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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 - 장화홍련전 ㅣ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2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널리 읽히고 모범이 될 만한 문학이나 예술작품을 고전이라 한다는 뜻풀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모범이 될 만한 이야기이니만큼 오랜 세월동안 전해져왔을 것이다.
그런데 고전이라는 말을 듣게 되면 전래동화라는 이미지와 함께 勸善懲惡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못되게 살면 나중에는 벌을 받게 된다는 그런 의미쯤? 그러다보니 고전이 아무리 색다른 옷을 입었다고 손짓을
해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게 현실일 것이다. 뻔한 내용일거라고 지레 짐작하게 되니 말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흔하게 접하던 옛날 이야기가
고전이라는 틀 속에서 좀 더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슬쩍 옆구리를 한번 찔러보고도 싶어진다. 너무나도 교훈적인 이야기들. 너희들은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만 한다고 판에 박힌 잔소리를 하듯이 똑같은 전개방식이 따분하기도 할 터다. 하지만 그럼에도 재미있다. 단순함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그 뻔한 내용에도 느껴지는 재미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장화홍련전은 수없이 들어왔던 이야기다. 영화로, 드라마로, 혹은 다른 모습으로 다양하게
해석되어서 우리 곁에 다가왔던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장황홍련전에는 한계가 있다. 억울하게 죽은 자매가 원한을 풀기 위해서
귀신이 되어 나온다는 이야기. 세상에 둘도 없을 것같이 나쁜 계모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이야기. 그리고 더 뭐가 있을까?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고전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표정도 많이 달라졌다. 좀 더 부드러워져다고 해야 할까? 딱딱한
서술형식을 시대에 맞게 고치기도 하고 그 속살을 파헤쳐보기도 한다.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만 보지말고 그 안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함께
찾아보자고 손을 내민다. 수도없이 보고 들었던 장황홍련전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장화홍련전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효종대에 평안도 철산에서 일어났던
살인사건이 이야기로 되살아났다는 말이다. 그러니 이야기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것은 많을 것이다.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 백성들의 생활상이라거나 사회풍속등...
그리고 어찌하다가 이런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도. ' 아버지의 세계에서 쫓겨난 자들 ' 이라는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부장제와 얽힌 가정사는 어떠했는지. 짧은 이야기속에 담겨진 의미가
이토록이나 많았었구나 싶은 순간이 찾아오게 된다. 각 장의 말미에 따로 붙여준 '이야기 너머' 코너가 아주 유익하다. 세종 때 '삼강행실도' 가
처음 편찬된 뒤 비슷한 내용의 윤리 교과서가 조선 시대 내내 편찬되었다고 한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철종 때 국가가 펴냈다는 '오륜행실도'에서
보인다는 '민손이 홑옷을 입다' 라는 일화가 이채롭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