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동정원
최영미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을 보면서 청동거울이란 말이 떠올랐다. 거울이긴 한데 비춰볼 수 없는 거울. 그저
상징적인 의미로써의 역할만 하는 거울. 그러나 우리는 안다. 그 거울이 안고 있는 커다란 의미를. 그런데 청동정원이란다. 제목부터가 알 수
없는 쓸쓸함을 만들어내고 있다. 박제되어진 듯한 냄새를 풍기며 내게 다가왔던 이
책속의 배경이 나를 저 먼 기억속으로 이끈다. 80년대... 7080세대, 7080문화... 어쩌자고 다시 그 시대인가! 옳다고 믿었던 것만을
좇았다. 그리고 그것을 향해 움직였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어떤 이유가 분명히 있었다. 앞장섰든, 뒤로 숨었든 그것은 하나의 방편이었을 뿐
그것으로 인해 어떤 의무감이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는 말이다. 소개글을 보니 이런 말이 보인다. 데뷔 이후 20여 년 동안 작가가 유일하게 청탁을
거절해온 주제라고.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주제가 아니라는 말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가슴속에 숨겨두기만 할 이야기도 아닌
것이다.
영화 <26년>이 생각났다. 그 시절을 온 몸으로 겪어냈던 세대를 부모로,
형으로, 누나로 두었던 그들의 이야기. 주머니에 29만원밖에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던 그 남자가 그들에게는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속에서는 그 남자를 다루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흘러가야 했던 청춘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같은 시대를 겪어냈다는 이유만으로 나도 어쩌면 작가처럼 미안함 하나쯤은 표현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최루탄 냄새에 눈물 콧물
흘리면서 뿌연 시내를 바라보던 그 때의 시민들을 나는 보았었다. 앞장 서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동조하던 그들의 모습은 지금 생각해도 두려움의
대상중 하나다. 그들이 만들어낸 시간과 공간을 바탕으로 지금의 시대가 서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소설이다. 그런데 마치 소설을 빙자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아무리 소설이라해도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자전적인 요소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 때에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던 자신을 돌아보며 빚을
진 듯한 느낌으로 살아왔던 것일까? 어쩌면 모두가 갚아야 할 마음의 빚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념'이란 말이 이제는
먼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려오는 작금의 시대에서 우리에게 잊혀져가고 있는 건 무엇인지 다시한번 짚어보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책속에서 보여지고 있는 상황들이 전체적인 모습은 아닐 것이다. 우리에게는
일부의 이야기가 늘 회자되어진다. 그러나 그 일부로 인해 전체적인 모습이
바뀌기도 한다. 미안하게도 이토록이나 서럽고 쓸쓸한 이야기속에서 나는 지나간
20대의 추억을 더듬게 된다. 책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노래 'One way ticket' 은
'날보러 와요' 라는 가요로 불리워지기도 했다. 'One Summer
Night' 라거나, Scorpions의
'Holiday', Black
Sabbath의 'She's Gone',
Kansas 의
'Dust In The Wind', John Lennon 의
'Imagine' 같이 팝송은 지금까지도 즐겨듣는 노래들이다. 80년대라고 해서 아픔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젊은이들의 문화는 오히려 지금보다도 더 개성있었다. 저마다의 특성과 의미를 부여할 줄 아는 문화였다는 말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할 줄
알았고 그 다름을 존중해줄 줄 아는 그런 시대이기도 했다. 청춘뿐일까? 모든 세대는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할 수 밖에 없다. 그 흐름을
거부하며 저마다 내가 살아온 시대만을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다면 서로에게 간격이
생기고 다툼이 생겨나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잊어야 할 것과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앞선 세대가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지금의 세대가 겪어야 할 시대의 모습이 생겨나는 까닭이다. 영화속에서조차 차마 죽일 수 없었던
그 남자의 존재는, 영화라는 이름을 빌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를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그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왔던
많은 사람을 위해 잊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던 까닭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함에도 책임지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항거이기도 할 것이다. 청동정원... 박제되어진 채 늘 우리 곁에 머물. 그 봉인이 풀릴 날이
오기는 올까?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