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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이 반전은 뭐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걸려들고 말았다. 그러니까 이 세상이 아직까지는 정의롭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아니라면 별것 없을 것 같은 인생이라도 한번쯤은 최선을 다해 살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일까? 부모의 이혼으로 가족이 해체되는 마지막 날의 대화가 왠지 낯설다. 이제 마지막인데 지금까지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비밀 같은거 하나씩 말해보기로 할까? 엄마의 제안에 아빠도 나도 그저 심드렁할 뿐, 이제와서 그런게 왜 필요하냐고 묻고 싶을 때 느닷없이 랜덤으로 걸려온 메세지 하나가 우연처럼 모두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설정조차도 뜬금없어 보인다. 모르지, 우리의 삶은 어쩌면 그렇게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모든 것과 관계되어지는 건지도.
'이사카 코타로' 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아 손을 내밀었던 책인데,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수월하게 넘어가지만 은근하게 깊은 주제를 담고 있다. 누군가에게서 당신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입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정말 꿈같은 말이 아닐수가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말이다. 내 인생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처럼 살거야, 라는 식으로 바꿔버린다면... 말처럼 쉽진 않겠지만 일단 마음가짐만이라도 그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휴가를 가기 위한 우리의 마음자세를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다지 나쁘지 않다! 느닷없었던 문자메세지 '우리 친구해요. 드라이브도 하고 밥도 먹고...' 로 만나게 되어 그야말로 생각지도 않았던 가족여행을 하게 되는 사키네 가족과 오카다. 그 네사람의 뒤를 따라가는 게 심심하지 않았다.
오카다의 직업은 한마디로 말해 '해결사' 다. 아니 해결사였다. 남의 고통은 외면한 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러 다니는 그런 '해결사' 말이다. 하지만 남을 아프게 하고, 눈물나게 하면서 일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그 방식이 너무 싫어서 지금 막, 그 일을 그만 두기로 했다. 그리고 친구를 만들었다. 사키네 가족을. 이 세상에 사연없는 사람이 있을까? 오카다도, 오카다와 함께 일했던 미조구치도, 사키네 가족도, 오카다와 미조구치가 만났던 모든 사람도 저마다의 사연 하나씩은 가슴에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이 사회는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 아름답지도 않다. 그러나 불합리하고 거칠지만 그 속에서도 한송이 꽃처럼,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가끔씩은 사람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주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나 하나만이라도 남의 눈에서 눈물나게 하며 살지 않겠노라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그게 세상인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에게 보여지는 사회라는 세상은 먹먹하기만 하다.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소수에 의해 평가되어지는 이 세상의 모순을 어찌해야 할지...
과거와 현재가 서로 얽혀있는 이야기다. 오카다의 어린시절속에서 늘 '문제아'로 낙인 찍혔던 오카다를 두고서 '문제' 아가 있으면 '대답' 아도 있어야 되는 거 아닐까.(-154쪽) 라고 말했던 책속의 한줄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누군가 문제를 내면 다른 누군가는 대답을 해야하는거라고. 정말 기막힌 발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문제'와, 그 '대답'에 대하여. 해결사를 그만 둔 오카다도, 여전히 해결사로 남은 미조구치도, 각각의 삶속으로 들어간 사키네 가족도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여러가지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결말을 보여주지 않는 소설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