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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코치 K 1 - 진짜 얼굴, 가짜 얼굴
이진 지음, 재수 그림, 조벽 외 감수 / 해냄 / 2014년 9월
평점 :
만화책이다. 그저 만화책일 뿐이다. 그런데 주제가 너무 무겁다. 무거운 주제라서 가벼운
만화로 다가간 것일까? 주제가 무겁다는 게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이 주제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한숨소리를 듣게
된다. 나는 고3 아이를 둔 엄마다. 다행히 무탈하게 학창시절을 보내준 아들녀석
덕분에 맘고생 심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간혹, 아니 자주 아이들 소식을
들려주던 언론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미안했다. 그래놓고는 아픈 게
청춘이라고 빨간 약을 발라주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어른들의 세계가 싫었다. 나도 어른인데.... 청년도 아닌 청소년,
어쩌면 그들이 지니고 있는 아픔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심할지도
모를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잣대로만 아이들을 평가하고, 분석하고, 다그치는 행정이 나는 싫었다. 자주 대안학교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대안학교조차 세상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이를 안고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친정엄마가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잘 키워봐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人倫之大事 중에 자식농사가 가장 어렵다고 했던가? 과연 우리는 얼만큼이나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의 잘못은 어른의 책임이다. 이 책을 보면서도 내내 인정해야만 했던 사실이다.
책을 덮고 당장이라도 달려가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감에게, 교육을
책임지는 행정가들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당신들은 이런 현실을 알고 있느냐고.
작금의 교육현실은 정말로 한심하다. 아이들을 실험실의 쥐처럼 생각하는 건 아닌지 묻고 싶을 때가 많았다. 바뀌는 교육정책마다 어쩌면 그리도 기가
막힌지.... 스펙이란 말을 만들어낸 것도 우리의 교육현실이다. 저들이 그렇게 아이들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본심은 밑바닥에 슬쩍
깔아놓고 그럴듯하게 포장된 말로만 열심히 떠들어대는 꼴이라니...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더 무책임하게 흘러가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비참하다.
너무 어려운 교육과정도 그렇지만 오로지 입시만을 위해 펼쳐지는 온갖 행정들은
역겹기까지 하다.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마치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처럼 떠들어대더니 대학 나온 사람들을 저들은 얼만큼이나 책임지고 있는가
말이다. 나 어릴적에는 그래도 저마다의 소질에 대한 배려가 조금은 있었다.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열심히 공부해서 행정가가 되었고,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장인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장인을 우습게 알던 조선시대 관료들보다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은 듯 하다. 그런 길을 누가 만들어주는가?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소질이 있고 그것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소질 따위는 개나 줘버린 작금의 교육현실에 화가 나는 건 단지 나혼자만에
국한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감정코치 K를 아이들이 있는 모든 곳에 파견하고 싶어진다. 아이들에게 마음으로 다가서는 법을 아는 사람이 필요할테니. 감정코치 K처럼 아이들과 눈을
맞추고 손을 잡아주는 이가 더 많이 필요할테니. 아이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어른이 더 필요할테니. 책을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생각해보게 된다. 저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의 세상을. 그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단언컨데 어른들이 각성하지 않는 한 저 아이들에게 밝은 미래는
없다. 우리가 변하지 않는 한, 작금의 교육현실이 변하지 않는 한, 지금 아이들의 고통을 들여다보지 않는 한.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