 조각되어 여래상은 물론 보살상, 비천상, 사자와 탑등 무려 34점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바위에 탑까지 새겼다니 신라를 불교의 나라라 할 만하지 않은가 말이다. ' 이 편지를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어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라는 신라 소지왕의 일화가 담겨있는 서출지와 이요당의 고즈넉한 풍경이 담긴 한장의 사진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커다란 바위에 부처님의 머리를 덩그러니 올려놓은 모습의 굴불사지석조사면불상 또한 너무 보고싶은 문화재중의 하나다.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던 순간들이었다. 숙제가 너무 많아지고 말았다!

 

책표지에서 보이는 탑은 감은사지삼층석탑이다. 삼국을 통일한 신라에게는 동해안으로 침입하는 왜구의 침략이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것을 알고 있던 문무왕은 자신이 죽은 후에 시신을 화장해 동해바다에 묻어주면 해룡이 되어서 왜구들을 물리치겠다고 유언을 했다. 그 유언을 받들어 문무왕을 안치한 곳이 바로 대왕암이다.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으로는 가장 높고 우람하다는 감은사지탑은 복잡한 목탑 구조를 단순화시킨 석탑 양식의 시작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탑의 정점을 찍었다는 석가탑보다 다보탑을 더 좋아한다. 맨날 봐도 그게 그거 같다고 생각했었던 탑을 보면서 내 마음과 눈길을 사로잡았던 부여 장하리 3층석탑과 익산 왕궁리 5층석탑이 떠오른다. 신라를 이야기하면서 웬 백제탑이냐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그저 생각이 나서 하는 말이다. 경주, 역시 멋진 곳이다. 글쓴이가 책을 시작하며 했던 말을 되뇌어본다.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먼저 생각한 것은 생활의 환기나 치유가 아닌 학습을 위행 여행이었다는 말.. 그러나 어찌 학습뿐이었을까? 분명 치유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여행안내서가 아니라 개인의 경험을 담은 아주 사소한 보고서라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지만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말이 맞을 것 같다.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것이 여행이라는 말처럼 다음을 기약하는 글쓴이의 다짐이 부럽다. 가본 곳보다는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더 많은 경주. 그 경주와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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