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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7일 ㅣ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사신 치바를 처음 만난 게 언제였더라? 꽤나 오래전에 만난 듯 하다. 그가 나타날때는
항상 비가 왔다는 것, 그가 음악을 좋아해서 음반매장에 자주 들락거린다는 것, 항상 장갑을 끼고 다닌다는 것.... 그가 하는 일은 죽음이
결정된 사람을 일주일동안 관찰한 뒤에 죽음을 결정하거나 보류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나는 것은 인간의 문화를 배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 치바가 다시 등장했다. 역시 같은 임무,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전체적인 줄거리속에서 지금까지 내가 느끼고 있는 일본소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지만 언제부터인지 그런 것들을 외면하기 시작한 우리의 깊은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는 말이다. 나만 아니면 된다거나 단지
남의 일일 뿐인 주변의 일들이 언젠가는 너의 일이 될수도 있는거라고 경고하는 것만 같아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사이코패스라는 말이나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빈번하게 언론지상에 오르내리는 현실과 마주치는
시간이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다. 똑같이 반사회적 인격장애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가리키지만 평소에는 잠재되어 있다가 범행을 통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 사이코패스라면, 스스로 범행을 인지하는 것이 소시오패스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다. 둘 중 누가 더 무서운 존재인가를 따질 필요는 없다. 지금의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 얼굴로 변해가고 있는가를 이미 우리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형편일테니. "사람은 원래 도덕적이고 평등한 소박한 상태로
있지만 그냥 내버려두면 자연스럽게 사악해져서 타인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고 해요.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사회의 진보에 필요한 것이라고."(-106쪽) 참 무서운
말이다. 어찌보면 우리 모두가 사이코패스요 소시오패스라는 말도 될테니. 단지 내
안에 잠재되어진 속성을 드러낼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 모두가 그럴 확률이 백퍼센트라는 말도 될테니. 이런 끔찍한 상황을 누가 만들었을까? 사회의
진보에 필요한 것이라고? 아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진보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진보를 핑게로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일 게다. 마치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협력이라는 말, 듣기엔
좋지만 인간이 그렇게 아름다운 행동만 하며 사는 건 아니야" "아, 그 말도
했어요. 인간이 서로 협력하는 건 집단에서 배제되고 싶지 않다는 의식 때문인 것도 있다고. 인간은 평판에 신경을 쓰기
때문이래요. 함께 나누지 않는 사람에게는 나쁜 평판이 생기고, 서로 도우면
동료로 인정을 받고."(-378) 잔인하다. 무엇이 문제인가를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정답을 들이대는 저자의 속셈은 무엇인지. 그런 속내를 안고 사는 너 자신을 알고 있느냐고 삿대질을 하는 것만 같아
뜨끔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착한사람 콤플렉스'에 걸려 있는 건 아닌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잃어버린 건 아닌지.
이 책속에 등장하는 한줄의 글귀가 왠지 커다란 울림을 안긴다. '관용'은
'불관용'에 의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어쩌면 우리 모두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는 덫에서 빠져나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인간은 이래야 한다거나, 인간이니까 그래서는 안된다는 잣대를 잘 사용하고 있는가 한번쯤은 물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이중적이며
편향적으로 변해가는 우리네 모습을 보았다. 자신의 판단보다는 남의 평판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서글픈 현실을 보았다. 스스로 만든 올가미에 걸려 허우적거리는
지금의 우리를 과연 '인간답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주제가 너무 무거웠던 탓일까? 책장을 넘기는 순간들이 참 답답했다. 이야기의 흐름도 너무 밋밋하게 흘러가고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함이
느껴졌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아이비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