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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우주에 나를 부치다
김경 지음 / 이야기나무 / 2014년 10월
평점 :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신의 방 안에서 조용히 혼자 있을 수 없다는
한가지 사실에서 시작된다. ( - 파스칼.
15쪽)
사랑은 아무래도 우리의 영원한 화두이며 숙제일 것이다. 사랑을 찾아 헤매고,
사랑때문에 가슴 설레고, 사랑때문에 눈물 흘린다. 사랑때문에 한없이 좋은 시절이 있는가 하면 사랑때문에 끝도 없이 추락하기도 한다. 도대체 사랑은
뭘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랑만큼 주관적인 정의도 없는 것 같다. 저마다의 사랑이 가장 크고 저마다의 사랑이 가장 아름다운 것처럼. 그러나 그
사랑의 공식에도 공통점은 있다. 그것을 벗어났을 때 사랑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나를 버린다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나를 버리고 상대방을 먼저 생각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사랑의 공통점이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가를. 항상 내가 더 많이 사랑한다고 생각하지. 항상 내가 더 많이 주고,
더 많은 걸 맞춰준다고 생각하지. 그래서 상대방이 나를 위해 버리는 것들은 보이지 않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상대방을 받아들인다는 게 결코 쉽진 않은 듯 하다.
말 통하고, 정서 맞고, 같은 리듬으로 살 수 있는 남자..... 책을 읽다가 보이던
이 말 한마디가 바람처럼 내 가슴속으로 파고 들었다. 세상에 그런 사람 있을까? 싶어서... 같은 리듬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일까 싶어서...
처음엔 이 여자 뭐지? 했다. 꽤나 잘난척하는 것처럼 보여서. 자전적인 냄새를
물씬 풍기는 문장속에서 나 이런 사람이야, 를 외치고 있는 것만 같아 조금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다. 경쟁만을 부추키는 사회를 살아내기 위해서는 모두가
책속의 영희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움을 자아내기도 하는 영희의 하루하루를 보면서 그래도 놓치고 싶지 않은 무언가를
끝까지 잡고 있는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된다. 다행인 것은 그녀가 그토록이나 찾아헤맸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알아냈다는 것이다. 그 즈음에서 나는
불현듯 그녀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내가 꿈꾸던, 아니 어쩌면 많은 사람이 꿈꾸고 있었을 그녀의 미래를 바라보면서 과감하게 현실과 맞선 그녀의
용기에 또한번 부러움을 느껴야 했기에.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 나스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중.
151쪽)
우리가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그 슬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가 아닐까? 세상이 온통 불공평해보이고 나만 아픈 것 같아도 저마다 가슴속에 슬픔 한자락씩은 숨긴 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기에.
그래서일까? 영희의 일이, 영희의 사랑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른 말이다. 누구라도 사는 건 똑같다. 다만 무언가를 얻기 위해 어떻게, 얼마나 노력했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당당하게 자신의 사랑을 쟁취한 영희가 좋아지기 시작한다.
뒤끝이 있는 소설이다. 묘한 여운을 남긴다. 누군가에게 연필로 꾹꾹 눌러쓴
손편지를 쓰는 시간속에 나도 머물고 싶어진다. /아이비생각
이 책속에는 많은 음악과 많은 문학 작품이 등장한다. 욕심이 생긴다. 그것들을 다
찾아보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