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연대기 - 지구와 그 주변의 잊혀진 역사를 찾아서
원종우 지음 / 유리창 / 201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나는 황당한 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학만을 신봉하는 사람도 아니다.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까닭에 현실과 너무 먼 생각이나 상상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래서인지 남들은 기가 막히게 재미있다는 <스타워즈>나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를 한번도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단지 잠깐 잠깐 스쳐지나던 몇 개의 장면만이 내 시선속에 잡혀있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 좀 황당했다. 고고학 유물, 역사 문헌, 고대 문학작품 따위와 같은 책표지의 글에 현혹되어 나도 모르게 손을 내밀었던 책인데 읽자마자 내심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야 하는거야? 도대체 뭘 말하고 싶어하는 거지? 그래놓고는 묻고 있다. 이 책이 얼마만큼의 진실을 담고 있는 것 같으냐고. 거기서 그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글쓴이의 말처럼 이 책은 추론이다. 그럴 것이다, 그러하지 않았을까? 와 같은 맥락에서 출발하여 결국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한다 라는 결론이다. 그런데 이 책, 능청스럽게도 묘한 느낌을 남긴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든다. 우주를 들먹이면서 화성은 살해되었다느니 행성Z니 UFO니 외계인따위를 이야기할 때는 골치아프지만 그 이야기 끝에서 불러내는 고고학의 유물이나 역사적인 문헌의 예는 흥미롭다. 그런 생각, 나도 한번쯤은 해봤다는 말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남아 있는 인류의 고대문명과 결부시키는 글쓴이의 이야기가 그렇게까지 황당하게만 들리지는 않는다. 그토록이나 잘난(?) 현대의 과학으로도 풀 수 없다는 고대문명의 흔적은 현대인들에게 수많은 상상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대표적으로 언급되어지는 쿠푸왕의 피라미드와 같이 세계의 불가사의라 불리워지는 흔적과 맞물리는 글쓴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여기저기서 주워들었던 많은 정보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현대과학으로도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탓이다. 솔직하게 말해 그들에게 지금의 우리보다 더 발달된 확실한 과학적인 사고가 있었을 거라는 데 공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류의 진화 이전 혹은 진화 과정속에서 파헤칠 수 없는 어떤 사건이 있었을거라는 추론 역시 가능해보인다. 그렇지 않다면 바빌론의 공중정원이나 오벨리스크, 콜로세움과 같은 유적들에 대해 속시원한 해석이 나오지 못하는 까닭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다큐형식으로 많이 다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혹은 현대인의 개념 범주안에서 해석되어지는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출애굽을 시도했던 모세에 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뒤로 갈수록 종교적인 주제와 겹쳐지는 바람에 조금 식상한 맛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찌되었든 이렇게 발칙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상상을 더 많이 불러올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수도 있겠구나 싶다. 수많은 가설이 만들어짐으로써 어쩌면 우리가 찾아내고자 하는 해답을 얻을 수도 있을테니 한마디로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이미 정해놓은 어떤 범주안에서 멈추기보다는 그게 훨씬 낫다는 말이다.

 

나하곤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껄끄러웠던 마음이 읽을수록 책속에 먹혀들었다. 황당해서 짜증이 났던 책임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느낌을 남겨주고 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과학이나 종교에 대해, 그리고 아주 먼 시대로부터 달려왔던 사회적인 어떤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지독한 이기주의라는 속성을 안고 있는게 인간이 아닐까 싶다. 차라리 글쓴이의 말처럼 어딘가에 외계인이 존재했으면 좋겠다. /아이비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