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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말해줘
존 그린 지음, 박산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웃자고 한 얘기에 정색하고 달려든다는 말을 생각하게 한다. 적어도 나한테는 그랬다는
말이다. 소설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부쩍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볼까 하는 심정때문이었는데 도무지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소깊은
러브스토리라니!"라는 책띠의 말을 지워버리고 싶었다는 게 아마도 솔직한
표현일게다. 정색하고 들이대는 공식 따위에 가려져서 이제 막 사랑을 배워가는
아이들의 풋풋함을 느끼기에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책을
읽으면서 사랑을
그래프와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럴수 있다면 과연 어떤 공식, 어떤 그래프가 만들어질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쩌다가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에서조차 공식과 그래프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살아가면 안되는 것일까? 이별이 단순히 한사람만의
잘못도 아닐진데 내탓, 남탓 한다는 그 자체도 우스운 일일터다.
그야말로 발칙한(?) 상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사랑에는 서툰 똑똑한
천재라고 소개되어지는 주인공 콜린의 모습속에서 사랑과 자아를 찾아가는 고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결론은 역시 세상속에 존재하는 사랑의 의미와
다르지 않다. 쉽게 올 수 있었던 걸 일부러 먼길로 돌아온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뭐, 이건 순전히 나혼자만의 감정일테지만 말이다. 문득 크게 이슈가 되었던 우리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다른 문화속에서는 어떻게 읽혀졌을까 궁금해진다. 그 나라, 혹은 그
작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공감하는 바가 크지 않겠구나 싶어서.
어설픈 나의 이런 감정이 싫어서 아무래도 존 그린의 다른 작품을 한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드디어 공식과 그래프가 완성되었다! 사귀는 두 사람 중에 누가 언제 상대방을 찰지를
예측하는 수학 공식과 초등학고 4학년의 러브 스토리에 어울리는 완벽한 그래프.. 그래놓고는 천연덕스럽게 그걸로 미래를 예측할거라고 말하는..
어쩌면 현실성 있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만약 누가 먼저 찰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서로 먼저 차려고 하거나 차이기 않기 위해 무언가를 할지도 모를테니까 말이다. 이런 말을 하면서도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중적이고 가식적인 우리의 속성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공식을 만든 진짜 이유는 관계의 기복을 예측할 수 있느냐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는 주인공의
말은 빈말이 아닌 듯 하다. 관계의 기복이라..... 많은 것을 담고 있는
한마디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캐서린이란 이름에게 열아홉 번을 차이고 린지라는 이름과 다시 만나게 되는 콜린은 과연 어떤 사랑을 꿈꿨던
것일까? 콜린이라는 이름에게 차이고 또다시 콜린이라는 이름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린지의 사랑공식은 또 어떤 형식이었을지.... 미완성이 주는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성장하는 아이들의 고뇌치고는 참 복잡하게도
꼬였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