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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박물관 산책 - 문화인류학자 이희수 교수와 함께하는
이희수 지음 / 푸른숲 / 2015년 4월
평점 :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다는 신화속의 미다스왕이 실제 인물이었다고? <벌거벗은
임금님>과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의 모델이었다고? 그런데 나는 왜 그저 신화속의 인물로만 생각했었던 거지? 여자들이
요란한 옷을 입고 현란하게 흔들어대는 belly dance 가 단순히 다이어트용이 아니라 하렘의 여인들이 술탄을 유혹하기 위해 추었던
춤이었다고? 그런 역사가 있는 춤일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세계최초의 카페가 터키에서 시작되었단다. 바로 이스탄불이 카페 기원의 도시였다는
말이다. 수도사들이 밤새 기도하고 명상하면서 마시던 음료가 커피였는데, 모카
원두를 끓여 귀족과 지식인에게 파는 일반 카페가 1534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유럽보다도 훨씬 빨랐다는 말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 충돌할 때, 지금의 레바논 지중해 해변에
페니키아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그런데 거대 제국들이
사용했다는 수많은 문자들을 제쳐두고 이 작은 나라의
문자가 오늘날 알파벳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일부 권력층의
도구로 사용되었던 제국들의 문자와는 달리 먹고 살기 위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문자체계를 만든 까닭이었다.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말을 하지 못하니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문자를 만들고자 했다는 세종대왕과 우리의 한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이슬람문화권인
터키의 여기저기에서 불교문화의 상징인 연꽃문양 장식을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거였다. 진흙탕 속에서도 맑게 피어나는 꽃송이하며, 다른 꽃과는 달리 한
줄기에서 꽃이 지면 또 다른 줄기에서 꽃이 피어나는 까닭에 '영원'의 상징성을 갖는다는 꽃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리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결국 내세를
상징한다던 연꽃문양의 시작이 불교하면 생각나는 인도도, 중국도 아닌 이집트였다는 것이 놀라웠다. 실제로 이집트 파라오의 무덤을
살펴보면 벽면이 온통 연꽃으로 장식되어 있다고 하니 아무래도 죽기전에 가보고 싶은 곳 목록에 이집트를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아라베스크... 낯선
말은 아니다. 꽃이나 나무, 덩굴과 같은 식물형상에 기하학적인 아랍어 글꼴의 장식성을 더해 완성한 문양을 아라베스크라고 한다. 그런데 이
단순해보였던 말속에 참으로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물론 같은 것을 두고도
서로의 문화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긴 하지만 그 의미를 각자의 문화에 맞게 해석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재미있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종교적인
금기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을 형상화한 문양을 쓰지 않는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서로 다른 의미에 대해
따져 물을 필요도 없다. 화려한 색의 단순한 문양이 반복성과 대칭 구도를 보여주고 있는 아라베스크 문양...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무늬의 반복과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무한의 세계속에 신의 위대함을 담았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뿐. 그런데 그 아라베스크 문양이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널리 쓰였단다. 궁궐이나 사찰의
화려한 단청문양으로, 청자나 백자같은 도자기에 그려지기도 했고, 전통 가옥의
문살에 쓰이기도 했던 '당초문'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그 원형이 바로 아라베스크라는 말이다. 놀랍지 않은가! 영원불변해야 하는 신의
의지를 표현했다는 아라베스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가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는 터키. 터키의 역사를 짚어보면 터키인의 조상이 훈족과
투르크족으로 우리의 역사책속에서 만나는 흉노와 돌궐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와는 이웃으로 지냈던 사이였다는 말인데 결국 중국에 밀려
아나톨리아 반도로 이주했다. 우리나라처럼 반도의 형상을 하고 있어 흑해, 에게해, 지중해에 둘러싸여 있으니 살기에 아주 적합한 땅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리적 여건으로 볼 때 여러 문화의 충돌을 짐작할 만 하지 않겠는가.
터키의 정식 국명은 터키 공화국이다. 공화국이란 말이 보여주는 것처럼 여러 민족과 문화가 융합된 나라일 것이다. 앙카라,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플, 비잔틴제국, 파묵칼레, 카파도키아... 터키, 하면 떠오르는 말이 참 많다. 꼭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나라, 터키. 터키를 생각하면 공연스레 흐뭇해지는 감정이 인다. 첫째는
동서양의 문화가 함께 공존한다는 말 때문이고, 둘째는 다양한 종교를 인정하여 서로의 종교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는 문화적인 특성때문이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의미들이 공존하는 그곳, 그런 곳이라면 아무런 편견없이
둘러볼 만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터키는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정해놓았다고 한다. 책의 여정을 따라 여러 박물관을 들러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리게 된다. 어쩌면 나라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만 같은 터키. 책의 여정을 따라 가본 곳이
무려 17곳이나 된다. 성 소피아 박물관, 톱카프 궁전 박물관, 이스탄불 거리 박물관, 안탈리아 고고학 박물관, 괴레메 야외
박물관, 히타이트 현장 박물관, 이슬람 예술 박물관 등등...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궁전 박물관, 거리 박물관, 고고학 박물관, 현장 박물관, 야외 박물관처럼 이름이 저마다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얼마전 네팔을 강타한 지진으로 오랜 세월을
버텨낸 인류문화의 유산이 한순간에 붕괴된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안타까웠었는데, 터키 역시 가는 곳마다 인류문명의 역사가 살아 숨쉬고 있으니
터키인들의 자긍심은 정말 대단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모든
문명은 터키에 빚을 지고 있다!.. 책표지에 써있는 말이다. 그만큼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유산이 가득하기도 할 것이다.
해도해도 끝이 없을 것만 같은 이야기들... 섞임과 공존이 함께 머무는 곳,
터키. 제대로 책을 낸다면 아마 시리즈물로 나와야 할지도 모르겠다. 책속에 실린
사진을 통해 간접적인 답사를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황홀한 순간이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