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러브레터
강혜선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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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로 쓰여진 詩... 그 느낌을 내가 알 수 있을까? 가끔은 알고 싶은 마음에 나름대로 사전을 들먹거리며 해석을 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잘 알고 있는 우리말이 주는 느낌과는 정말이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쉽게 와닿는 느낌을 전해받지 못했다는 뜻일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한 건 사실이다. 오래전에 붓글씨를 배우던 친구에게서 부채를 선물 받았었다. 촤르륵, 하고 펼쳐보니 멋진 그림과 함께 漢詩 한 편이 오롯이 올라앉아 있었다. 무슨 뜻인지 알려주었을 때에야 그 그림과 글씨의 여운을 느낄 수 있었는데 직접 그리고 썼다는 것만큼의 감동은 따라오지 못했었다. 언제인가 지인에게서 부채를 선물받았다며 부채에 그려진 새우의 뜻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던 이가 있었다. 새우는 바다의 노인이라는 뜻으로 중국에서는 '海老' 라고 한다. 그런데 그 음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잘 살라는 뜻의 '百年偕老' 와 같다고 하여 그런 의미로 새우를 그려주는 것이라고 말해주니 그제야 고개를 끄덕인다. 그냥 내 생각이지만 우리의 선조들은 은유법을 상당히 좋아했던 것 같다. 그것도 아니라면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편지로 쓰였다는 漢詩들만을 가려냈다고 하지만 역시 어렵다. 그냥 소소한 일상조차도 그렇게 어려운 漢詩로 표현해야만 했을까 싶어 슬슬 뒤통수가 근질거리기 시작한다. 하긴 그 시대의 문화적인 배경을 생각한다면 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이 시대에 사는 나에게는 역시 무리다. 일전에 420년전의 편지라는 '원이 엄마의 편지'가 안동에서 발견되어 크게 회자되어진 때가 있었다. 묘지를 이장하던 중 1586년에 31세의 나이로 죽은 남자의 미라가 발견되었다. 그의 아내인 원이 엄마가 쓴 애절한 한글 편지가 미라의 가슴 위에 놓여 있었고,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가 나왔다는 내용이었다. 그 편지의 내용이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었는데 그 편지가 한자로 쓰여져 있었다면 그만큼의 안타까움을 자아낼 수 있었을까?

 

어찌되었든 관심은 있었으나 다가갈 수 없었던 漢詩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보기로 한다. 학창시절에 혹은 우리가 간혹 인용하며 낯이 익은 작품도 있고, 영 서먹서먹하게 다가오는 작품도 있다. 그 漢詩로 된 편지의 답장까지 있어 그나마 조금은 아하, 이런 식으로 주고받았던 편지였구나 싶은 아주 짧은 긍정의 순간도 느껴볼 수 있긴 하다. 친구끼리의 편지, 부부가 서로 주고 받았던 편지, 멀리 떨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는 연인의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편지, 아버지가 자식에게 주는 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조들은 아무래도 은유법을 사랑했던 게 맞을거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명분에 죽고 살았던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을 생각해본다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는데 말이다.

 

相思都在不言裡 상사도재불언리

一夜心懷鬢半絲 일야심회빈반사

欲知是妾相思苦 욕지시첩상사고

須試金環減舊圍 수시금환감구위

 

娘家在浪州 랑가재낭주

我家住京口 아가주경구

相思不相見 상사불상견

腸斷梧棟雨 장단오동우

 

부안 기생 매창과 유희경이 주고 받았다는 漢詩 편지다. ​너무 그리워서 하룻밤 시름에 머리가 세었는데 내 손가락의 금가락지가 얼마나 헐거워졌는지를 본다면 내가 당신을 얼마나 그리는지 알 수 있을거라고 매창이 편지를 보내니, 그대와 나의 집이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그리워도 서로 보지 못하는데 비까지 오니 애가 끓는다는 유희경의 대답이다. 절절함을 담고 있는데 해석이 안되니 그 절절함이 너무 멀다. 그래서인지 주렁주렁 달린 주석이 반갑고 고맙다. 漢詩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주석속에서 알토란 같은 중국문학의 흔적을 찾아내는 재미도 꽤나 좋았다. 글줄이나 읽고 썼다는 옛사람들은 도연명이나 이백이나 두보같은 중국 시인이 없었으면 어찌 살았을까 싶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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