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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
후카마치 아키오 지음, 양억관 옮김 / 51BOOKS(오일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후카마치 아키오... 눈에 익지 않은 이름이다. 데뷔작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말이 보인다. 이 책이 영화의 원작소설이라는 말도 보인다.
일단 책의 두께에 압도당했다. 일본소설을 이렇게 두툼한
두께감으로 받아본지가 언제인지.... 책띠에 영화 포스터를 살짝 보여주고 있지만 책표지의 그림만큼 나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저 간단한
그림속에서 나는 무엇을 찾아내게 될까? 옮긴이의 이름속에서 <용의자 X의
헌신>과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의 이름을 보게 된다. 은근 기대감이 찾아온다. 그러면서 문득 반성하게 된다. 나는 너무 편협된 생각으로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추리소설이라는 말이 흥미로웠다. 오랜만에
조여오는 느낌을 전해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딸이 실종됐다... 로 시작하는 이 소설. 그러나 그 한마디만으로 모든 것을 알 것
같다고 섣부르게 짐작한다면 당신은 실패다. 책의 두께만큼이나 나를
조여오는 느낌이 실감났다. 딸의 실종이 안고 있었던 그 많은 삶의 무게들이
가슴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끝에 느껴지는 전율이 싫지 않았다. 오랜만에 찾아 온 이 느낌! 딸의 흔적을 찾아내기
위한 아버지의 가뿐 숨결에 비해 사라져버린 딸의 이야기는 느긋하다. 자신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내미는 횟수가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그럼에도 그녀의 존재감은 깊은 수렁처럼 책속 세상에 빠져들게 만든다. 묘한 설정이다. 그러나 매력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조여오던 그 서늘한 느낌을 몰입도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사람은 누구나에게
상처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처라는 게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걸 우리는 안다. 작은 상처에도 더 많이
아파하고 더 깊은 상흔을 남긴다. 그렇기에 그 상처가 남기는 딱지는 더
견고하다. 이해하고 공감하기 보다는 서로를 탓하고 원망하기에 바쁜 우리네 삶은 서글프다. 이 시대를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해 묻고 있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토록이나 힘겹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가? 과연 우리는 이 시대를 정당하게
살아가고 있는가? 그 수많은 핑계와 변명을 어찌해야 좋을지...
단순히 딸이 실종되었다는 설정하나만으로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사라진 딸을 둘러싼 욕망의 올가미는 단단했다. 일때문이라는 핑계로 너무나 많은 것을 잃어버렸던 아버지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서로를 얼마나 등한시하며 살아왔는지를 후회했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봐 줄 수 있는 그런 가족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드디어 재회가 이루어진 날. 삽으로 눈을 파헤치며 아버지는 딸에게 말했지. 너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줘. 그리고 마음속 모든 것을 말해 줘. 그리고 제발 나를 사랑해 달라고.
그리고 나를 용서해 달라고.
추리소설의 매력중 하나는 역시 반전이다. 그 반전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느냐에
따라 작품의
여운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 책이 보여주는 반전속에서 이 시대의 아픔을 보게 된다. 어두웠던 나의 청춘을 짜증스럽게 생각하며 글을 썼다던 작가의 한마디를 떠올린다. 이 소설의 세계에
공감할 사람도 분명 있을것이라고 말하면서 그가 말했었다. 찬란한 태양을 향해서 침을 뱉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단 나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상당히 역설적이며
은유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꿈꾸었던 세상은 분명 따뜻함이 느껴지는 공간이 아니었을까? 사람의 마음을 포기한 채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은 따스함과 평온을 잃어버렸다. 여유로운 눈길과 다정한 말 한마디를 잃어버렸다. 그 갈증을 누가 해결해줄까? 우리는
어쩌면 다시 선사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정말 오랫만에 멋진 소설을 읽었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