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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 - 사랑, 관계, 불안, 벗어날 수 없는 나와 가족의 심리 연대기
산드라 콘라트 지음, 박규호 옮김 / 북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도대체 '아는 사람'이라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참
애매한 구분이 아닐수가 없다. 한두번 인사를 나눈 사람도 '아는 사람'이다.
그저 얼굴만 아는 사람도 '아는 사람'일 수 있다. 그나마 이름 석자 서로 나눈 사람이라면 그래도 '아는 사람'이라 말 할 수 있을
게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아는 사람'의 힘을 어느정도는 맹신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 '아는 사람'과 '이웃 사촌'은 또 어떻게 다를까? 멀리 있는
가족보다 가까이에 있는 이웃사촌이 낫다는 걸 보면 아무래도 그냥 '아는 사람'보다는 '이웃 사촌'이 더 가까운 의미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히고 마음을 상하게 하는 사람이 모두 '아는 사람'이나 '이웃 사촌'의 범주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탠다면 '가족'이라는 말이다. '가족'.... 내가 힘들고 어려울 때 나의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존재. 내가 눈물 흘릴 때 눈물
닦아주며 등 두드려주는 존재.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가족'으로 인해 상처받는 일이 너무나도 많다. 왜 그런걸까?
나의 상처는 어디에서 왔을까? 라는 말은 내 가슴과 머리를 떠나지 않던 주제였기에
반가웠다. <가족의 두 얼굴>이라는 말속에서 나는 어떤 위안을 찾고 싶었던 건지 다시 물어야 했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내 안의 나와
타협하고 싶어하는 사람중의 한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가족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라는 책 표지의 말에 가슴 한켠이 아렸다. 우리의 상처 대부분이 가족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말에 공감한다.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는 바람이
언제부턴가 불기 시작했던 것 같다. 늘 함께 있고, 늘 그자리에 있으니 소중한
줄 몰랐던 가족. 내 투정과 불평을 두말없이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함부로 대했던 가족. 그랬기에 나로 인해 받는 상처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가족.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런 존재이기에 더 소중하게 여기고 사랑해야만 하는 거라고,
더 많은 배려가 필요한 존재가 가족인 거라고 언제부턴가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다시한번 생각해본다. 나에게 있어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어떤 의미였는지.
"우리 삶의 여러 층위들은 서로 아주 밀접하게 겹쳐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나중 것에서 언제나 예전 것을 만나게 된다.
해결되고 처리된 것으로서가 아닌 현재로서, 그리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으로서 말이다." - 베른하르트 슐링크
이 책은 가족이라는 의미가 안고 있는 아주 많은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름을
어떻게 지었느냐를 시작으로 부모로써 자식에게 거는 기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 그러나 이렇다하게 새로운 주제는 보이지 않는다. 늘 들어왔으나
늘 스쳐지났던 주제들을 다시 만나고 또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짧은 순간과 마주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저지르는 잘못과 실수는
정말 많았다. 되풀이되는 가족사의 아픔도 그렇고 부담이 되는 가족으로서의
의무와 책임도 그렇다.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도 알아야 했다. 일도, 사랑도, 관계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의
답은 가족에게 있다는 말이 헛되이 들리진 않는다. 책속에서 잠시 언급했던 카프카의 <변신> 이야기가 인상깊다. 부모의 인정과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던 그레고르 잠자는 결국 징그러운 벌레로 변신하게 되지만 끝내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에게 있어
가족은 어떤 의미였는지.... "인간은 조상의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는 데 인생의 절반을 쓰고, 자녀에게 잘못된 생각을 가르치는 데 나머지 절반을
쓴다" 는 윈스턴 처칠 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일전에 지나가는 말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아들을 부를 때 이름을 부르는 엄마보다 "아들~~~"하고 부르는 엄마가 아들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이야기였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다지 틀린 말도 아닌 것 같아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게 어떤 것을 강요하지는 않는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아이비생각
"가슴속에 풀리지 않는 의문에 대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 물음들을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굳게 닫힌 방과도 같고 완전히 낯선 언어로 쓰인 책과도 같은
물음들.
모든 걸 살아보아야 한다. 그 물음들을 살아가노라면
차츰 저도 모르는 사이 어느 낯선 날 대답 안에서 살고
있으리라."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결국 세월이 약이라는 말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