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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 백작부인
레베카 존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원제가 'The
Countess 백작부인' 이다. 그런데 앞에 쓰인 '피'라는 말때문인지 왠지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긴다. 처녀들의 피로 목욕을 하면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여인. 그런데 우연인지 얼마전 TV에서 이 여인에 관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처녀들을 죽여 피로 목욕을 했다는 이
여인의 이야기가 과연 진실인가, 를 묻고 있었다. 어쩌면 정치의 희생양이 된 여인은 아니었을까? 라는 의문과 함께.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이쪽의 지역일까? 드라큘라 백작도 그렇고 바토리 백작부인도
그렇고... 무엇이 이런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지금도 중세의 모습과 19세기 말의 모습이 남아 있어서 대도시의 모습과
시골도시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는 부다페스트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종교개혁의 물결이 일었을 당시 헝가리는 터키의 지배 지역과 합스부르크가의 지배 지역,
그리고 트란실바니아 공국 지역으로 국토가 분열되어 있었다. 터키지역은
이슬람이었고 합스부르크가 지역은 카톨릭이었던 까닭에 개신교는 트란실바니아
공국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세력을 확장했다. 이 책속에서도 종교간의 갈등이 살짝 언급되어지는데 중요한 것은 이도 저도 아닌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주세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심히 지나쳐갔던 중세의 생활상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전쟁의 풍랑속에 모든 것을 맡겨야
했던 당시의 남자들과 여자들의 삶을. 빼앗으려는 자와 뺏기지 않으려는 자의 은밀한 거래속에서 사랑과 배신이 난무하고 승리과 패배가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각설하고
바토리 백작부인의 이야기는 사실일까?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거짓이라고 본다. 실존했던 여인의 이야기이면서 끔찍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보니 살인마로써
부각되어져야만 했던 이유가 훨씬 더 클 것이다. 백작부인이 체이테 성의 탑에
갇힌 채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진 이 책은 부드럽게 잘 읽힌다. 어느 한군데 걸림돌이 없어 읽는 느낌이 참 좋았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지 못했던 당시 여인들의 삶은 고달팠다. 더구나 외세의 침략으로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졌던 귀족이란 신분은 가진
것을 지켜내기 위한 처절함마져 느끼게 한다. 작고 순수한 소녀에서 잔혹한 여인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실감난다. 여자로 태어났기에 지켜야만 했을
사랑과 자신의 가문을 위해 그렇게 살아야만 했다는 당위성에 어느정도는 공감하게
된다. 하인들의 기강을 바로잡는다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그녀의 절박함이 때로는 하인들의 목숨마저
빼앗게 된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게 될거라는 가정교육도
그렇지만 하인을 다루는 그 당시의 처벌방식에도 문제는 있었다.
이
책속의 체이테 성은 에르체베트 바토리 백작 부인의 집으로, 에르체베트 바토리는 1575년 육군
사령관이었던 남편 페렌츠 나다스디로부터 결혼 선물로 이 성을 받았다. 남편이
전쟁 때문에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에르체베트가 영지를
관리했다. 에르체베트에게 희생을 당한 사람들은 초기에는 성에 고용되어 일하던 지역 농부의 딸이었지만 나중에는 상류층 집안의 딸들이었다는 말이 보인다. 남편이
죽은 후에 더욱 심해진 그녀의 광기가 마침내 사회적인 관심을 끌게 되었다는 말이다. 마티아스 황제가 사건을 조사하라는 명을 내렸으며, 귀족 신분과 가문 간의 유대를 생각해서 에르체베트는 처형되지 않는 대신 자택 감금형을 받았다. 그리고
4년 후에 성에서 죽었다. 체이테 성은 헝가리 반란군에 의해 점령당하고 약탈당해 쇠락하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녀가 죽인 희생자들의 수다. 36명이라는 사람도 있고 많게는 650명이라고도 말한다. 과연 에르제베트 바토리는 정말로 희대의 살인마였을까? 아니면 그녀가 주장하는 대로 정치적 음모에 연루된
희생양이었을까? 책의 장르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faction 이니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아이비생각
오늘날 체이테 성은 폐허가 되어 남아 있으나 이 언덕에 희귀한 식물이 많기 때문에 주변은 국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