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정의 편지
지예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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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제목부터가 눈길을 끌었다. 이 무슨 에로틱한? 이라고 생각할 찰나 책표지의 그림에 그만 섬뜩해지고 말았다. '에로틱 서스펜스' 라는 새로운 장르라는 말이 보인다. '에로틱 서스펜스'라... 그렇다면 맞는 듯 하다.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으니. 이 내용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분명 19금딱지가 붙을거라고 생각하며 혼자 피식거린다. 그 판단기준이란 걸 생각하면 할수록 괴리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상당히 도발적인 느낌을 주지만 그러면서도 왠지 지적인 느낌까지 뱉어내는 작가의 분위기가 이채로웠다. 마치 달관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써내려가는 장면들이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책을 다 읽은 후 작정하고 찾아보니 다른 작품은 보이지 않고 23세에 국내 최연소 칼럼리스트로 데뷔했다는 말이 눈에 들어온다. 솔직하고 감각적인 글쓰기로 주변에서 '뇌가 섹시한 여자' 라고 불린다는 소개글에 어영부영 나도 한표.

 

우리는 살아가면서 예상치 못한 일을 많이 겪는다. 알게 모르게 남에게 노출되어지는 나의 모습과 보고 싶지 않아도 보여지는 타인의 생활이 가끔은 당혹스럽기도 하지만 이미 소통의 부재를 외치는 사회속에서 그런 게 무슨 상관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소통의 부재라는 게 그렇게 쉽게만 판단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소통하지 못한다는 건 무엇인가. 서로를 향한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그저 형식적으로만 대한다는 말일터다. 마음없이 상대방을 대한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문득 일전에 보았던 <숨바꼭질>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그 영화를 보면서도 이 책을 읽을 때처럼 긴장감이 따라왔었는데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만 같아 영 개운치가 않았었다. 우리는 어쩌다가 남에 대한 배려를 잃어버린 것일까? 우리는 어쩌다가 모든 걸 내식대로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우리는 어쩌다가 나만이 옳다고 여기며 살아가게 된 것일까?

 

놀라운 반전이다. 이야기를 그렇게 끌어가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음에도 알 수 없는 공감대가 생겨나던 그 순간은 뭐란 말인가! 슬쩍 생각해보게 된다. 내가 이사한 집으로 먼저 살던 사람이 나는 그곳에서 이렇게 저렇게 살았었습니다, 하며 편지를 보내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다지 기분좋을 일은 아닌 건 분명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누군가의 사랑을 갈구하고, 누군가의 배려를 꿈꾸지만 거기에 나는 없다. 피동적인 생각일 뿐이다.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누군가를 배려해주는 일속에서 나는 숨쉰다. 작금의 대한민국을 보게 된다. 내 탓은 없고, 오로지 남의 탓만 있는 사회. 관심과 배려는 없고 원망과 갈등만 부추기는 사회. 하나가 아닌데 하나인듯 하나처럼 살고 싶어하는 우리의 현실. 너도 없고 나도 없는 씁쓸한 현실. 그런 씁쓸함이 이 책속에 녹아있다. 비틀지 않고 솔직하게, 숨기려 하지 않는 감각적인 문체로 다가가는 '그 집' 의 여운이 길게 남을 듯 하다. /아이비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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