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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이 책에는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않는 형식이지만
그렇다고 소설집이라고 붙이기에도 애매했던 모양이다. 큰 틀에서 보면 죽음과 관련된 것들을 주제로 삼은 듯 하다. 죽음이란 건 무엇일까? 특정
종교에 대입해보면 죽음과 삶은 하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만도 않다. 말처럼 죽음과 삶이 하나라면 죽음에 대한 우리의 의식 또한 바뀌어야
옳다. '죽음'을 다룬 네 편의 이야기속에는 그 '죽음'이 불러오는 과거가
보인다. 먼 과거와 현재의 죽음은 지금의 나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인지 한편으로는 궁금증이 일기도 했다. 우리는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며 살고
있을까? 문득 어느 시인의 시구절이 생각난다. 죽음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잊혀지는 것이 두려울 뿐이라던.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사라져갈 자신의 모습이 두려운 것은 영원히 사랑을 꿈꾼다는
말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는 그만큼이나 작은 존재일런지도 모르겠다. 혼자서는 온전히 설 수 없는 미완성의 존재로 하냥 살아가기엔 이
세상이 너무 버겁다.
<환상의 빛>이라는 책제목을 보면서 두개의 장면이 떠올랐다. 하나는 오래전의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보았던 장면이고 하나는 터널 저편으로 보이던 작은 점 하나였다. 어둠속에서 그 빛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의 움직임처럼 우리는 알 수 없는 어떤 것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기도 하고, 수없이 좌절하기도 한다. 먼저 떠나버린
남편을 가슴에 품은 채 그 풀리지 않는 죽음의 미스터리를 놓을 수 없었던
유미코에게 있어 남편은 어떤 의미였을까? 지난했던 어린 시절의 삶을 함께 공유했기에 그것만으로도 서로를 향해 위안의 눈빛을 주고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사도 없이 훌쩍 자신의 곁을 떠나버린 남편때문에 힘겨워하던 유미코가 새남편을 찾아 오랜 시간을 달려왔던 그 곳에는 바다가 있었다. 그
바다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어느날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의 존재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현실을 이겨내지 못한채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유미코에게 새남편은 말했지. 혼이
빠져나가는 병이 들었던 거라고.
예고도 없이 폭풍이
불어왔던 그날 새벽녘에 배를 타고 게를 잡으러 나갔던 동네 아낙의 말을 빌어 그 환상의 세계를 보여주던 장면은 은근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 아, 그때는 왜 그렇게 바다가 고요하고 아름다운지 정신줄을 놓칠뻔 했다니까. 한참을 그러고 있다가 아차 싶었어. 그래서
있는 힘을 다해 거기서 빠져나왔지. 조금만 늦었어도 나는 돌아오지 못했을거야." 남편도 그랬을거라고, 위험을 코앞에 두고도 꿈처럼 느껴지던
그 환상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거라고... 다시 터널 저편의 작은 빛이
보인다. 아무리 버거운 현실이라해도 그것은 잠시 머무는 터널안의 어둠일 뿐이라고. 환상... 너무 멀리있는 무엇, 결코 가질 수 없는 그 무엇,
그러나 신기루처럼 누구나에게 보여지는 아름다운... 다시 생각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죽고 싶어서 죽는 것일까? 살기 싫어서 죽는 것일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남편의 자살로 인한 상실감은 유미코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영화속에서는 유미코의 방황과 바다가 어떻게 그려졌을까? 햇빛을 받으며 출렁거리는 그 바다의 아름다움이 유미코의 무뎌져버린 감정을 다시 깨어나게
할 수 있을까?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