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파운드의 슬픔
이시다 이라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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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집,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말이다. 저 말을 보았다면 나는 아마도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실수 아닌 실수가 괜찮은 결과를 가져올 때도 있다. 이 책이 그렇다. 단편을 모아놓은 한 권의 책은 내게 매력적이지 않은 소재임에 분명한데 그럼에도 잘 읽혔다. 아니 잘 읽혔다기보다는 편한 느낌으로 다가왔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열 가지의 이야기속에서 작가는 사랑의 여러가지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모두 서른의 사랑이야기라는 것, 그리고 그리 특별하지 않은 사랑이야기라는 것이다. 작가의 말이나 책 표지의 글속에서도 이미 말하고 있듯이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사랑이야기다. 솔직히 20대의 젊은이들만 뜨겁게 불타는 사랑을 하는 건 아닐텐데, 그런 사랑 한번쯤은 다 겪어보았음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많았다.

 

만약 어딘가에서 저를 만난다면 당신만의 '평범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라던 작가의 말을 보면서 만약 정말로 내가 그를 만난다면 주저하지 않고 내게도 있었던 '나의 평범한 연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그만큼 특별하지 않은 사랑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만큼 특별한 이야기도 없다. 모두에게 자신의 이야기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거나, 남아 있거나 둘 중의 하나일테니까. 별 것도 아니라고 말은 하면서도 꺼내놓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 속에는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에 미치고, 사랑에 아파하는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까닭이다. 유행가의 가사가 모두 내 이야기처럼 들려온다는 그 사랑의 감정에 이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1파운드, 460g 정도의 무게다. 한 근이 600g이니 대충 짐작해보면 어느정도의 무게인지 알 수 있겠다. 그런데 1파운드의 슬픔이라고? 문득, 어린시절에 읽었던 <베니스의 상인> 이야기가 떠올랐는데 역시 책속에서도 그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다. 다소 상징적인 말일수도 있겠지만 <베니스의 상인> 에서 말했던 '심장 가까운 곳에서 피는 나오지 않게 딱 1파운드의 살만 떼어가시오' 라고 했던 말을 떠올려보면 그 말이 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평범했으나 아름다웠던, 평범했으나 고통스러웠던 사랑과 이별의 순간들... 동거를 하지만 모든 물건에 이니셜을 쓰며 각자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커플도 있고, 꽃집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주부에게 매주 꽃을 사러오는 젊은 남자는 알 수 없는 설레임을 안겨주기도 한다. 남의 결혼을 도와주는 웨딩플래너와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하게 된 남자의 우연한 만남도 있고, 한 달에 한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남녀의 화끈한 사랑이야기도 있다. 책을 읽는 사람과 책을 읽지 않는 사람으로 세상 사람을 구분하는 남녀의 특별한 서점 데이트도 보인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 보았음직한 너무도 흔한 이야기인데도 그 나름대로 멋진 사랑으로 다가온다. 작가의 그럴싸한 문체때문일까?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평범한 것이 위대한 것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특별한 것만을 바라보려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허구가 현실속에서 재현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볼 때 그것이 진정한 사랑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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